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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호 "스트레스 받으며 야구?… 그 자체가 행복"

[가오슝(대만)=권영준 기자] “스트레스받으면서 야구 해야죠. 그것 자체가 행복한 것 아닐까요.”

정상에 오르는 것보다 정상을 지키는 것이 더 어렵다고 한다. 외로움의 바람을 견디고, 부풀어 오른 부담감을 극복하고, 울퉁불퉁한 정상의 땅을 다져야 한다. KBO 최고의 타자 박병호(34·키움히어로즈)가 KBO리그 최고의 타자라고 평가받는 이유가 여기에 숨겨져 있다. 정상에서도 위를 올려다 보고자 하는 마음가짐과 노력만으로도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스포츠월드가 대만 가오슝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박병호를 직접 만났다.

◆”해결사? 동반자”

9회 말 0-0 상황에서 ‘딱’하는 소리와 함께 하늘을 가른 공은 담장을 넘어갔다.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나온 박병호의 끝내기 결승 홈런 장면이다. 앞서 2018시즌에도 플레이오프 5차전 7-9로 뒤진 상황에서 9회 박병호는 극적인 동점 아치를 그렸다. 야구팬 사이에서 손꼽히는 명장면 중의 하나이다. 해결사의 면모를 그대로 보여줬다.

하지만 당사자는 해결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박병호는 “시즌마다 앞뒤 타선에 있는 타자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김)하성이는 항상 자기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있다”며 “그들이 도와주고 있기 때문에 ‘혼자서 해결해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팀 승리를 위해 ‘함께’한다”라고 강조했다. 

고정 4번 타자라는 부담감도 마찬가지다. 박병호는 “어렸을 때는 스프링캠프가 힘들었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컸다”라며 “경험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그 부담감을 이겨내는 것 같다. 내 야구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생각하며 더 발전할 수 있는 방법만 생각한다. 나를 믿고 꾸준히, 열심히 하고 있다” 고 설명했다.

◆”스트레스” 당연히 받아야죠”

박병호는 2020시즌 연봉 20억원에 도장을 찍었다. 키움 최고 연봉자이자 KBO리그 전체에서 이대호(25억원·롯데) 양현종(23억원·KIA)에 이어 양의지(20억원·NC)와 함께 공동 3위이다. 박병호는 “책임감이 크다. 연봉을 떠나서 팀 4번 타자이자 선배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력에서도 정상이다. 지난 시즌 33홈런으로 이 부문 정상에 올랐다. KBO리그 6시즌 연속 30홈런 이상이다. 박병호는 “정상이 맞나요”라고 미소를 짓더니 "요즘 어린 친구들을 보면 너무 잘한다. 모두가 경쟁자 아닌가"라며 “분명한 것은 내 자리는 지키고 싶다. 당연히 지켜야 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앞서 언급했듯이 팀 최고 연봉자, 고정 4번 타자, 홈런 타이틀 홀더 등 여러 가지가 박병호에게 걸려있다. 이것을 충족하지 못하면 비난이 뒤따를 수도 있는 일이다. 시즌을 앞두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박병호에게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피해 가려 하지 않았다. 박병호는 “스트레스요? 당연히 받아야 한다. 야구 선수는 누구나 시즌을 앞두고, 그리고 시즌을 치르면서 스트레스는 받는다”라며 “그것 자체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야구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 아닌가”라고 활짝 웃었다. 그만큼 야구에 푹 빠져있다.

김치현 키움 단장은 “박병호를 최고라고 평가하는 이유는 늘, 스스로 발전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이라며 “저 정도 위치라면 안주할 수도 있는데, 누구보다 발전하려는 의지가 강하고 그것이 훈련을 통해 나타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병호는 “시즌을 준비하면서 어떤 부문에서 ‘1위를 해야 한다’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팀에서 나에게 원하는 것, 그리고 나의 강점 모두 장타이다. 그것을 얼마나 더 잘하고, 발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뿐이다. 지난 시즌보다 더 발전한 선수가 되고 싶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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