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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실의 계절, 추석에 되돌아보는 ‘야구의 꽃’ 홈런 이야기

마법사 0 562 0 0


2003년 10월 삼성 유니폼을 입은 이승엽이 대구구장에서 아시아 홈런 신기록인 56호 홈런을 때린 뒤 더그아웃으로 돌아오는 모습. 연합뉴스


총알같은 속도로 하늘을 가르는 타구에 터지는 관중들의 함성. 의기양양한 타자와 애써 타구를 외면하는 투수. 흔히 홈런은 ‘야구의 꽃’으로 표현된다. 37년 역사의 KBO리그에서 지금까지 총 3만2653개의 홈런(10일 현재, 포스트시즌 673개 포함)이 터져나왔고, 홈런에 울고 웃는 숱한 명장면이 연출됐다.

리그 역사는 곧 홈런과 걸어왔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1982년 동대문구장에서 열린 MBC-삼성간 프로야구 원년 개막전에서 삼성 이만수의 1호 홈런과 MBC 이종도의 10회말 끝내기 만루홈런은 KBO리그 출범을 알린 역사적 홈런으로 기억된다. 그해 한대화가 세계선수권 우승으로 이끈 결승 스리런도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한국야구의 존재감을 알린 홈런이었다.

홈런이라면 KBO리그 역대 홈런에서 가장 큰 지분을 갖고 있는 이승엽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이승엽은 KBO리그 정규시즌에만 467개를 때려 당분간 깨지지 않을 홈런 역대 1위에 올라있다.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159개의 아치를 그렸다. 그는 또 포스트시즌에는 14홈런, 태극마크를 달고는 11홈런을 폭발시켰다. 이승엽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시원한 홈런포로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지만 은퇴 전 인터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홈런으로 “아무래도 56호 홈런이다. 당시 (홈런을 잡기 위한)잠자리채 물결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승엽은 2003년 10월 2일 대구 롯데전 2회말 이정민으로부터 시즌 56번째 홈런을 쏘아올렸다. 당시 단일시즌 아시아 최다 홈런 신기록을 새로 쓴 홈런이었다. 일주일 동안 침묵하며 애타게 했던 홈런이 시즌 최종전에서 나왔다.

지난 2002년 11월 10일 대구구장에서 벌어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9회말 끝내기 홈런을 때려낸 삼성 마해영(오른쪽)이 환호성을 지르며 1루를 돌고 있다. 경향DB


삼성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징검다리를 놓은 2002년 LG와의 한국시리즈 6차전 홈런이 준 짜릿함도 대단했다. 이승엽은 마무리 이상훈을 상대로 9회말 동점 3점 홈런을 날렸고, 곧바로 마해영이 끝내기 홈런을 날려 감격의 한국시리즈 첫 우승을 경험했다. 국가대표로 2006년 3월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일본과의 경기에서는 1-2로 뒤진 8회초 역전 결승 투런포를 날려 도쿄돔을 침묵에 빠뜨린 장면도 최고의 순간 중 하나다. 또 2008년 8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준결승에서는 예선 7경기에서 3안타로 침묵하다가 2-2이던 8회말 일본의 콧대를 꺾는 결승 투런를 날려 온국민을 들썩이게 했다.

두 번의 홈런왕을 차지하며 현역 홈런 1위(332개)에 올라있는 최정(SK)은 지난해 두산과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9회말 2사후 극적인 동점 솔로포를 날려 역대급 명장면의 주인공이 됐다. 최정은 2008년 두산과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기록한 데뷔 첫 포스트시즌 투런포와 2017년 9월13일 인천 KIA전에서 팀이 9-10으로 뒤진 7회말 2사 만루에서 자신이 가장 껄끄러워하던 상대 임창용(은퇴)에게 만루홈런을 빼앗은 장면을 더 기분좋게 추억했다.

한가위로 무르익는 가을은 야구에서도 결실의 계절이다. 곧 5강으로 추려 시작될 ‘가을 클래식’ 역사도 홈런에 의해 쓰여져왔다. 프로야구 원년 1982년 한국시리즈는 6차전 OB 김유동의 만루홈런으로 회자된다. 1984년 한국시리즈는 7차전에 터진 롯데 유두열의 역전 3점포로 팬들의 기억에 남아있다. 2002년 삼성의 우승에 이어 2009년 한국시리즈도 나지완(KIA)이 7차전 9회말 날린 끝내기 홈런으로 추억된다.

박병호(키움)는 2013년 준플레이오프 5차전에 이어 지난해 플레이오프 5차전에서 두산 외인 에이스를 상대로 9회 극적인 동점 홈런을 쏘아올린 기억이 있다.

또 지난해 우승팀 SK는 플레이오프 마지막 5차전에서 연장 10회 김강민 동점 솔로포에 이어 한동민의 끝내기포가 터지며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두산과 한국시리즈에서도 6차전 연장에서 폭발한 한동민의 끝내기포로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을 탈환했다. 올 가을에는 어떤 홈런 스토리가 쓰여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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