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배구 대 참사 … 44년 만에 예선 탈락
‘배구 여제’ 김연경(30·터키 엑자시바시)도 소용없었다. 한국 여자배구가 44년 만에 세계선수권에서 예선 탈락했다.
여자배구 세계 10위 한국은 4일 일본 고베에서 열린 2018 세계여자배구선수권 C조 조별리그 5차전에서 트리니다드 토바고(34위)를 세트스코어 3-0으로 이겼다. 하지만 1승4패로 조 5위에 그친 한국은 4위까지 주어지는 2라운드(16강)행 티켓을 손에 넣지 못했다. 한국은 1차전에서 태국(16위)에 2-3으로 졌고, ‘한 수 아래’라는 아제르바이잔(24위)에는 1-3으로 졌다. 세계 2위 미국과 5위 러시아에도 져 4연패를 당했다. 세계선수권 참가국이 24개국으로 늘어난 1974년 이후 한국이 본선 1라운드에서 탈락한 건 처음이다.
4년마다 열리는 세계선수권은 2020 도쿄올림픽 메달이 목표인 한국 여자배구에는 매우 중요한 대회다. 랭킹 포인트가 가장 많이 걸린 대회인데, 올림픽 세계예선 조 편성이 세계랭킹에 근거해 진행된다. 한국은 예선 탈락으로 현재 순위를 유지하기 힘들다. 메달은커녕 올림픽 출전권조차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예고된 참사였다. 대표선수 14명의 명단이 발표되자 배구계 내부에서까지 비판이 쏟아졌다. 세계선수권은 축구로 치면 월드컵에 맞먹는 대회인데, 박은진(19·선명여고3), 이주아(18·원곡고3), 정호영(17·선명여고2) 등 고교생을 3명이나 뽑았기 때문이다. 차해원 대표팀 감독(사진)은 올해 첫 국제대회인 네이션스리그부터 고교생 선수에 집착했다. 차 감독은 “김연경은 도쿄올림픽이 사실상 마지막이다. 그 이후의 세대교체를 바라본 선발이다. 어린 선수들의 가능성을 찾고 싶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문제는 이들을 뽑고도 정작 경기에선 거의 쓰지 않은 점이다. 주전 미들블로커 양효진(현대건설)이 발목을 다치면서 박은진이 투입됐을 뿐, 나머지 두 선수는 몸만 풀다 끝났다. 경험은 고사하고, 노장 주전들은 세계적 강팀과 휴식 없이 싸워 지친 가운데, 엔트리만 낭비한 셈이다. 또한 김해란(흥국생명), 나현정(GS칼텍스), 오지영(KGC인삼공사) 등 리베로를 세 명이나 뽑은 것도 무리수였다. 엔트리가 모자라 윙스파이커는 3명밖에 뽑지 못했는데, 이소영(GS칼텍스)이 대회 도중 부상을 당하면서 김연경과 이재영(흥국생명)의 체력 부담이 커졌다.
일정 관리도 낙제점이었다. 여자 대표팀은 5월부터 네이션스리그, 아시안게임, AVC컵, 세계선수권까지 네 개의 국제대회에 참가했다. 김연경 등 주전급 선수들은 AVC컵을 뺀 세 개 대회에서 30경기 가까이 소화했다. 5개월간 정규시즌 30경기를 치르는 V리그를 한 시즌 뛴 셈이다. 김희진은 네이션스리그 전 경기를 소화한 뒤 부상으로 세계선수권에 출전도 못 했다. 대표팀 1, 2진을 적재적소에 활용한 태국·일본 등 경쟁국과 대조적이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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