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무리 수난시대, ‘조상우vs오승환’ 판만 커져간다!
키움 조상우(왼쪽)-삼성 오승환. 스포츠동아DB
투수들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시즌 출발이다. 특히 경기를 마무리해야 하는 선수들에게는 더욱 더 그렇다.
어렵게 개막한 ‘2020 신한은행 SOL KBO리그’에선 시즌 초반 극적인 경기들이 유독 많이 나오고 있다. 엎치락뒤치락 공방전 속에 2점을 내주면 3~4점을 더 뽑는 팀이 승리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타자들은 초반 경쟁에서 뒤질세라 서로 타율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이를 상대하는 투수들은 ‘죽을 맛’이다. 특히 경기 중후반을 책임져는 불펜투수들에게는 ‘1이닝 무실점’이라는 기록이 요즘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
마운드에 오르면 가장 안정적이어야 할 ‘클로저’들은 팬들이 가장 가슴을 졸이면서 지켜봐야 할 존재들로 전락했다. 거의 모든 팀의 마무리투수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산 베어스 이형범, LG 트윈스 고우석, KT 위즈 이대은, KIA 타이거즈 문경찬, 한화 이글스 정우람 등은 등판 때마다 주자를 쌓고 있다.
그러나 딴 세상에 있는 듯한 마무리도 있다. 키움 히어로즈 조상우(26)다. 13일까지 세이브 상황이었던 4경기에 등판해 모두 세이브를 챙겼다. 평균자책점은 0.00. 시속 150㎞가 넘는 빠른 직구에 슬라이더, 그리고 올 시즌을 앞두고 새로 장착한 체인지업까지 곁들여 타자들을 요리하고 있다.
손혁 키움 감독은 굳건한 믿음을 보내는 중이다. 그는 “우리 팀의 4번타자(박병호)와 마무리투수(조상우)는 시즌 전체 동안에 확정된 보직”이라고 말할 정도다.
조상우가 워낙 독보적 행보를 보이는 와중에 경쟁자들이 뒤처지니 마무리투수 경쟁은 볼거리가 일찍 사라진 느낌이다. 그러나 조상우가 홀로 앞서갈수록, 다른 투수들이 계속 뒤처질수록 주가가 오르는 투수가 있다. 바로 리그 복귀를 기다리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 오승환(38)이다.
KBO의 출전정지 징계(72경기)를 수행하고 있는 오승환은 올 시즌 삼성의 30번째 경기 이후부터 마운드에 오를 수 있다. 현재 페이스대로 경기가 치러지면 6월 9일부터 출전이 가능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삼성은 6월 9일부터 11일까지 홈에서 키움과 맞붙는다. 경우에 따라선 오승환이 자신의 KBO리그 복귀전에서 조상우와 마무리 대결을 펼칠 수도 있는 것이다.
여러 상황의 우연으로 둘의 마무리 경쟁은 점차 ‘판’이 커지고 있다. 조상우의 독주로 둘만의 마무리 전쟁이 최종 벌어질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의 반등으로 또다시 새로운 양상을 보이게 될지, 마무리 투수들의 활약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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