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 윌리엄슨은 ‘현대판 바클리’가 될 수 있을까
포워드 / 2000년 7월 6일생 / 201cm, 127.9kg
01.
경기가 끝났을 때 승리팀 선수들은 우승한 것처럼 기뻐 날뛰었고, 마이크 슈셉스키 감독은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패배팀 선수들은 눈앞에서 우승을 놓친 것 마냥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다. 패배팀을 응원해오던 홈팀 관중들의 목소리도 갈수록 작아졌다. 2월 14일(한국시간)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열린 대학농구 루이빌대와 듀크대 경기 후 풍경이다.
듀크는 이날 역사를 썼다. 후반 한때 23점차나 밀리던 경기를 기어이 따라잡아 역전승(71-69)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터지기 시작한 외곽슛, 압박수비, 그리고 뒤따른 루이빌의 성급한 플레이와 실책. 한 전문가는 후반전의 마지막 9분을 ‘pure panic’이라 표현할 정도로 깜짝 반전이었다.
1950년 툴레인 대학 전에서의 31점차를 뒤집은 이래 역대 2위 기록이며, 슈셉스키 감독 부임이래 최다 점수차 역전승 기록이기도 하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슈셉스키 감독은 “30분간은 그들이 압도했다. 정말 플레이를 잘 했다. 어쩌면 그들이 더 이길 자격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도 굉장히 훌륭했다”며 우여곡절 끝에 거둔 승리를 총평했다.
역전승을 일군 주역들은 환하게 웃었다. 그 중 추격의 신호탄을 터트린 주역은 미디어 인터뷰를 통해 한 번 더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였다. 파울트러블에도 불구, 연이은 자유투 획득으로 분위기를 바꾼 자이언 윌리엄스가 주인공이다. 23점차를 쫓는 과정에서 몇 차례 중요한 플레이를 성공시킨 그는 27득점(자유투 8-9) 12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압도적인 피지컬과, 엄청난 파괴력, 바디 컨트롤 능력이 조화를 이룬 윌리엄슨은 엄청난 3점슛을 터트린 캐머룬 래디쉬와 함께 루이빌을 압도했다. 전국에서 가장 지켜볼 가치가 있는 선수임을 또 한 번 증명했다. 2019년 6월 NBA 드래프트에서 가장 먼저 이름이 불릴 선수가 누구인지도.
경기 후 그는 추격을 포기하지 않은 이유를 어머니에게서 찾았다. 경기 후 듀크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어머니는 항상 벤치 뒤에 계신다. 늘 나의 경기를 함께 해주셨다. 내가 열심히 뛰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었다. ‘괜찮아. 계속 너다운 플레이를 해! 코트에 서면 본때를 보여주라고!’ 어머니 목소리를 듣는 순간 모든 실망감은 사라졌고, 그들을 꺾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 듀크-루이빌 풀 경기 링크(유튜브)
https://www.youtube.com/watch?v=I5g55uZLdT0
※ 바쁜 분들을 위한 추격전 H/L
02.
내가 자이언 윌리엄스에 대해 알게 된 건 출장길 공항에서 구입한 《슬램》 매거진 덕분이었다. 전 세계로 수출되는 《슬램》 매거진의 표지를 장식한다는 것은 굉장히 상징적인 일이다. 르브론 제임스, 벤 시몬스, 존 월, 앤써니 데이비스 등이 커버에 등장했었다. 물론 스타가 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오스틴 리버스, 랜스 스티븐슨 등은 NBA 선수가 되긴 했지만 그리 성공한 표지 모델은 아니었고, 그렉 오든은 부상으로 더 올라서지 못했다. 고교시절 르브론과 표지를 함께 장식했던 세바스찬 텔페어는 ‘The Takeover’라는 의미심장한 헤드라인과 함께 등장했지만, 지금은 기억하지 못하는 선수가 됐다.
‘고교생’ 자이언 윌리엄스는 단독으로 표지를 장식했다. 16살의 나이에.
“자이언 윌리엄스를 맞을 준비가 되셨습니까?”라는 헤드라인 “위에는 16살에 6피트 7인치이며, RUSS(러셀 웨스트브룩)처럼 폭발적이고, 르브론(제임스)처럼 덩크한다”는 친절한 설명도 있다.
지금까지 이런 1학년은 없었다. 그는 유망주인가, 슈퍼스타인가.
세계적인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인스타그램에 아예 ‘zionupdate’라는 해시태그를 이용해 꾸준히 자이언 소식을 올리고 있다. 이슈가 되고 돈이 되는 선수임을 확인한 것이다. 이를 통해 업데이트 되는 소식 중에는 최근 있었던 ‘농구화 → 부상’ 이슈도 있었다. 한국에서는 ‘나이키 농구화 사건’으로 인해 자이언이 더 이름을 알리게 됐다. 농구화가 터지고 이로 인해 부상을 입었으며, 이 때문에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과의 라이벌전이 엉망이 되면서 나이키 주가마저 하락했으니 어찌 기사감이 아닐 수 있겠는가. 단편적 보도에 그쳐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그만큼 그의 부상은 글로벌한 이슈가 됐다.
03.
지난 1월, 시라큐스 대학은 연장 접전 끝에 듀크 대학에 95-91로 간신히 승리했다. 시라큐스 대학의 지역방어에 잡힌 듀크는 이날 3점슛만 43개를 던져 겨우 9개만을 성공시켰다. 외곽 자원들의 부상 악재까지 겹치면서 연장전을 버티지 못했다.
그 와중에 자이언 윌리엄슨은 44분간 35득점 10리바운드를 기록했는데, 상대 지역방어에 제법 의연하게 대처하면서 수비를 공략했다. 윌리암슨의 경기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4쿼터 막판, 경기를 뒤집을 중요한 자유투 2개를 얻어 하나만을 성공시키면서 연장까지 가야했지만 전체적으로 지역방어를 상대로 무리하지 않고 팀이 원하는 방향대로 움직이면서 할 일을 다 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이날의 35득점은 듀크 역대 1학년 중 최다 득점 기록이기도 했다. (이전 기록은 2003년 JJ 레딕, 지난 시즌 마빈 배글리가 세운 34점)
경기 후 시라큐스의 짐 뵈이하임 감독은 자이언 윌리엄슨을 이렇게 평가했다. “그 아이는 괴물이다.”
뵈이하임 감독은 “경기내내 빅 키드(big kid)를 막느라 애먹었다. 수비하기 힘든 선수고, 멈출 수가 없는 선수였다”라고 돌아봤다. 같은 날, 그는 이런 평가도 했다. “옛날 찰스 바클리를 생각나게 하는 선수다. 물론 찰스처럼 뚱뚱하진 않다. 슛도 더 잘 던지고.”
페니 하더웨이 감독은 "자이언은 찰스 바클리를 많이 닮았다. 운동능력은 찰스보다 낫다"고 평가했고, 당사자인 바클리 역시 자이언에 대해 "판타스틱한 선수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
바클리는 오번 대학 시절 ‘리바운드 하는 둥근 산’, ‘냉장고’ 등의 별명을 달고 살았다. 키는 작지만 육중한 몸으로 상대 골밑을 부수고 다녔다. 그런데도 운동능력이나 스피드도 뛰어나 상대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바비 나이트를 비롯한 그 시대 감독들은 바클리에 대해 ‘뚱뚱했다’라고 말을 한다. 당시 바클리의 체중이 252파운드(114kg)였다.
그런데, 듀크대가 매 경기 배포하는 게임노트에 나온 자이언 윌리엄슨의 공식 몸무게는 무려 282파운드(127.9kg)다. 대학시절 바클리보다도 10kg이상 더 나간다.
그럼에도 불구, 그는 웨스트브룩처럼 돌진해서 르브론처럼 마무리한다. 고교시절에는 2019년 슬램덩크 챔피언인 하미두 디알로와 슬램덩크 1인자를 놓고 다투었을 정도로 탄력이 엄청나다. 그 몸으로 원맨 앨리웁을 비트윈 더 렉 덩크로 마무리한다. (《워싱턴 포스트》는 “제발, 자이언! 내년에는 네가 슬램덩크 대회를 더 재밌게 만들어주길 기대한다!”라는 내용의 기사를 내기도 했다.)
2018-2019시즌 NBA선수 평균 몸무게가 219파운드, 약 99.8kg다. 또 개막전 로스터를 기준으로 270파운드(122kg)를 초과하는 선수는 딱 10명뿐이다. 그런데 이중에서도 윌리엄슨보다 체중이 더 나가는 선수는 보반 마리야노비치(필라델피아 76ers, 290파운드/131kg)뿐이다.
드마커스 커즌스, 자자 파출리아, 브룩 로페즈 등이 NBA에서 가장 무거운 편에 속하는 빅맨들인데, 윌리엄슨은 이보다도 더 몸이 무겁다는 의미다. 그렇지만 결코 ‘뚱뚱하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ㅡㅡ지우지 말아 주세요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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