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진욱 감독 "팀워크 좋은 팀으로 만들고 싶다"
▲ 짧은 시간이었지만 석진욱 감독과의 인터뷰는 감독이 가지고 있는 무게감과 고뇌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자리였다. |
ⓒ 박상희 |
어떤 직업이 그렇지 않겠냐마는 한 팀의 '감독'이라는 자리 또한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 대표적인 직업일 것이다. 선수들과 코치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만 집중해서 충실하게 해내면 되지만, 감독은 순간순간 모든 것을 아우르면서 생각하고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선택의 결과에 대한 책임도 져야 하는 가장 외롭고 고독한 자리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10일 대웅경영개발원에서 진행한 OK저축은행 석진욱 감독과의 인터뷰는 감독이 가지고 있는 무게감과 고뇌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자리였다. 다음은 석진욱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석진욱 감독은 "좋은 선수가 되려면 ‘내가 어떻게 하면 발전이 될까’를 끊임없이 준비하고 생각해야 된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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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최태웅 감독, 장병철 감독과 초중고 동기라고 들었다.
"초등학교 때 배구부가 있었다. 친형님이 그 배구부의 1기였다. 항상 형 따라다니고 형이랑 놀다가 배구장에 매일 놀러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배구를 시작했다. 최태웅 감독과 장병철 감독과는 좋은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자랐다. 그래서 서로의 기량이 빨리 발전되지 않았나 싶다. 또 각자 포지션이 다 틀렸다. 친하기도 했지만 서로 칭찬 한마디 더 듣고 싶어서, 더 잘하기 위해서 운동만 했던 것 같다. 감독으로서 다 같이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 '배구도사'라는 별명이 인상적이다. 선수 시절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하다.
"훈련 때 열심히 한 것밖에 없다. 사실 훈련량이 많았던 건 똑같았고 모든 선수들이 훈련할 때 열심히 했다. (선수 시절) 수술을 많이 하다 보니까 재활을 좀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수술을 많이 하고 나니까 점프가 안 되더라. 재활에 좀 더 집중을 하고 포지션에 맞게 할 수 있는 일을 하다 보니 조금 더 선수 생활을 오래 하지 않았나 싶다. 지금 와서 들어보면 당시 감독님과 코치님들이 '성실했다'라고 얘기를 해주신다. (웃음)"
- 선수로서 가져야 할 자질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많은 것을 인내해야 된다는 것이다. 자기관리, 자기계발을 끊임없이 해야 하고, 많은 유혹들을 참아야 한다. 몸 관리뿐만 아니라 그저 시키는 대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발전이 없다. 좋은 선수가 되려면 '내가 어떻게 하면 발전이 될까'를 끊임없이 준비하고 생각해야 되지 않을까 한다.
운동선수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 직업이다. 새로운 것에 적응하는 것도 쉽지 않다. 나도 많이 힘들었던 부분이다."
- 은퇴한 후에 코치 생활을 바로 시작했는데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것 같다.
"(은퇴할 당시) 삼성화재는 탄탄한 전력을 가지고 있던 상태였고, OK저축은행은 막 창단한 팀이고 아무것도 없었다. 이 팀에 가면 내가 배웠던 것, 내가 생각했던 것을 많이 접목시켜서 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결정하게 됐다.
코치 생활을 하면서 많이 배웠다. 코치는 어떻게 해야 되고, 어떻게 준비해야 되는지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예전에는 선수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구를 했다면 지도자의 입장으로 생각이 바뀐 것이다. 7년 정도의 시간이 지나니까 어떻게 배구를 해야 하는지 구상도 많이 하게 되더라. 그렇지만 (감독이 된 이후로)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문제점이 나타나더라. 아직 많이 부족하다."
- 코치로서 우승을 한 느낌은 선수 시절과 또 달랐을 것 같다.
"사실 첫 우승을 했을 때도 그렇고 두 번째도 그렇고 너무 좋지만은 않았다. 다음이 걱정되고 또 그다음이 걱정되고, 항상 걱정이 앞섰다. 선수 때처럼 우승하고 난 다음에 기쁨을 만끽하는 게 점점 없어지는 것 같다. 계속 어떻게 준비하고 대비할지가 신경이 쓰인다."
- 코치로서 가장 우선적으로 갖춰야 할 자질은 무엇인가?
"첫 번째가 헌신이라고 본다. 코치들이 말로만 하면 선수들이 안 따른다. 같이 열심히 볼을 때려주고 행동으로 먼저 보여야 한다. 지금 코치들이 팀을 위해서 많이 헌신하고 있다. 고마운 부분이다."
- '감독은 인내해야 하는 자리'라는 조언을 들으셨다고 들었다. 감독으로 부임하고 나서 가장 어렵다고 느끼는 점을 꼽는다면.
"계속 어렵다. 부담스러운 자리이다. 코치 때는 사실 선택이 빨랐다. 두 가지 선택지가 있으면 '이건 아닌 거 같아'하고 (한 가지를) 밀어붙였는데, 지금은 약간의 망설임이 있으면 그만큼 고민의 시간도 길어진다. 조금이라도 더 신중하게 하게 되더라.
생각에 또 생각을 해야하는데 감독이 받는 스트레스가 이런 부분때문인 것 같다. 전술전략뿐만이 아니라 선수들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배구 외적으로도 생각을 많이 해야 돼서 복잡한 자리이다."
▲ 석진욱 감독은 자신이 이끌고 있는 OK저축은행을 ‘팀워크가 정말 좋은 팀’으로 만들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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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으로 일하는 것과 좋은 남편, 아빠가 되는 것의 균형을 잡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일에 집중하다 보면 집에 잘 못 간다. 훈련장에 있으면 아들들이 '아빠 언제 와요'하고 전화가 오고, 집에 가면 '몇 시에 가요'하고 물어본다. 가족들에게 미안하다. 그래서 집에 가면 집안일도 하려 하고 눈치도 많이 보면서 노력한다. (웃음) 집에서 이해 못 했다면 못하는 자리일 것이다. 아내가 많이 이해해주고 마음 편하게 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런 게 무척 고맙다."
-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하는가?
"혼자 러닝을 뛰거나 사우나를 간다.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다 보면 스트레스 해소가 어느 정도 되는 것 같다."
- 코치, 감독의 자리에 대해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어렵고, 희생이 많이 필요한 자리다. 오늘도 스탭 미팅을 했지만 '최대한 선수들이 잘 할 수 있게 뒤에서 지원을 잘 하자'는 얘기를 했다. 선수들이 어떻게 하면 잘할지, 어떻게 하면 시합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지 계속 고민해야 한다. 선수들을 대하는 면에 있어서도 계속 인내해야 한다."
- 배구가 어떤 스포츠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제일 협동을 많이 해야 하는 단체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팀원 각각의 기술들이 모여서 한 팀의 실력이 된다. 배구라는 운동이 똑같은 실력을 모아놔도 뭉쳐지지 않으면 시너지가 안 나온다. 그래서 어렵다. 혼자 잘 한다고 해서 성적이 잘 나오는 게 아니다. 팀원들을 이끌어주는 역할을 하는 선수가 있으면 잘 뭉치더라. 소통은 안 하고 개인 기량으로 하려다 보니까 그동안 엇박자가 났던 것 같다."
- 남자배구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더 발전하려면 어떤 요소가 필요하다고 보는지 궁금하다.
"다 비슷하게 나온 얘기지만 유소년부터 키워야 한다. 개인적으로 팀이 조금 더 창단됐으면 좋겠다. 선수풀이 넓어지면 자연스럽게 유소년배구를 하려는 친구들이 많아지고, 그럼 더 좋은 선수들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선수들이 많이 나오다 보면 자연스럽게 경쟁력이 올라가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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