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윔블던도… 코로나 공포에 ‘테니스의 꽃’ 지다
2차 세계대전 이후 75년 만에 전격 취소 결정 / 전쟁이 아닌 이유로는 사상 처음 / 주최측 “매우 유감스러운 일” 성명 / “134회 대회 2021년 6월 열릴 것” / 테니스 투어도 7월 초까지 중단 / 재개 미지수… ‘시즌 종료’ 전망 / 프랑스오픈은 9월로 일정 연기
‘윔블던’은 스포츠의 세계에서 역사와 전통을 논할 때 첫손으로 꼽히곤 하는 브랜드다. 남녀 테니스 4대 메이저대회 중에서도 가장 권위를 인정받는 대회로 1877년 시작된 이래 매년 6월 전 세계인의 눈길을 경기가 열리는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 잉글랜드 테니스클럽으로 끌어모았다. 그러나 올해 6월에는 이 열기를 느낄 수 없게 됐다. 전 세계를 강타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 대회 취소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윔블던을 주최하는 잉글랜드 테니스클럽(AELTC)은 2일 이사회와 대회 운영위원회 이름의 성명을 통해 6월 말 예정이던 제133회 윔블던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주최 측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134회 대회는 2021년 6월28일∼7월11일에 열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윔블던이 열리지 못하는 것은 무려 75년 만이다. 게다가 전쟁이 아닌 이유로 열리지 않는 것은 사상 처음이다. 윔블던은 창설 이후 1차 세계대전 기간인 1915∼18년과 2차 세계대전 기간인 1940∼1945년에만 대회를 멈췄었다.
굳게 닫힌 출입문 코로나19 충격파 속에 결국 올해 6월 개최 예정이던 제133회 윔블던 테니스대회가 2일 전격 취소됐다. 같은 날 대회 개최 장소인 영국 런던 윔블던 올 잉글랜드 테니스클럽의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다. 런던=EPA연합뉴스 |
남녀 프로테니스 투어는 1월 첫 번째 메이저대회인 호주오픈은 무난하게 치렀지만, 이후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모든 대회가 중지된 상태다. 3월 초 ‘제5의 메이저’라고 불리는 대형 이벤트인 인디언웰스 마스터스가 대회 장소인 미국 캘리포니아 인디언웰스 인근 지역의 감염자 발생으로 전격 취소된 것이 서막이었고, 이후 대부분의 투어 대회들이 줄지어 무산됐다. 다만,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프랑스오픈은 9월로 일정을 연기하며 취소만큼은 피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하지만, 세 번째 메이저대회인 윔블던 테니스대회는 뒤로 미루는 선택조차 하지 못했다. 이미 유럽 현지에서는 흙으로 덮인 클레이코트에서 열리는 프랑스오픈과 달리 잔디 코트에서 경기를 치르는 윔블던은 여름 이후로 대회를 연기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주를 이뤘었다.
윔블던 취소와 함께 이날 남녀프로테니스 투어 대회도 7월 초까지 추가로 중단됐다.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와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는 공동 성명을 내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해 7월13일까지 모든 일정을 취소한다”고 발표했다. 남녀프로테니스 투어는 이미 6월 초까지 일정을 취소한 바 있고, 이번에 취소 기간을 한 달여 연장했다.
그러나 7월 이후 투어가 재개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전 세계를 돌며 대회를 펼치는 프로테니스의 특성 탓이다. 지난달 31일 ATP 선수협의회에 소속된 브라질 출신의 베테랑 부르노 소아리스(38)도 세계체육기자연맹(AIPS)과의 인터뷰에서 “올 시즌 어떤 테니스대회도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견해를 내놨다.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 라파엘 나달(스페인), 로저 페더러(스위스) 등을 비롯한 정상급 선수 12명이 소속된 ATP 선수협은 ATP 이사회에 선수들의 의견을 취합해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기구다. 소아리스의 이 같은 발언이 무게감을 갖는 이유다. 그는 “프로축구나 프로농구 등은 해당 국가가 코로나19 퇴치에 성공하면 바로 리그를 재개할 수 있겠지만 테니스는 전 세계적인 통제가 가능해져야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서 “테니스는 전 세계가 코로나19로부터 벗어나 정상 궤도로 돌아오는 마지막 종목이 될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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