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된 리그 내 음주 사고, 감독의 무거워진 역할

지난 24일 음주 운전 사실이 적발돼 임의탈퇴된 윤대영. LG, 연합뉴스

프로야구에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단초를 제공하는 것은 술이다. 지난 24일, LG 유망주 윤대영이 음주 운전으로 적발돼 임의 탈퇴 처리됐다. 이유를 불문하고 옹호받을 수 없는 행동이었다. 음주 운전은 면죄부를 받기 힘들다. 구단은 문제의 심각성을 계속 상기시켜야 하고, 선수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깨달아야 한다. 여러 사람에게 모범을 보여야 하는 '프로'라는 이름에 맞는 행동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

'윤대영 사건'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든다. 필자가 감독을 맡았던 시절에 가장 후회스러웠던 부분을 떠올리게 한다. 윤대영은 2차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술을 먹은 것으로 추정된다. 1차 캠프는 소화했지만 2차 캠프에는 들어가지 못한다는 통보를 받아 속상했을 것이다. 이때 구단은 계획적으로 일을 처리해야 한다. 시즌이나 캠프를 소화하다 보면 선수 이동은 숱하게 벌어진다. 감독이 경기하다가 선수를 바꾸는 경우도 있고, 선수가 실수해 변동이 이뤄지기도 한다. 때로는 코치진에서 안건을 건의하기도 한다. 1군에 등록된 뒤 다른 포지션에 문제가 생겨 바로 2군으로 내려가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일이 있을 때 선수에게 관련 내용을 상세하게 이야기해 줘야 한다.

과거에는 감독보다 수석 코치나 담당 포지션 코치가 일방적으로 지시를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과정에서 문제가 일어났다. 이제는 시대가 변했고, 상황이 달라졌다. 선수에게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운영 배경을 설명하고, 야구에 좀 더 집중할 것을 당부해 리스크를 줄일 필요가 있다. 수고스럽지만 감독이 '열심히 하면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직접 전달했으면 한다.

적지 않은 선수들이 술에 노출돼 있다. 이유는 각기 다르다. 서울 근교 팀은 시즌 중 원정을 다녀오면 새벽 2~3시에 서울에 도착한다. 동료나 친한 선수들이 1군에 오거나 부득이하게 2군으로 내려갈 때 위로하기 위해 술을 먹는 경우도 있다. 좋은 의미에서 술자리를 갖더라도 그렇게 먹다 보면 새벽 5~6시가 된다. 과거에는 대리기사를 부르기가 쉽지 않았다. 강북에서 강남, 강남에서 강북을 넘어가기가 어려웠다. 지금은 대리기사가 많아졌지만, 가까운 거리를 운행하지 않으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짧은 거리에 대리기사를 구하기 힘들면 술김에 운전대를 잡는다. '괜찮을 거다'라는 안일한 생각이 화를 자초한다.

2002년 8월 유재웅과 송원국이 교통사고를 당한 일도 안타까운 사연이다. 당시 송원국은 타격 부진으로 2군행을 통보받은 유재웅을 위로하기 위해 함께 술을 마셨고, 다음 날 오전 일찍 운전하다가 올림픽대로에서 승용차가 뒤집히는 사고를 당했다. 시즌 중 코치진은 '음주' 문제를 계속 각인시켜야 한다. 2009년 두산 김명제, 2014년 삼성 정형식, 2017년 LG 윤지웅 등이 시즌 중 술을 먹고 운전하다가 구설에 휘말렸다.

음주로 사고가 나면 팀은 물론이고 본인도 손해다. 야구 인생을 일순간에 망칠 수 있다. 1995년에는 OB 내야수 이종민이 무면허로 차를 몰다가 사망 사고를 내 실형을 선고받았다. 당시에 차를 갖고 가지 않고 술을 먹은 선배의 심부름으로 운전대를 잡았다가 사건·사고에 휘말렸다. 사건이 일어난 뒤에는 수습해도 문제다. 문제가 일어나기 전에 선수들에게 끊임없이 관련 내용을 인지시키고, 구단도 계획적으로 일할 필요가 있다. 프로라면 알아서 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하지만, 프로야구 원년부터 끊임없이 음주 운전 사고가 일어난다는 것은 그렇지 못하다는 방증이다. 그래서 감독의 역할이 더 무거워졌다. 야구장 안팎에서 선수를 관리해야 하는 '매니저'가 돼야 한다.

이제 곧 선수단이 스프링캠프에서 돌아온다. 시범 경기를 하면 1.5군에 속한 선수들의 이동이 수없이 반복된다. 개막을 맞이하면 최종엔트리에서 제외된 선수들이 짐을 싸게 된다. 감독을 비롯한 코치진과 프런트가 좀 더 신경 써야 하는 순간이다. 그렇지 않으면 윤대영 같은 사건·사고가 계속 반복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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