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말 계약만료인데 세계탁구선수권 난감

부산 세계탁구선수권대회 조직위원회가 흔들리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대회가 연기된 데 따른 후유증이다.

부산시와 대회 조직위는 지난달 24일 “국제탁구연맹(ITTF)의 권고에 따라 세계탁구선수권대회 개막을 3월 22일에서 6월21일로 3개월 늦춘다”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보름이 지났지만 연기에 따른 후속 조치는 전무하다. 조직위를 현재대로 유지해야 할지, 대회 준비 작업을 언제부터 재가동할 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이 없어서다. 직원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발만 구르는 상황이다.

당장 부산 벡스코의 조직위 사무실부터 비워야 하는 처지다. ‘3월 개최’에 맞춰 잡은 사무실 임대 계약이 이달 말 끝난다. 조직위 직원 50여명의 고용 계약도 거의 대부분 이달 말 만료된다. 김은혜 조직위 홍보팀 매니저는 “조직위 구성원은 전국에서 모인 스포츠 이벤트 및 탁구 관련 전문인력이다. 대다수가 이달 말까지 숙소를 단기 임대해 생활하는 중이다. 채용 계약 연장이 불확실하다 보니 아무런 결정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관건은 갑자기 늘어난 3개월의 운영비 확보다. 우선 대한탁구협회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올림픽 본선행이 불투명해진 남녀 대표팀을 챙기느라 정신 없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부산시는 코로나 관련 예산도 빠듯해 예산 추가투입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조직위가 후원사를 추가로 알아보는 등 자체적으로 노력 중이지만, 코로나로 경기가 얼어붙어 여의치 않다. 조직위는 최근 ITTF에 긴급 재정 지원을 요청했다.

조직위 내부 분위기도 비장하다. 9일 자체 회의에서 정현숙 조직위 사무총장은 “모든 임직원이 3월 말 일을 그만둔다는 각오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최악의 경우 일정 기간 한시적으로 조직위 운영 중단하는 방안까지 염두에 둔 발언이다. 신분의 불안으로 일부 직원이 이탈할 경우 추후 대회 운영에 어려움도 불가피하다. 전문인력의 경우 다른 쪽 일을 시작할 경우 나중에 다시 부를 수도 없어서다.

김 매니저는 “북한 참가 이슈 등으로 대회가 주목받을 때는 경쟁하듯 보도자료를 내며 홍보에 열을 올렸던 이해 당사자들이 지금은 함께 입을 다물었다. 추가 재정 확보도 중요하지만, 그에 앞서 조직위 운영 방침부터 정해줘야 내부 혼란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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