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되고 싶었던 쇼트트랙 임효준..애국심 담보로 연쇄적 '거짓말'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임효준(25)이 9개월 전 중국에 귀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태극기를 달고 올림픽에 나가고 싶었지만 한국에선 선수로 운동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중국 귀화 결심을 밝혔던 때도 ‘중국인’ 임효준은 애국심을 담보로 거짓말을 한 셈이다.

서울출입국·외국인청이 17일 고시한 관보에 따르면 임효준은 2020년 6월 3일 한국 국적을 상실하고 중국 국적을 취득했다. 해당 관보에 실린 국적상실자 중 중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은 임효준이 유일하다.

임효준의 귀화 결심은 지난 6일 처음 알려졌다. 당시 소속사는 “귀화 결정은 소속팀·국가대표 활동을 전혀 하지 못한 채 2년을 보내며 어려움을 겪은데 따른 것”이라며 “2019년 6월 있었던 ‘동성 후배 성희롱 사건’은 현재 대법원 계류 중이다. 재판과 연맹의 징계 기간이 길어지며 임효준은 올림픽 출전 꿈을 이어나가기 어렵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설명 자체가 거짓말이었다(국민일보 2021년 3월 8일자 22면 ‘‘中 귀화’ 임효준, 한국서 선수 생활 할 수 있었다’). 임효준은 2019년 8월 스포츠공정위원회 규정에 따라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1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임효준이 2019년 11월 연맹을 상대로 법원에 징계무효확인소송과 징계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제기했고, 가처분신청이 인용되면서 자격정지 처분은 그해 12월 효력이 정지됐다. 이 때 부턴 한국에서 선수로 뛸 수 있었단 소리다.

그런데 임효준은 지난해 5월 형사재판 1심에서 300만원 벌금형을 선고받은 당시 이미 중국인이 되기로 결심한 걸로 보인다. 임효준은 같은 달 징계무효확인소송을 취하했고, 6월엔 아예 중국 국적을 취득하며 한국 국적을 포기했다.

태극마크를 달 가능성은 많았다. 임효준은 징계무효확인소송을 취하하면서 징계효력정지가처분 결정 정정신청을 하진 않았다. 가처분 결정은 결정 자체가 취소되지 않는 한 효력을 유지하기에, 연맹 징계는 정지된 채 유지돼 있었다. 사실상 선수로 활동할 수도, 올해 4월 말 국가대표 선발전에도 나올 수 있었다. 그럼에도 임효준은 중국인이 됐다.

징계가 ‘정지’된 상태로 남는 게 걱정됐다면, 징계효력정지가처분결정 정정을 받아 지난해 5월쯤부터 9개월 남은 징계를 소화하는 방법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 그럴 경우 올해 2~3월엔 1년 자격정지 징계가 풀리게 됐을 터다. 4월 말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하려면 대학 일반부의 경우 국내대회 결승전 진출 실적을 갖춰야 하는데, 이 실적도 마련할 수 있었다. 이달 18~21일 회장배, 다음달 15~18일 종별종합선수권까지 대회가 2개나 열릴 예정이어서다. 빙상계 관계자는 “임효준 실력이라면 이 중 어떤 대회에서라도 결승에 진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임효준은 중국인이 됐다. 중국인이 되고서도 지난 1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귀화를 고민한 건 사실이지만, 무조건 한국에서 뛰고싶었다”고 거짓말을 했고, 지난 6일 귀화 결정을 알리면서도 ‘태극마크’를 운운했다. 빙상연맹 관계자는 “임효준의 상황을 미리 알았다면 어떻게든 (태극마크를 달) 방법을 함께 고민했을 텐데, (중국 귀화) 진행 과정을 전혀 알려주지 않았다.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밝혔다.

임효준은 중국 빙상경기연맹이 아닌 허베이성 빙상연맹과 플레잉코치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효준은 올림픽 출전을 위해 중국인이 됐지만,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나서긴 힘들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올림픽 헌장에 따르면 국적을 바꾼 선수가 올림픽에 나서려면 기존 국적으로 출전한 국제대회 이후 3년이 경과해야 하는데, 임효준은 2019년 3월 10일 태극마크를 달고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적이 있어서다. 베이징올림픽은 2022년 2월 4일~20일 열린다.

한국 국가올림픽위원회(NOC)인 대한체육회 허락이 있다면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는 예외 조항이 있지만 대한체육회가 중국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임효준의 올림픽 출전을 허용할 가능성은 낮다. 결국 임효준은 중국인이 돼서도 올림픽 2연패의 꿈을 이루긴 힘들어진 상태다. 임효준 측의 입장을 듣고자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