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중 有경험 설기현 "밍밍한 연습경기 같았다…K리그 무관중 개막 반대"
◇2012년 6월 14일 무관중 경기로 치러진 인천 유나이티드-포항 스틸러스전. 연합뉴스
"훈련 세션과 비슷한 분위기 속에서 TV 시청자들은 선수들이 공을 차는 소리, 선수와 코치가 고함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영국공영방송 'BBC'가 지난 8일 이탈리아 토리노 알리안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벤투스와 인터 밀란간 2019~2020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26라운드 리뷰에서 현장 분위기를 이렇게 표현했다. 이날 경기는 중국에서 발병해 유럽까지 강타한 '코로나19'의 감염 확산 방지 차원에서 무관중으로 치러졌다. 팬, 선수단 가족 모두 입장이 불허됐다. 이에 따라 선수들은 걸개, 함성 없는 낯선 환경에서 경기를 치렀다.
실제 선수들이 피부로 느끼는 '무관중 경기'는 어떨까. K리그에서 '무관중' 경기를 경험해본 축구인 3인에게 물었다. 2012년 6월 1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 포항 스틸러스간 K리그 최초 무관중 경기에 출전한 설기현 현 경남FC 감독(41) 김광석(37·포항) 정인환(34·은퇴)은 한목소리로 "정말 이상한 경험이었다"고 돌아봤다. 이날 경기는 경기장 내 팬들 간 폭력 사태에 따라 프로축구연맹이 홈팀 인천에 안전관리의 책임을 물어 징계차원에서 무관중으로 치러진 것이었다.
설 감독은 "라커룸에서 경기를 준비할 때부터 이상했다. 그 안에서 관중 함성을 들으면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데"라며 "관중이 없는 텅 빈 경기장에서 뛰고 있노라니 밍밍한 게 집중이 잘 안 되더라. 경기가 조금 진행됐을 때에는 몰입했지만, 전체적으론 쉽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고 돌아봤다. 같은 팀 수비수로, 당시 선제골을 넣었던 정인환은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낯설었다. 연습경기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조용했다"고 기억했다. 김광석은 "인천에 내려진 징계였지만, 마치 우리가 징계를 받는 것 같았다"고 했다.
◇김광석. 프로축구연맹
◇2012년 당시 인천 유나이티드 소속이던 정인환. 스포츠조선DB
경기장에 팬들이 한 명도 없는 건 아니었다. 인천 팬들은 경기장 밖 펜스에서 목청껏 응원했다. 당시 현장에서 있던 기자에게도 들릴 정도였다. 하지만 가깝게는 몇 m, 멀게는 몇십 m 거리에 팬들이 모여있는 것과 빈 의자를 바라보며 뛰는 것의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고 이들은 이야기했다. 김광석은 "확실히 '뛸 맛'이 안 난다고 해야 할까. 숫자가 많든 적든 팬들 앞에서 좋은 경기를 보여주는 게 프로인데, 팬들이 없으니 기분이 나질 않았다"고 했다. 정인환은 "팬들이 선수들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소위 페이스가 좋으면 팬들이 내 플레이를 봐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 반대의 상황에선 어떻게든 만회하려고 노력하게 된다"고 말했다.
설 감독은 이런 이유로 K리그의 무관중 개막을 반대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K리그는 개막을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언제 개막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4월 초 개막설, 무관중 개막설 등이 축구계에 떠돌고 있다. 올해 경남 지휘봉을 잡은 설 감독은 "지금 유럽에서 무관중 경기를 하는 건 시즌을 마치기 위해서다. K리그는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처음부터 무관중으로 치르는 건 반대다. 무관중은 경기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포항 원클럽맨으로 포항에서의 16번째 시즌을 준비 중인 김광석은 "다신 그런 상황에서 경기를 하고 싶지 않다"고 힘주어 말했다. 현역시절 전남 드래곤즈, 인천, 전북 현대, 허난 전예, FC서울 등에서 활약하다 은퇴 후 유소년 클럽을 운영 중인 정인환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는 "언제까지 기다릴 순 없다. 무관중으로라도 하게 되면 하나의 스토리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처음 접한 선수들은 당황할 수도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부담이 큰 K리그 개막전을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치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연맹 측은 이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지만, 현재로서는 무관중 개막에 대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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