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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먹고 타석 섰더니..공 밖에 안 보여" 은퇴선수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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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메이저리거 라스 앤더슨이 각성제 아데랄을 복용한 뒤 야구경기에 나선 경험을 고백했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나는 그 전까지 타석에서 슬럼프에 빠져 있었다. 그런데 약을 먹고 난 다음 날은 완전히 달랐다. 더블헤더 2경기에서 7타수 12안타(농담이다, 홈런 하나와 2루타 2개를 포함한 7타수 5안타였다)를 쳤다."

"공을 치는게 어렵지 않았다. 대기 타석에서 날 괴롭히던 결과에 대한 불안감은 사라졌다. 타석에서 오직 공만 보였다. 야수는 보이지 않았다. 투견처럼 보이던 투수가 이때는 귀여운 퍼그로 느껴졌다."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3년 동안 뛰었던 라스 앤더슨은, 2016년 시즌을 다저스 산하 마이너리그 팀에서 마친 뒤 미국에서 팀을 구하지 못했다. 2017년에는 미국을 떠나 일본 시고쿠 독립리그에 속한 고치 파이팅독스 유니폼을 입었다.

그는 4일(한국시간) 디애슬레틱에 쓴 기사에서 이때 각성제 아데랄에 손을 댔다고 털어놨다.

앤더슨은 비가 많이 온 여름이 지난 뒤 더블헤더 경기가 많아지고 피로가 쌓이면서 병원에 방문했는데, 의사가 아데랄을 권유했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에는 이 약이 PED(경기력향상약물)에 포함되기 때문에, 또 적발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거절했다가 어느날 딱 한번 입에 넣었다고 썼다.

앤더슨의 고백은 단순히 자신의 경험을 얘기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는 미국에서 뛴 10년 동안 선수들이 어떻게 이 약에 접근하고 복용하는지 공개했다.

▲ 라스 앤더슨.

그는 "메이저리그 공동 약물 예방 및 치료 프로그램이 생긴 첫 해 프로야구 선수가 됐다. 우습게도 선수들은 처방전을 받아 아데랄을 합법적으로 복용했다. 아데랄은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 치료제로 쓰인다. 크리스 데이비스가 아데랄을 약으로 쓴다.

이 약을 합법적으로 처방받은 이들은 도핑 테스트에서 반드시 아데랄 양성 반응이 나타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필요할 때만(경기력을 높이기 위해)' 약을 복용한다는 의심을 받기 때문이다.

앤더슨은 이 과정을 알려준 전 선수 맷 파레로부터 확인했다. 문제는 아데랄 장기 복용이 부작용을 낳는다는 데 있다. 부정 사용을 막기 위한 규정이 오히려 선수들을 해친다는 얘기다. 아데랄은 식욕 부진, 탈수, 두통, 현기증, 불면증, 체중 감량 등의 부작용이 뒤따른다.

그는 나아가 "처방전 없는 동료에게 아데랄을 나눠주는 장면을 봤다. 선수가 가족이 받은 약을 먹는 것도 봤다. 일본에서는 허가 없이 아데랄을 소지하기만 해도 경찰차를 타는데!"라고 돌아봤다.

앤더슨은 "경기력에 영향을 끼치는 약물을 일부 선수들만 복용하는 것도 문제지만, 합법적으로 약의 효과에 의존해야하는 선수들에게 이를 제한하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우리가 논의해야할 문제는 그 선이 어디에 있는지, 어디부터 불공정 경쟁이 되는지를 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앤더슨은 2017년 일본 독립리그 생활을 마치고 2018년 독일 야구 분데스리가 졸링겐 앨리게이터스에서 뛰었다. 지금은 선수 생활을 접고 디애슬레틱에서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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