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종의 '분투', 안치홍의 '원맨쇼'... KIA는 대체 왜 추락했나
다사다난했던 2018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야구계를 둘러싼 논란이 끊이질 않았던 한 해이지만, 올해도 800만 관중을 돌파하면서 여전히 KBO리그는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SK 와이번스가 두산 베어스를 꺾고 8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지난 10일 열린 골든글러브 시상식을 끝으로 올 시즌 KBO리그 일정이 모두 마무리됐다.
연말을 맞이해 10개 구단이 어떻게 한 시즌을 보냈는지 정리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여섯 번째 팀은 왕좌의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내려온 5위 KIA 타이거즈다. 2017년 통합 우승팀답게 정규시즌 개막 전부터 KIA에 쏠리는 기대와 관심이 다른 팀들보다 컸던 게 사실이다. 많은 전문가가 KIA, SK, 두산 이렇게 세 팀이 3강 체제를 구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3강으로 분류됐던 팀들 가운데 유일하게 KIA만 예상과 다른 행보를 보였다. 한화 이글스와 넥센 히어로즈가 치고 올라오면서 KIA가 중위권까지 떨어졌고, 한때 5위 자리를 내주기도 했다. 아슬아슬하게 5위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했지만, 이들의 가을야구는 하루 만에 끝을 맺었다. 단지 3년 연속으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았다는 점에 의의가 있는 시즌이었다. 팬들이 한숨을 내쉬는 날이 많았던 KIA의 2018 시즌을 돌아본다.
'디펜딩챔피언은 어디로' KIA의 자존심이 무너졌다
▲ 양현종, '1회부터 위기라니' 27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1회말 무사 만루에서 KIA 선발 양현종이 투구 준비를 하고 있다. 2018.9.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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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타격 지표부터 개인 기록까지 디펜딩챔피언의 모습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시즌에는 양현종과 헥터뿐만 아니라 선발 임기영의 깜짝 활약, '트레이드 이적생' 이명기와 김민식 등 여러 선수의 고른 활약으로 시즌 초반부터 줄곧 선두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올핸 상위권에서 시즌을 시작하지도 못했고, 모든 게 꼬이고 말았다.
지난해 팀 타율, 타점, 득점권 타율, 2루타, OPS 등 주요 팀 타격 지표에서 KIA는 맨 위에 있었다. 대폭 하락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지난 시즌만큼의 위력을 보여주진 않았다. 2017년의 KIA 타선은 1번부터 9번까지 쉬어갈 타순이 보이지 않아서 상대 투수들에게 위압감을 줬다면, 올 시즌에는 KIA 타자들을 상대하는 투수 입장에서 크게 부담감을 느끼지 않았다.
버팀목이 됐던 선발 야구는 헥터 노에시와 양현종이 등판했을 때만 볼 수 있었다. 믿었던 팻딘은 팀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임기영까지 이렇다 할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자 김기태 감독은 '마무리' 임창용을 선발로 전환하는 초강수를 뒀다. 사실상 '보직 파괴'에 가까운 운영으로 한 시즌을 버텼다. 시즌 내내 고정으로 활약한 국내 선발 투수는 양현종 딱 한 명뿐이었다. 안정감 있게 투수들을 리드해야 하는 주전 포수 김민식 또한 여러모로 실망스러운 모습을 남겼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은 제도상 2연승을 거둬야만 하는 5위 팀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그나마 '역대급'이라고 불리는 2016년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LG 트윈스를 만난 KIA가 2차전까지 끌고 가면서 명승부를 연출했다. 팬들은 준플레이오프 진출 여부와 관계없이 내심 이 때의 경기력을 보여주길 원했지만, 포스트시즌이 시작하기도 전에 많은 힘을 쏟아부었다. 2년 전과 결과는 같아도 느낌은 분명히 달랐다.
양현종-헥터, 안치홍의 고군분투만으로는 부족했다
▲ 안치홍, 2타점 역전 적시타 지난 1일 오후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6회말 1사 2, 3루 상황에 KIA 안치홍이 2타점 역전 적시타를 치고 1루로 달려가고 있다. 2018.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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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선수가 부진한 것은 아니다. 마운드에서는 지난해에 이어 양현종과 헥터가 나머지 선발 투수들의 부진에도 꿋꿋하게 선발진을 지켰다. 각각 13승, 11승을 기록했고 두 투수 모두 17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나란히 20승을 기록했던 지난해보다 성적이 초라했으나 두 투수 중에서 한 명만 부진했어도 KIA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없었다.
타선에서는 안치홍이 홀로 원맨쇼를 펼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한때 4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할 정도로 타격감이 절정에 달했고, 타순을 변경해 4번 타자로 나서는 일이 많아지기도 했다. 내년 시즌 종료 이후 FA 자격 취득이 유력한 만큼 팀 내에서 올겨울을 따스하게 보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안치홍과 더불어 김주찬(타율 0.340 18홈런 93타점), 최형우(타율 0.339 25홈런 103타점)도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다했다.
그러나 몇몇 타자만의 활약으로 더 높은 곳을 바라볼 순 없었다. 외국인 타자 로저 버나디나, '지난해 타격왕' 김선빈 등 대부분의 타자가 지난해보다 부진한 편이었다. 쉴 틈 없었던 KIA 타선의 장점이 사라지면서 뚜렷한 색깔을 찾기 어려웠고, 높은 타율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었다. KIA만의 색깔을 입히거나, 지난해처럼 라인업에 포진된 모든 타자의 활약이 요구된다. 이도 저도 아닌 야구로 다시 정상에 도전하기는 쉽지 않다.
외국인 전원 교체 승부수 던진 KIA의 2019시즌, 정상 도전 가능할까
▲ 역투하는 헥터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KIA의 경기. KIA 선발투수 헥터가 역투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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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는 올 시즌이 끝나고 외국인 타자 버나디나, 외국인 투수 헥터와 팻딘을 모두 재계약하지 않았다. 헥터의 경우 세금 문제로 재계약이 불발됐고, 성적으로 보여준 게 없었던 팻딘은 더 기회를 받을 수 없었다. 2년 연속으로 3할 타율과 20홈런-20도루를 기록한 버나디나는 구단의 결정에 따라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이들을 대신해 타자 제레미 헤즐베이커, 투수 제이콥 터너와 조 윌랜드가 영입되면서 외국인 선수 구성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아직 외국인 선수들을 교체했을 뿐 뚜껑을 열어보지 않은 상태에서 성공 여부를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한두 명이 아닌 전원 교체라는 점에서 다시 위로 올라가겠다는 KIA의 강한 의지가 엿보인다.
국내 선수 구성에는 큰 변동 사항이 없다. 그저 기존에 있던 선수들이 잘해줘야 다시 팀이 상위권으로 오를 기회가 찾아온다는 이야기다. 걱정되는 것은, 선수단의 평균 연령이 올 시즌 1~4위 팀보다 높다는 점이다. 팀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가 나와야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지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지금 팀 사정이 그렇지 못하다. 한 시즌만 반짝 우승하는 팀이 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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