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나갔던 야구와 농구의 부진, 그래도 풋볼 때문에 웃는 샌프란시스코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와이드리시버 엠마누엘 샌더스(왼쪽)가 1일 미국 애리조나주 글렌데일의 스테이트 팜 스타디움에서 열린 애리조나 카디널스와의 2019 미국프로풋볼(NFL) 9주차 경기에서 터치다운하고 있다. 글렌데일 | AP연합뉴스
야구와 농구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래도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은 여전히 미소지을 수 있다. 화려하게 부활한 풋볼 때문이다.
1일 열린 2019 미국프로풋볼(NFL) 9주차 경기에서,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는 애리조나 카디널스의 4쿼터 맹추격을 따돌리고 28-25로 이겼다.
이날 승리로 샌프란시스코는 개막부터 8연승 무패 행진을 질주, 내셔널풋볼콘퍼런스(NFC) 서부지구 선두를 굳게 지켰다. 현재 NFL에서 무패를 기록 중인 팀은 샌프란시스코와 현 NFL 최강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8승) 뿐이다. 하필 같은 지구에 러셀 윌슨이 이끄는 시애틀 시호크스(6승2패)와 제53회 슈퍼볼 준우승팀 LA 램스(5승3패)가 있어 크게 도드라져 보이지는 않지만, 몇 년간 이어져오던 부진을 끊어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분명 괄목할 성과다. 샌프란시스코가 개막 8연승으로 시즌을 시작한 것은 1990년 10연승 이후 29년만에 처음이다.
4연승을 달릴 때까지만 하더라도 크게 신경쓰는 사람이 없었다. 첫 4경기에서 샌프란시스코가 만난 팀은 탬파베이 버커니어스(2승5패), 신시내티 벵갈스(8패), 피츠버그 스틸러스(3승4패), 클리블랜드 브라운스(2승5패) 등 비교적 약체 팀들이었다. 그러나 5주차 경기에서 램스를 꺾으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8주차에서 당시 4연승을 달리던 캐롤라이나 팬서스를 51-13으로 대파하며 지금의 호성적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입증했다.
사실 샌프란시스코는 NFC를 대표하는 풋볼팀 중 하나다. 1980년대 전설의 쿼터백 조 몬태나와 함께 1981년부터 1989년까지 4번의 슈퍼볼 우승을 차지했고, 1981년부터 1998년까지 딱 2번을 제외하고 모두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이후 잠시 부진에 빠지긴 했으나 2013년 제47회 슈퍼볼에 오르는 등 그 명성을 이어갔다. 하지만 최근 5년간은 딱 한 번 5할 승률을 기록했을 뿐, 침체기에 빠져 있었다.
샌프란시스코가 이렇게 부활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탄탄한 수비 덕분이다. 올해 신인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뽑은 디펜시브 엔드 닉 보사가 주축이 된 샌프란시스코 수비진은 현재 8경기에서 102점, 경기당 평균 12.75점만 내주며 NFC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렇다고 공격이 약한 것도 아니다. 부상에서 돌아온 쿼터백 지미 가라폴로가 이끄는 샌프란시스코 공격진은 8경기 235점으로 역시 NFC 1위다. NFL 전체에서 샌프란시스코보다 득점과 실점이 모두 좋은 팀은 뉴잉글랜드(250득점·61점) 뿐이다.
풋볼의 선전은 야구와 농구의 부진에 실망한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의 마음을 달래고 있다. 풋볼 외 샌프란시스코 지역을 연고로 하는 팀은 메이저리그(MLB)의 자이언츠, 그리고 미국프로농구(NBA)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있다. 하지만 2010년대 3번이나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자이언츠는 최근 3시즌 연속 5할 승률 미만에 그치고 있다. 에이스 메디슨 범가너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샌프란시스코를 떠날 것으로 보이며 오랫동안 팀을 이끌었던 브루스 보치 감독도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지난 5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올라 3번이나 우승을 차지해 왕조를 건설했던 골든스테이트는 이번 시즌 1승3패로 시즌을 시작했다. 케빈 듀란트, 안드레 이궈달라, 숀 리빙스턴 등 핵심 멤버들이 모두 빠진 가운데 스테픈 커리마저 손목 골절 부상으로 장기 결장하게 되면서 이번 시즌 전망이 불투명하다. 특히 골든스테이트가 이번 시즌부터 샌프란시스코에 새로 지은 체이스 센터를 홈으로 쓰게 되면서 더욱 아쉬움이 크다.
시즌 절반을 마친 샌프란시스코는 오는 13일 시애틀과 한 판 승부를 펼친다. 윌슨이 이끄는 시애틀은 결코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지만, 지금의 샌프란시스코라면 결코 넘지 못할 벽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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