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이어 우루과이까지, 또 한번의 자이언트 킬링

경기를 하루 앞두고 우루과이의 오스카 타바레스 감독과 주장 디에고 고딘은 한국을 높이 평가했다. 감독으로서 한국과 세 차례 대결을 가진 타바레스 감독은 90년 첫 대결 이후 근 30년간 봐 온 한국 축구에 대해 “혁명적인 발전”이라고 칭찬했다. 고딘은 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이 독일을 꺾은 것에 대해 “가장 센세이셔널한 결과”였다고 평가했다. 

원정까지 온 마당이니, 립서비스로 느껴질 칭찬을 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두 축구인의 평가를 현장에서 들은 취재진들은 영혼 없는 칭찬 정도로 들리지 않았다. 한국 축구가 긴 관점에서 본다면 세계와의 격차를 좁혔고, 월드컵이라는 무대에서 세계 챔피언을 잡을 정도로 발전한 건 명백한 사실이다.

그런 한국의 잠재력을 높이 사며 아시아에서의 도전을 받아들인 파울루 벤투 감독은 우루과이전을 앞두고 단지 FIFA랭킹 5위의 강팀에게 배우지만은 않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세계적인 팀인만큼 좋은 경험이 되겠지만, 결과를 낼 때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부임 직후 아시안컵 우승, 월드컵에서의 결과물을 약속한 감독답게 친선전이라고 해서 ‘좋은 패배’를 미리 산정할 필요는 없다는 자세였다. 

벤투 감독의 그런 마음은 선수들에게도 직결됐다. 한국은 우루과이를 상대로 통산 1무 6패의 절대 열세를 기록해 왔다. 특히 1990년 이탈리아월드컵에서의 패배 이후 6연패 중이다. 일방적 열세를 이번에는 깰 때가 됐다는 마음가짐이 섰다. 자신감은 지난 월드컵 독일전 승리였다. 지난 8일 파주NFC에 입소하는 선수들은 하나 같이 “독일을 꺾었던 것처럼 우루과이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벤투와 타바레스 두 감독은 정예 멤버를 선발 출전시켰다. 한국은 훈련 때 주전조로 나섰던 멤버들이 그대로 나왔다. 타바레스 감독도 카바니, 고딘, 토레이라, 벤탄쿠르 등 주축 선수를 아끼지 않고 선발 출전시켰다. 

전반 초반 흐름을 잡았던 한국이 우루과이의 수비에 점점 힘들어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후반 들어 풀백을 더 바짝 올리며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다. 결국 긴 시간 묶여 있던 황의조가 공격에서 자유를 찾았고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손흥민의 페널티킥이 막혔지만 황의조가 재차 슛을 해 선제골을 뽑았다. 

한국에게 선제 실점을 하자 우루과이도 맹렬히 공격해 왔다. 후반 26분 잔디에 미끄러진 김영권의 실수를 놓치지 않고 베시노가 동점골을 뽑았다. 

거기서 벤투 감독의 선택이 돋보였다. 그는 결과를 내기 위한 공격을 포기하지 않았다. 좋은 무승부가 아닌 승리를 원했다. 결국 후반 33분 세트피스 상황에서 결승골을 뽑았다. 손흥민의 코너킥을 석현준이 헤딩으로 연결했고 수비를 맞고 흐르나 정우영이 마무리했다. 벤투 감독이 이번 소집 후 초점을 맞췄던 세트피스 연습이 만든 효과였다. 

불과 4개월도 안 되는 사이 FIFA랭킹 1위 독일과 5위 우루과이를 잡은 한국은 위축된 지난 날을 뒤로 하고 세계적 강호를 꺾을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으로 뭉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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