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지키다 온 박찬호, KIA 미래 지킨다
지난달 2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KIA와 키움의 경기. 3회 1사 2루 상황, 키움 김하성의 타구가 깊은 우익수 뜬공으로 잡히자 2루 주자 이정후가 3루로 달렸다. 우익수 박준태가 즉시 3루로 송구했으나 3루수 박찬호는 마치 송구가 이뤄지지 않은 것처럼 서 있다가 방심한 이정후가 속도를 줄이자 그를 태그 아웃시키고 이닝을 끝냈다. 이날 KIA는 5-13으로 패했지만 빛나는 수비 센스에 4타수 3안타로 물오른 타격감까지 자랑한 박찬호의 활약은 KIA 팬들을 잠시나마 웃게 했다.
2016시즌이 끝난 뒤 현역으로 입대해 청와대 경비 업무를 하다가 지난해 제대한 박찬호는 이번 시즌 멀티 내야수로 19경기에서 타율 0.350, 출루율 0.435를 기록하고 있다. 주로 유격수로 경기에 나섰지만 2루, 3루 수비도 무리 없이 소화하며 2년 공백을 무색하게 한다. 2016년 박찬호는 국군체육부대 상무야구단에 지원했다가 탈락해 현역으로 입대하게 됐다. 박찬호는 “(현역 입대는) 상상도 못 해본 일이다. 입대 초기에는 야구를 생각하고 싶지 않아 일부러 중계도 잘 안 봤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박찬호는 2017년 KIA가 통합 우승을 차지하는 모습을 TV로 보며 마음속에 뜨거운 열정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뭐라도 해야겠다’고 다짐한 그는 힘을 기르기 위해 PX에서 냉동식품을 사 먹으며 몸무게를 65kg에서 78kg까지 늘렸다. 틈틈이 부대 동료들과 캐치볼을 하는가 하면 혼자 공터에서 방망이를 휘두르기도 했다. 여건상 불가능했던 수비 훈련은 머릿속으로만 그렸다. 박찬호는 “시도 때도 없이 야구 생각을 했다. 구체적인 상황을 머릿속에 그리고 내가 어떻게 움직일지 상상하곤 했다. 그래서인지 지난해 팀 훈련에 합류해서도 적응이 빨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시즌 초반 투타 양면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며 30일 현재 리그 8위에 머문 KIA로서는 미래를 책임질 젊은 내야수 박찬호의 활약이 반갑다. 박찬호는 “잘한다고 칭찬해주시는 건 감사하지만 아직 시즌 초반이다. 2년 공백이 있었던 만큼 나도 내 능력이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른다. 끝까지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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