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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AF "세메냐는 생물학적 남성"..세메냐 "난 실험용 쥐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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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 IAAF와 세메냐 재판 기록 공개..날 선 공방 오가

국제육상경기연맹과 법정공방을 벌이는 세메냐 [AP=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법정에서 "캐스터 세메냐(28·남아프리카공화국)는 생물학적으로 남성이다"라고 주장했다.

세메냐는 "IAAF의 이런 주장이 나를 비참하게 만든다. 나는 신이 준 몸 그대로 달리고 싶다"라고 맞섰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20일(한국시간) 공개한 IAAF와 세메냐의 재판 기록에 담긴 내용이다.

IAAF는 5월 1일 CAS 법정에서 "세메냐는 여성 신분이지만, 생물학적으로는 남성이다. 세메냐가 여자부 400m, 400m 허들, 800m, 1,500m, 1마일(1.62㎞) 경기에 나설 수 없는 이유다"라며 "세메냐 등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여자 선수는 상당한 이점을 안고 경기를 치른다. 호르몬이 승리의 보증수표가 되게 할 수는 없다"라고 밝혔다.

이에 세메냐는 "IAAF는 수년간 '세메냐는 여성이 아니다'라고 언론 등에 공개적으로 말했다. 이 말은 나에게 엄청난 상처를 줬고, 절망감에 빠졌다"라고 맞대응했다.

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공개한 IAAF와 세메냐 재판 기록 [CAS 홈페이지]

세메냐는 "과거 IAAF의 폭압적인 태도에 오랫동안 고통받았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그는 "내가 처음 국제대회에 나선 18살 때에는 다른 선수가 받는 도핑 테스트를 받으면 경기를 치르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내가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대회 800m에서 우승한 뒤, IAAF는 나를 억누르기 시작했다"며 "베를린 대회에서 우승한 뒤 IAAF가 나를 병원으로 데려가 추가 검사를 했다. 다른 선수들과 경기장 근처에서 도핑 테스트를 받은 뒤에도, 또 다른 검사를 받아야 했다. IAAF는 강압적이었고, 나는 아무런 대응도 할 수 없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2010년부터 2015년까지, IAAF는 내게 호르몬 검사를 받으라고 했다. 5년 동안 그 지시에 따랐지만, 그 검사의 후유증으로 체중이 늘고 병을 앓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IAAF는 2009 베를린 세계선수권 여자 800m 결승을 앞두고 세메냐의 성별 검사를 하기로 했다.

남아공은 즉각 반발했고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IAAF를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칼레마 모틀란테 당시 남아공 부통령까지 나서 "성 판별 검사는 비인간적인 처사"라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세메냐는 결승전을 마치고 난 뒤, 성 판별 검사를 받았다. 1분55초45로 우승을 차지한 뒤였다.

2011년 영국 데일리 메일 등에서 "세메냐의 몸에는 자궁과 난소가 없고, 남성의 고환이 있다"고 보도하면서 '오보' 혹은 '인권 문제' 등도 제기됐다. 2014년 세메냐가 여자 선수 바이올렛 라세보야와 결혼하면서 논란을 키우기도 했다.

세메냐는 2015년 중반부터 IAAF가 요구한 '성별 검사'를 거부했다.

그러자 IAAF는 2016년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일정 기준 이상이면 여성 종목에 출전하지 못한다'라는 규정을 만들었다. 이 규정대로라면 세메냐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나설 수 없었다.

당시 CAS는 "IAAF 규정은 근거가 부족하고 차별 논란이 있다"며 규정 발효를 막았다. 극적으로 리우올림픽에 출전한 세메냐는 800m에서 우승했다.

결승선 통과하는 세메냐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세메냐는 올해 5월 1일 CAS 법정에서 "내가 여성이라는 걸, 내 일생 증명해왔다. 그런데 IAAF는 나를 실험용 쥐로 만들려고 했다"며 "AA가 나와 내 몸을 실험용 쥐처럼 활용하는 걸 허용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IAAF는 "세메냐는 생물학적으로 남성이고, 여자부 경기에 나서는 건 공정하지 않다"라는 주장을 이어가며 여러 전문가의 견해도 제출했다. 세메냐를 지지하는 전문가들도 법정에서 증언했다.

CAS는 5월 1일, 2016년과는 달리 "세메냐와 남아공육상연맹이 제기한 '여자부 경기에 출전한 선수의 테스토스테론 수치 제한 규정 철회' 주장을 기각한다"고 발표했다.

IAAF는 5월 8일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여자 중거리 선수들은 약물을 투약해 수치를 5n㏖/L로 낮춰야 한다"며 "매일 알약을 먹거나, 월 단위로 테스토스테론 생성을 막는 주사를 맞거나, 영구적인 영향을 주는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테스토스테론을 낮추는 방법까지 제시했다.

일반 여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0.12∼1.79n㏖/L이다. 남성의 수치는 7.7∼29.4n㏖/L이다.

공개한 적은 없지만, 많은 전문가가 세메냐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7∼10n㏖/L로 예상한다.

세메냐는 이에 반발해 5월 30일 스위스 연방법원에 항소했다.

연방법원은 "재판이 끝나기 전, 세메냐는 현 상태로 여자부 경기에 출전할 권리가 있다. 논란이 있는 IAAF의 규정은 재판 결과가 나온 뒤에 선수의 경기 출전 여부에 영향을 끼쳐야 한다"며 "IAAF는 6월 26일까지 스위스 연방법원에 '당장 테스토스테론 수치 제한을 시행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하라"고 밝혔다.

세메냐는 경기 출전을 준비하며, IAAF와의 또 다른 법정공방에도 대비하고 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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