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팀 마스크는 왜 이래".. 코로나19가 만든 K리그 장외전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020년 K리그 경기장의 풍경은 이전과는 크게 달라졌다. 아무래도 가장 큰 변화는 '무관중'이고, 관중 없이 경기를 해야 한다는 경험하지 못했던 조건이 또 달라진 모습을 만들고 있다.
다른 종목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인원이 현장에서 함께할 수 있는 축구장에 팬들이 없다는 것은 팥 없는 붕어빵 같은 허탈감을 안겨준다. 규모가 작은 축구전용구장도 2만명 관중은 수용 가능하고 6만5000명 구름관중이 가능한 상암을 비롯해 월드컵경기장들은 최소 4만명 이상이 들어갈 수 있는 대형 스타디움이니 좀처럼 채우기 힘든 허전함을 주고 있다.
팬이 없는 프로스포츠는 존재 가치가 없기에 당연히 '기운'을 받지 못하는 선수들이 가장 괴롭다. 여기에 더해 다른 관점에서 선수들 버금가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도 있는데, 바로 각 구단 프런트들이다.
"예전에는 어떻게 하면 팬들이 경기장을 찾을 수 있을지 고민했고 경기장을 찾아준 팬들에게 무엇을 해드릴 수 있을지를 걱정했는데 지금은 경기장에 올 수 없는 팬들을 위해, 텅 빈 경기장을 채우기 위한 일들을 찾아야 한다. 그것이 더 어려운 숙제인 것 같다."
한 구단 마케팅 담당자의 푸념이다. 해당 인물뿐 아니라 거의 모든 구단 직원들이 대동소이한 고민을 품고 있는 2020시즌이다. 또 다른 구단 관계자는 "머리에 쥐가 날 것 같다. 부담이 장난 아니다"면서 "다른 구단들과는 차별화된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고민을 하고 있는데 쉽지 않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독창성을 발휘할 수 없다면, 적어도 '우리 구단은 왜 못해'라는 지적은 피해야한다는 분위기가 암묵적으로 조성됐다. 대표적인 것이 구단의 정체성을 담은 '마스크'다.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경기장에서 뛰는 선수들이 아닌 모든 관계자들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해야한다. 벤치에 대기하는 선수들은 물론 감독 역시 마스크를 착용한 채 선수들에게 지시해야한다. 처음에는 그저 불편한 족쇄로만 여겼던 마스크였고 때문에 대다수 클럽들의 감독과 선수들은 각자가 알아서 구입한 마스크를 착용했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현재 마스크는 가장 유용한 '홍보도구'다. 무관중 경기로 진행되는 대신 거의 모든 라운드가 전파를 타게 되면서 감독들과 벤치 멤버들이 착용하고 있는 마스크가 중계화면을 통해 팬들에게 많이 노출되는 것을 착안, 각 팀들은 서둘러 '우리만의 마스크'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출발은 디펜딩 챔피언 전북현대였다.
지난 8일 수원삼성과 시즌 공식 개막전을 홈에서 치른 전북은, 첫 경기 때부터 고유색인 녹색 바탕에 모기업 현대자동차 이미지까지 가미시킨 제작 마스크를 선보였다. 10일 스틸야드에서 펼쳐진 포항과 부산의 경기에서도 김기동 포항 감독은 구단의 로고가 새겨진 마스크를 착용했다.
하지만 그 외 구단들의 감독들은 평범한, 일반적인 마스크였다. 화들짝 놀란 탓일까. 2라운드 때부터는 달라졌고 지금은 대부분의 팀들이 '구단만의 마스크'를 선보이고 있다.
한 구단 관계자는 "아무래도 다른 팀들의 홈 경기 운영 모습을 살피게 된다. 독창성을 갖춘 우리만의 콘텐츠가 있다면 가장 좋겠으나 적어도 다른 팀들은 하고 있는데 우리만 빼먹는 일은 없어야 하기에 여기저기 많이 참고하고 있다"고 현실을 이야기했다.
팬들의 응원 구호나 응원가 혹은 상황에 따라 야유를 트는 것 등 녹음된 음향 파일을 재생시켜 마치 관중들이 경기장에 있는 것과 같은 효과를 노리는 것도 다양한 구단에서 진행하고 있는 아이디어다. 홈 경기를 앞두고 미리 팬들의 응원 메시지를 받아 대형 통천이나 전광판, LED 광고판 등에 노출시키는 것 역시 여러 팀들이 실시하고 있는 방안이다.
구단 관계자는 "장외전쟁을 치르는 느낌"이라고 웃은 뒤 "팬들과 함께 했던 때가 행복했다는 생각이 더더욱 많이 들고 있는 요즘이다. 빨리 코로나19가 종식돼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말로 현재의 고충을 에둘러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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