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포수 생활 마감' 정상호 "박세혁은 열매 맺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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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0 13:20
"1년의 시간 허락해준 두산 구단에 감사…LG 팬들껜 죄송한 마음"
"SK 시절 김동수·박경완 선배와 생활한 건 불행 아닌 행운이었다"
은퇴하는 두산 포수 정상호
[두산 베어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정상호(38)가 2020년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열렬하게 응원하는 선수는 두산 베어스 포수 박세혁(30)이다.
정상호는 TV를 통해 며칠 전까지만 해도 '동료'였던 박세혁을 보며 "올해도 포스트시즌에서 결실을 볼 것이다"라고 확신했다.
정상호는 은퇴 소식이 알려지고 하루 뒤인 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같은 팀에서 뛰며 박세혁이 얼마나 좋은 포수인지 확인했다. 강민호(삼성 라이온즈), 양의지(NC 다이노스)의 뒤를 이을 포수가 세혁이와 유강남(LG 트윈스)인 것 같다"며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도 세혁이가 우승 포수가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두산은 8일 정상호의 은퇴 소식을 알렸다.
그는 "10월 초에 은퇴를 결심했다. 2019시즌이 끝난 뒤에는 '한 시즌만 더 뛰고 싶다'고 생각했다. 올해는 '지금은 은퇴할 때다'라는 확신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미련이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두산 동료와 자신의 집에 있는 포수 미트를 보면 복잡한 감정에 휩싸인다.
정상호는 "아직 내가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것 같다. 프로 생활을 20년 했고, 학창 시절을 포함해 28년 동안 야구 선수로 살았다"며 "이제 야구 선수가 아니라는 걸, 마음 한편에서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선수 시절 타격하는 정상호
[연합뉴스 자료사진]
2000년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추신수, 이대호, 김태균, 정근우, 이동현 등과 한국 대표로 뛰며 우승을 일군 정상호는 미국프로야구 구단의 입단 제의를 받았다.
정상호는 2001년 SK 와이번스에 1차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SK는 '고교 최고 포수' 정상호에게 계약금 4억5천만을 안겼다.
그가 입단할 때, SK 안방에는 김동수 현 LG 트윈스 코치가 버티고 있었다.
2003년에는 당대 최고 포수 박경완이 SK 유니폼을 입었다.
정상호는 오랫동안 '다른 팀에서 뛰면 주전이 될 수 있는 포수'로 평가받으며, SK의 두 번째 포수로 뛰었다.
그러나 정상호는 "내가 부족했을 뿐, 환경은 정말 좋았다. 김동수 코치님, 박경완 코치님과 함께 현역 생활을 하며 정말 많이 배웠다"며 "그런 명포수와 함께 생활한 건 불행이 아니라 행운이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SK에서 3번이나 우승했다. 몸은 힘들어도, 끈끈하게 뭉쳤고 결과를 냈다"며 "은퇴를 결심한 뒤에도 SK에서 인연을 맺은 조동화, 박정권 등 선배들이 많은 조언을 해뒀다"고 덧붙였다.
SK 시절 김광현과 대화하는 정상호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5시즌 종료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정상호는 LG 트윈스와 4년 32억원에 계약하며 새 출발 했다.
그러나 LG에서 뛴 4년 동안 정상호는 부상과 부진에 시달렸다.
LG는 2019시즌이 끝난 뒤 정상호를 방출했다.
은퇴 위기에 몰린 정상호에게 두산이 손을 내밀었다. SK 배터리 코치 시절 정상호를 지켜본 김태형 두산 감독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정상호는 "LG 구단과 팬들께는 정말 죄송한 마음뿐이다. 성적이 너무 나빴다"고 고개를 숙였다.
두산에는 고마운 마음이 더 크다.
정상호는 "김태형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신 덕에 1년 더 선수로 뛰었다. 후회 없이 은퇴할 수 있게, 감독님과 두산 구단이 배려해주셨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김원형 SK 신임 감독(왼쪽)과 정상호의 현역 시절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상호는 "사실 나는 보잘것없는 선수였다. 선배 포수를 잘 만났고, 좋은 투수들과 호흡을 맞춘 덕에 20년 동안 프로 생활을 했다"고 거듭 몸을 낮췄다.
그러나 정상호에 함께 생활한 투수와 포수는, 그의 신중함과 성실함에 엄지를 든다. SK, LG, 두산의 후배 포수들은 정상호에게 많은 걸 얻었다.
정상호는 "내가 가진 건 인복뿐이었던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그는 KBO리그 역대 포수 중 9번째로 많은 1천151경기에 출전했다.
김태균, 정근우 등 같은 시기에 은퇴한 동갑내기 친구들보다 화려함은 덜했지만, 정상호는 한국 야구를 이끌었던 1982년생 중 한 명이었다.
정상호는 "정말 대단한 친구들과 같은 시대를 보낸 덕에 좋은 추억을 많이 쌓았다. 친구들이 한국, 미국, 일본에서 맹활약하는 모습이 참 좋았다"라며 "아직 현역에서 뛰는 김강민(SK),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오승환(삼성 라이온즈)도 계속 응원하겠다"고 했다.
jiks79@yna.co.kr
"SK 시절 김동수·박경완 선배와 생활한 건 불행 아닌 행운이었다"
은퇴하는 두산 포수 정상호
[두산 베어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정상호(38)가 2020년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에서 가장 열렬하게 응원하는 선수는 두산 베어스 포수 박세혁(30)이다.
정상호는 TV를 통해 며칠 전까지만 해도 '동료'였던 박세혁을 보며 "올해도 포스트시즌에서 결실을 볼 것이다"라고 확신했다.
정상호는 은퇴 소식이 알려지고 하루 뒤인 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같은 팀에서 뛰며 박세혁이 얼마나 좋은 포수인지 확인했다. 강민호(삼성 라이온즈), 양의지(NC 다이노스)의 뒤를 이을 포수가 세혁이와 유강남(LG 트윈스)인 것 같다"며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도 세혁이가 우승 포수가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두산은 8일 정상호의 은퇴 소식을 알렸다.
그는 "10월 초에 은퇴를 결심했다. 2019시즌이 끝난 뒤에는 '한 시즌만 더 뛰고 싶다'고 생각했다. 올해는 '지금은 은퇴할 때다'라는 확신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미련이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두산 동료와 자신의 집에 있는 포수 미트를 보면 복잡한 감정에 휩싸인다.
정상호는 "아직 내가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것 같다. 프로 생활을 20년 했고, 학창 시절을 포함해 28년 동안 야구 선수로 살았다"며 "이제 야구 선수가 아니라는 걸, 마음 한편에서 실감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선수 시절 타격하는 정상호
[연합뉴스 자료사진]
2000년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추신수, 이대호, 김태균, 정근우, 이동현 등과 한국 대표로 뛰며 우승을 일군 정상호는 미국프로야구 구단의 입단 제의를 받았다.
정상호는 2001년 SK 와이번스에 1차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SK는 '고교 최고 포수' 정상호에게 계약금 4억5천만을 안겼다.
그가 입단할 때, SK 안방에는 김동수 현 LG 트윈스 코치가 버티고 있었다.
2003년에는 당대 최고 포수 박경완이 SK 유니폼을 입었다.
정상호는 오랫동안 '다른 팀에서 뛰면 주전이 될 수 있는 포수'로 평가받으며, SK의 두 번째 포수로 뛰었다.
그러나 정상호는 "내가 부족했을 뿐, 환경은 정말 좋았다. 김동수 코치님, 박경완 코치님과 함께 현역 생활을 하며 정말 많이 배웠다"며 "그런 명포수와 함께 생활한 건 불행이 아니라 행운이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SK에서 3번이나 우승했다. 몸은 힘들어도, 끈끈하게 뭉쳤고 결과를 냈다"며 "은퇴를 결심한 뒤에도 SK에서 인연을 맺은 조동화, 박정권 등 선배들이 많은 조언을 해뒀다"고 덧붙였다.
SK 시절 김광현과 대화하는 정상호
[연합뉴스 자료사진]
2015시즌 종료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정상호는 LG 트윈스와 4년 32억원에 계약하며 새 출발 했다.
그러나 LG에서 뛴 4년 동안 정상호는 부상과 부진에 시달렸다.
LG는 2019시즌이 끝난 뒤 정상호를 방출했다.
은퇴 위기에 몰린 정상호에게 두산이 손을 내밀었다. SK 배터리 코치 시절 정상호를 지켜본 김태형 두산 감독이 적극적으로 나섰다.
정상호는 "LG 구단과 팬들께는 정말 죄송한 마음뿐이다. 성적이 너무 나빴다"고 고개를 숙였다.
두산에는 고마운 마음이 더 크다.
정상호는 "김태형 감독님께서 기회를 주신 덕에 1년 더 선수로 뛰었다. 후회 없이 은퇴할 수 있게, 감독님과 두산 구단이 배려해주셨다"고 감사 인사를 했다.
김원형 SK 신임 감독(왼쪽)과 정상호의 현역 시절
[연합뉴스 자료사진]
정상호는 "사실 나는 보잘것없는 선수였다. 선배 포수를 잘 만났고, 좋은 투수들과 호흡을 맞춘 덕에 20년 동안 프로 생활을 했다"고 거듭 몸을 낮췄다.
그러나 정상호에 함께 생활한 투수와 포수는, 그의 신중함과 성실함에 엄지를 든다. SK, LG, 두산의 후배 포수들은 정상호에게 많은 걸 얻었다.
정상호는 "내가 가진 건 인복뿐이었던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지만, 그는 KBO리그 역대 포수 중 9번째로 많은 1천151경기에 출전했다.
김태균, 정근우 등 같은 시기에 은퇴한 동갑내기 친구들보다 화려함은 덜했지만, 정상호는 한국 야구를 이끌었던 1982년생 중 한 명이었다.
정상호는 "정말 대단한 친구들과 같은 시대를 보낸 덕에 좋은 추억을 많이 쌓았다. 친구들이 한국, 미국, 일본에서 맹활약하는 모습이 참 좋았다"라며 "아직 현역에서 뛰는 김강민(SK),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오승환(삼성 라이온즈)도 계속 응원하겠다"고 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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