본즈도 인정한 박찬호, '한만두 20주년' 불명예 아니다
[사진] 2001년 10월6일 배리 본즈에게 시즌 최다 71~72호 홈런 신기록을 내준 박찬호.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OSEN=피츠버그(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이상학 기자] ‘한만두’ 20주년이 미국에서도 화제다. 투수에겐 어쩌면 불명예 기록일 수 있다. 하지만 두려움 없이 정면 승부한 박찬호(46)의 도전 정신이 새삼 빛나는 대목이기도 하다. 당대 최고 타자 배리 본즈도 인정한 부분이다.
지난 2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현지시간으로 4월23일은 한 이닝 만루 홈런 두 방, 이른바 ‘한만두’ 사건이 일어난 지 20주년 되는 날이었다. 지난 1999년 4월23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페르난도 타티스가 다저스타디움에서 3회 LA 다저스 투수 박찬호에게 한 이닝 만루 홈런 두 방이란 진기록을 세웠다.
메이저리그 한 이닝 만루 홈런 두 방은 그때도 지금도 유일무이한 기록이다. 세인트루이스는 20주년 기념으로 ‘한만두’ 진기록의 주인공 타티스를 부시스타디움 홈경기에 초대했다. 기록을 상징하는 타티스의 버블헤드 행사를 마련하며 함께 그에게 시구를 맡기기도 했다.
미국 현지 언론에서도 관심이 많았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 지역지 ‘세인트루이스 포스트-디스패치’ 등 미국의 여러 매체에서 ‘한만두’ 기록을 조명하며 “다신 없을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매체 ‘스포팅뉴스’도 이날 한만두에 얽힌 8가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전하며 5번째로 박찬호를 다뤘다.
[사진] 1999년 4월24일 박찬호에게 한 이닝 만루 홈런 두 방을 치고 기뻐하는 페르난도 타티스. ⓒGettyimages(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이 매체는 ‘박찬호는 다른 기억에 남는 홈런도 내줬다’는 소제목을 달고 ‘박찬호는 매우 탄탄한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보냈다. 한국에서 온 우완 투수는 20살에 빅리그 데뷔해 37세까지 메이저리그에서 던졌다. 올스타 팀에 뽑혔고, 통산 287번의 선발등판을 했다. 플레이오프에선 13경기를 구원으로 나서 평균자책점 2.61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찬호는 항상 4개의 홈런으로 기억될 것이다. 타티스가 터뜨린 2개의 만루 홈런, 그리고 또 다른 기록 달성자의 홈런이 2개가 있다’며 2001년 10월6일 다저스 시절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서 마크 맥과어이어(1998년)의 한 시즌 최다 70홈런과 타이를 이룬 배리 본즈에게 허용한 71~72호 홈런 신기록을 언급했다.
본즈는 자신의 홈런 업적을 기념하는 영상에서 “이전에도 박찬호와 상대해봤지만 그는 결코 내 주위를 피한 적이 없었다”며 “그것에 압도되거나 지나치게 흥분하고 싶지 않았다. 박찬호가 내게 기회를 줄 것이란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박찬호가 도망 가는 투구를 하지 않는 ’정면 승부형’ 투수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박찬호는 신기록에 도전하는 본즈를 피하지 않고 승부했다. 대기록의 희생양이 됐지만 당당했다. 이에 앞서 타티스에게 내준 ‘한만두’ 기록도 박찬호가 정면 승부를 했기에 나올 수 있었다. 기록적인 홈런에 자주 등장하지만 어쩌면 그 시대를 살았던 박찬호만의 생존 방법이었는지도 모른다. ‘한만두’ 기록도 불명예가 아닌 도전의 기록이다.
한편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17시즌 통산 476경기(287선발) 1993이닝을 던지면서 홈런 230개를 허용했다. 빅리그 역대 통산 공동 165위. ‘한만두’를 내준 1999년 개인 최다 31피홈런을 기록했다. 그해 내셔널리그 최다 피홈런 공동 9위였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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