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대역전 & 3연패 탈출’ 드라마 쓴 LG의 ‘작은 계기’

 “연패 탈출에는 작은 계기가 필요하다.”

류중일 감독이 지난 7일 고척 혈투를 앞두고 덕아웃에서 취재진에게 전한 말이다. LG 트윈스는 파죽의 8연승 이후 잠실 라이벌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충격의 3연패를 당했다. LG가 자랑하는 ‘윌켈차’(타일러 윌슨-케이시 켈리-차우찬)를 내세우고 당한 연패라 더욱 뼈아팠다.

키움 히어로즈와의 시즌 4차전이 시작되기 전, 덕아웃에서 만난 류중일 연패 탈출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선수들이 하나 되는게 제일 중요하다”라고 입을 열었다. 이어 “연패 탈출에는 작은 계기가 필요하다”라고 언급했다.

이 ‘작은 계기’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했던 걸까. 이날 LG가 보여준 플레이를 곱십어본다면 그 작은 계기를 만들기 위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LG는 이날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선보였다. 1회부터 이천웅의 도루로 선취점의 발판을 만들었고 2회에도 결과는 아웃이 됐지만, 정주현이 과감한 도루를 시도하는 장면이 있었다. 3회에는 더블스틸 작전에서는 1루 주자 이형종이 런다운 플레이로 홈을 밟을 시간을 버는 센스도 선보였다. 4회에도 벤치의 치고달리기 작전으로 득점 기회를 만들기도 했다.

9회 조상우를 흔든 신민재의 빠른 발도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대주자로 경기에 투입된 신민재는 조상우의 폭투가 그렇게 멀리 튀지 않았음에도 과감하게 2루를 파고 들었다. 이후 희생번트로 3루에 진루한 후, 김용의의 땅볼에 거침없이 홈 쇄도를 선택하며 귀중한 동점 득점을 올렸다.

상대 내야를 흔드는 벤치의 작전과 선수들의 투지는 류중일 감독이 말한 ‘작은 계기’로 보기에 충분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또다른 ‘작은 계기’는 6회말에 나온 이날 경기 양 팀 합쳐 처음 등장한 삼자범퇴 이닝이었다. 키움이 5회말 이정후의 홈런과 김혜성의 적시타로 달아나면서 점수차가 3점까지 벌어진 상황. 추격을 거듭하던 LG가 지칠만도 한 흐름이었다. 실제로 1회부터 5회까지 매이닝 득점에 성공했던 LG는 6회초 처음으로 득점을 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이 모든 분위기를 바꾼 것은 이우찬이 만들어낸 삼자범퇴 이닝이었다. 5회 승계주자 한 명이 홈을 밟는 것을 막지는 못했지만, 이어진 6회 땅볼 2개와 뜬공 1개로 완벽하게 세 타자를 지우자 그라운드의 흐름이 바뀌기 시작했다. 키움 팬들은 ‘설마’, LG 팬들은 ‘혹시’하는 생각을 갖게 하기 충분했다.

그리고 그것은 현실이 됐다. 7회초 곧바로 점수차를 좁히는 이천웅의 2타점 적시타가 터졌고, 제 궤도에 오른 이우찬은 7회말 슈퍼캐치를 보여준 오지환의 도움에 힘입어 김하성-샌즈-박병호로 이어지는 키움의 중심 타선 마저도 세 타자로 정리했다. 

이어진 8회 2아웃까지 처리한 이우찬은 첫 피안타 이후 9타자에게 한 차례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결국 이우찬의 든든한 피칭은 LG가 9회 극적인 드라마를 쓰는데 너무나도 큰 원동력이 되준 셈이다.

류중일 감독은 적극적인 주루와 작전 지시로 자신이 말한 ‘작은 계기’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아울러 LG 선수들은 그렇게 만들어진 작은 계기를 통해 경기가 끝나는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는 승리에 대한 집념을 보여줬다. 이날 LG는 마지막에 웃는 승자가 될 자격이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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