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번리에 전반 14개 소나기 슈팅 얻어맞고 선제골 내주자 교체 아웃
ㆍ무리뉴 “우리에게는 미드필더가 없었다” 작심한 듯 공개적 비판
ㆍ맨유 감독 시절 포그바와 불화 떠올라…“희생양 찾기 시작” 시각도

토트넘 조제 무리뉴 감독이 8일 번리 원정에서 전반부터 일방적으로 밀리자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번리 | AFP연합뉴스

토트넘의 경기력은 끔찍했다. 8일 번리 원정서 5명의 센터백 요원을 총동원하고도 전반 13분 만에 선제골을 내줬다. 아니, 한 골만 내준 게 다행이었다. 번리는 마치 하수 다루듯 전반에만 14개의 소나기 슈팅을 토트넘 문전에 날렸다. 토트넘의 슈팅은 겨우 3개. 순위(토트넘 8위, 번리 10위)가 뒤바뀐 듯했다. 무리뉴 토트넘 감독이 칼을 빼들었다. 중앙 미드필더 탕기 은돔벨레와 올리버 스킵을 빼고 후반전에 로 셀소와 모우라를 투입했다. 경기력이 확연히 살아났고, 결국 알리의 페널티킥 동점골로 토트넘은 1-1로 비겼다.

무리뉴가 경기 후 작심하고 비판한 게 은돔벨레였다. 그는 “전반전에 우리에겐 미드필더가 없었다”고 말했다. “전술보다 중요한 것은 볼을 원하고, 경기를 연결하고, 압박하고, 볼을 빼앗고, 맞대결에서 이기는 미드필더를 보유하는 것인데 우리에겐 그런 미드필더가 없었다”는 것이다. “은돔벨레에게 계속 기회를 줄 수 없다”는 경고까지 날렸다.

토트넘 미드필더 탕기 은돔벨레는 번리 원정에서 부진 끝에 전반전 뒤 교체됐다. 은돔벨레 인스타그램

은돔벨레는 공수 연결고리를 담당하면서도 슈팅과 키패스, 태클, 가로채기를 하나도 기록하지 못했다. 부상 선수 속출로 어려운 상황에서 에이스로서의 책임감, 헌신을 보여주지 못한 게 무리뉴의 분노를 산 것으로 보인다. 은돔벨레는 토트넘에 아주 특별한 선수다. 그에게는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7200만유로·약 952억원) 선수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은돔벨레가 토트넘의 포그바(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캉테(첼시)가 되어 주기를 기대했지만 현실은 첼시에서 실패한 뒤 임대를 전전하고 있는 바카요코에 더 가깝다. 이런저런 부상으로 리그에 19번 출장하는 데 그쳤다. 출장 시간이 943분으로 경기당 평균 50분밖에 되지 않고, 공격포인트도 2골2도움으로 몸값에 비해 보잘것없다. 태클(경기당 1.2개), 가로채기(0.7개), 키패스(0.6개) 등도 기대 이하다. 간간이 번뜩이는 재능을 보여주지 않은 건 아니지만 꾸준하지 못했다. 임대생 신분에서 에이스로 발돋움한 로 셀소와 처지가 180도 바뀌었다.

실력으로 몸값을 증명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무리뉴의 비판은 정당하다. 다만 공개 비판이라는 방식 때문에 불편해하는 토트넘 팬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포체티노였다면 결코 선수를 버스 밑으로 던지지 않았을 것” “무리뉴의 희생양 찾기가 시작됐다”는 비판적인 시각들이 그것이다. 무리뉴는 맨유 시절 포그바와 마샬, 쇼 등을 공개 비판했다가 불화로 이어져 결국 경질된 안 좋은 기억이 있다. 무리뉴의 은돔벨레 비판을 팬들이 불안하게 바라보는 이유다. 이번엔 채찍과 자극이 통할까, 아니면 은돔벨레도 포그바처럼 ‘손톱 밑 가시’가 될 것인가. 무리뉴의 ‘심리게임’이 다시 시작됐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