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계약금의 농간', KBO리그 몸값 1위는 여전히 이대호
SSG 랜더스 김광현이16일 오라카이 송도 파크 호텔에서 열린 입단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SSG는 8일 김광현과 4년 151억원(연봉 131억원, 옵션 20억원)에 계약을 체결 했다. 송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2022.03.16/[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SSG 랜더스로 복귀한 김광현의 올해 연봉이 자그마치 81억원이라고 한다.
김광현은 지난 8일 SSG와 4년 총액 151억원에 계약했다. 인센티브가 20억원이고, 보장액은 131억원이다. 비FA 계약이다 보니 계약금 없이 4년간 연봉 명목으로 총 131억원을 받는다.
그런데 16일 열린 김광현 입단식에서 올해 연봉이 공개됐다. SSG 류선규 단장은 "연봉을 4년간 배분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연봉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계약기간 4년 간 구단의 자금 상황을 고려해 책정한 금액"이라고 했다. 다시 말해 올해만 81억원으로 '기형적'으로 많을 뿐, 내년부터 2025년까지 3년 연봉 총액은 50억원으로 '정상' 수준이 된다는 설명이다.
이전까지 KBO리그 최고 연봉은 SSG 추신수의 27억원이었다. 앞서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는 2017~2020년까지 4년 연속 25억원으로 '연봉 킹' 자리를 지켰다. 한데 올해 갑자기 추신수 연봉의 3배나 되는 금액이 KBO리그 역대 최고 연봉으로 기록됐다. 황당하고 놀라울 따름인데 내용을 보면 그렇게 여길 필요가 없다.
FA가 아니라는 이유로 계약금을 책정하지 않았을 뿐이지, 실제 김광현이 가져가는 돈은 이대호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이대호는 2017년 1월 롯데로 복귀하면서 4년 150억원에 계약했다. 연봉 총액은 4년간 25억원씩 100억원이었고, 나머지 50억원을 계약금으로 받았다.
KBO규약상 계약금 지급 시기는 계약 후 30일 이내와 당해 KBO리그 종료 후 30일 이내다. 이 규정에 따라 이대호에겐 2017년 시즌 직전 25억원, 시즌 직후 25억원이 분할지급됐다. 그렇다면 2017년 이대호는 연봉 25억원과 계약금 50억원을 합쳐 75억원을 받았다는 얘기가 된다. FA 신분으로 계약해 계약금과 연봉을 구분했을 뿐이지 첫 해 받은 75억원은 올해 김광현 연봉 81억원과 비교해 별 차이가 없다. 오히려 보장액을 4년으로 나눈 연평균 금액은 이대호가 37억5000만원으로 김광현의 32억7500만원보다 많다. KBO 연봉 1위, 아니 '몸값 킹' 기록은 여전히 이대호가 갖고 있다는 뜻이다
결국 KBO가 연봉 개념 및 집계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KBO는 매년 시즌 전 등록선수 현황을 발표하면서 선수들의 연봉도 일괄 공개한다. 그런데 계약서에 명시된, 즉 연도별로 배분된 연봉 만을 당해 연도 연봉으로 취급하고 그 기준에 따라 연봉 순위를 매겨 발표한다. 계약금은 고려하지 않는다. 연봉과 상관없는 일종의 가욋돈이라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FA 계약의 경우 계약금 규모가 연봉 총액보다 많은, '배보다 배꼽이 큰' 케이스도 수두룩하다. 연봉을 작게 보이게 하기 위한 편법도 동원된다.
계약금을 연봉 계산에서 빼는 이유에 대해 구단들은 "계약금은 신인 입단 때와 마찬가지로 구단이 일정 기간 보류권을 갖는 것에 대해 선수에게 주어지는 대가이기 때문에 연봉과 합산하는 건 맞지 않다. 세금 문제도 있다"고 설명하지만, 실은 계약금을 합쳐 연봉을 산정하면 그 규모가 2~3배 커지기 때문에 팬들이나 저연봉 선수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쉽게 말해 '돈 많이 준다, 받는다'는 말을 듣기 싫은 것이다. 선수에겐 똑같은 '소득'인데 계약금을 빼는 건 '눈가림'일 뿐이다.
메이저리그처럼 계약금과 연봉을 합친 금액을 선수의 당해 연도 '급여(payroll salary)'로 집계하는 게 합리적이고 혼선을 빚을 일도 없다.
KBO리그 연봉 1위는 여전히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라고 봐야 한다. 이대호가 지난 14일 한화 이글스와의 시범경기에서 타격을 하고 있다. 부산=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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