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클의 자격' 지소연, 또 한번의 운명의 한일전 넘어 첫 우승 가자!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의 '월드 클래스' 지소연이 호주와의 8강전에서 득점한 뒤 기뻐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MHN스포츠 이규원 기자) "이제는 강한 팀을 이길 때가 됐는데, 감사하게도 오늘이 그날이었다. 지소연은 정말 재능이 있는 '월드 클래스' 선수다"(콜린 벨 한국 대표팀 감독)

"힘든 경기였지만 강한 호주를 이겼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이제 4강에 갔으니 오늘까지만 좋아하고 결승 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지소연) 

한국 여자축구대표팀이 '강호' 호주를 꺾고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준결승에 오르며 3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콜린 벨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은 30일 인도 푸네의 시리 시브 차트라파티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호주와 여자 아시안컵 8강전에서 후반 42분에 터진 지소연(첼시)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으로 이겼다.

조별리그 2승 1무로 C조 2위에 오른 한국은 이날 3전 전승을 거둔 B조 1위 호주를 넘으면서 2014년 대회(4위) 이후 8년 만에 4강에 진출했다.

우리나라는 이번 대회에서 사상 첫 아시안컵 우승을 노린다.

직전 2018년 대회에서 한국은 5위를 기록했고, 역대 최고 성적은 2003년 대회에서 기록한 3위다.

더불어 한국은 2023년 호주·뉴질랜드가 공동 개최하는 여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게 됐다.

이번 대회에선 상위 5위(호주 포함 6위) 안에 드는 팀에 월드컵 본선 티켓이 주어진다.

월드컵 출전권을 따내며 하나의 목표를 이룬 한국은 이제 다음 달 3일 대만-필리핀 8강전의 승자와 결승 진출을 놓고 겨룬다.

호주와의 여자 아시안컵 8강전에서 승리한 뒤 콜린 벨 감독이 지소연과 포옹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이번 경기는 특히 잉글랜드 여자슈퍼리그(WSL) 첼시 위민에서 한솥밥을 먹는 양 팀의 에이스 지소연과 샘 커의 맞대결에도 관심이 쓸렸다.

커는 이날 경기 전까지 A매치 107경기에서 56골을 터뜨린 호주 역대 A매치 최다 득점자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 인도네시아와 1차전(호주 18-0 승)에서 다섯 골을 몰아넣으며 호주 남자 선수 1위였던 팀 케이힐(50골)을 넘어섰다.

커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 3경기에서 모두 골 맛을 보면서 호주의 24득점 중 7골을 책임졌다.

하지만 커는 지소연 앞에서는 침묵했다.

반면 지소연은 커 앞에서 이날 경기의 유일한 골을 터트리며 한국 여자축구의 매운맛을 보여줬다.

지소연도 남녀를 통틀어 한국의 역대 A매치 최다 득점자다.

호주전까지 이번 대회에서 4골을 넣은 지소연은 한국 선수 A매치 최다 골 기록을 63골(135경기)로 늘렸다.

최유리를 최전방에 세운 한국은 2선에 손화연(이상 현대제철), 지소연, 조소현(토트넘), 이금민(브라이턴)을 배치해 호주에 맞섰다.

조소현은 이날로 A매치 통산 137번째 경기에 출전해 차범근 전 국가대표 감독, 홍명보 울산 현대 감독(이상 A매치 136경기 출전)을 넘어 한국 선수 역대 A매치 최다 출전 1위 기록을 세웠다.

장슬기(현대제철)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으로 결장한 가운데 수비진은 추효주(수원FC), 심서연(스포츠토토), 이영주(마드리드 CFF), 임선주, 김혜리(이상 현대제철)가 구성했다.

골키퍼는 김정미(현대제철)가 맡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8위인 한국은 11위 호주의 맹공에 다소 애를 먹었지만, 전반전은 실점 없이 잘 버텨냈다.

전반 19분 페널티 아크로 쇄도한 호주 메리 파울러의 왼발 슛은 골키퍼 김정미의 선방에 막혔고, 1분 뒤 코너킥 상황에서 샘 커의 헤딩은 골대를 강타했다.

위기를 넘긴 한국도 반격에 나섰으나 전반 22분 조소현이 페널티 아크 오른쪽 부근에서 찬 오른발 중거리 슛이 골대를 벗어났다.

조소현(가운데)은 A매치 통산 137번째 경기에 출전해 한국 선수 역대 A매치 최다 출전 1위 기록을 세웠지만 페널티킥을 실축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대한축구협회 제공]

한국은 전반 34분 페널티킥으로 좋은 기회를 얻었다.

이금민이 케이틀린 풀드와 충돌 후 넘어졌고, 비디오판독(VAR)을 거쳐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하지만 키커로 나선 조소현의 오른발 슛이 높이 뜨면서 한국의 선제골은 무산됐다.

0-0으로 전반을 마친 한국은 후반 들어 조금씩 기세를 높였으나 후반 6분 최유리의 패스를 받은 이금민의 오른발 슛과 4분 뒤 조소현의 헤딩 슛은 상대 골키퍼에게 막혔다.

호주도 후반 31분 커가 골 지역 정면에서 찬 오른발 슛이 빗나가면서 균형은 깨지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후반 32분 최유리를 이민아(현대제철)로, 40분엔 손화연을 여민지(한수원)로 교체해 '한 방'을 노렸다.

그리고 후반 42분 기다리던 득점포가 터졌다.

이금민의 패스를 받은 지소연이 재빠르게 돌파하며 페널티지역 왼쪽 부근에서 오른발로 강하게 때린 슛이 그대로 골대로 빨려들어갔다.

한국이 호주와 A매치에서 승리한 건 2010년 10월 23일 피스퀸컵(2-1 승) 이후 약 12년 만이다.

이로써 한국은 호주와 상대전적에서 3승 2무 13패를 기록하게 됐다.

한편, 같은 시간 열린 다른 8강전에선 대회 3연패에 도전하는 일본이 태국을 7-0으로 격파하고 4강에 진출, 월드컵 본선행도 확정했다.

일본은 스가사와 유이카의 네 골과 미야자와 히나타, 스미다 린, 우에키 리코의 득점포를 엮어 완승했다.

한국 대표팀은 지난 27일 일본과의 조별리그 C조 최종 3차전에서 1-1로 비기며 조별리그 전체 골 득실을 비교한 끝에 한국(+5)은 일본(+8)에 이어 C조 2위로 8강에 올랐다.

이날 한국과 일본에 승리하며 결승전에서는 운명의 한일전 재격돌이 점쳐지고 있다.

▲ 2022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8강전 전적
한국 1(0-0 1-0)0 호주
△ 득점 = 지소연(후42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