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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골' 그라나다 몰리나, 깊어진 주름-여전한 실력

라리가 담론이 펼쳐진다. 

기원전 219년 명장 한니발이 스페인의 사군툼(현 사군토)을 공략하며 제2차 포에니 전쟁이 시작된다. 이는 세계 역사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사군툼 교전의 그 순간처럼 STN스포츠가 연재물로 중요한 라리가 담론을 전한다.

포에니 전쟁 진행도. 노란 원 안이 사군툼.

-[이형주의 라리가 사군툼], 44번째 이야기: '10골' 그라나다 몰리나, 깊어진 주름-여전한 실력

주름이 깊어질 만큼 베테랑이 됐지만, 실력은 여전하다. 호르헤 몰리나(38)의 이야기다.

그라나다 CF는 8일(한국시간) 스페인 바스크지방 비즈카야주의 빌바오에 위치한 산 마메스에서 열린 2020/21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6라운드 아틀레틱 클루브와의 경기에서 1-2로 패배했다. 

이날 그라나다는 까다로운 빌바오 원정서 승점 1점을 눈앞에 뒀다. 그라나다 공격수 몰리나가 환상적인 움직임으로 득점을 해냈기 때문이다, 후반 32분 안토니오 푸에르타스(29)가 왼쪽 측면을 돌파한 뒤 중앙으로 크로스를 올렸다. 몰리나는 나왔다 들어갔다를 반복하며 상대 수비를 유린하더니, 푸에르타스의 크로스에 맞춰 침투해 헤더골을 넣었다. 

물론 이날 몰리나의 득점은 빛을 바랬다. 후반 종료 직전 상대 윙포워드 알렉스 베렝게르(25)가 득점을 뽑아내며 그라나다가 1-2로 패배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즌 두 자리 수 골(10골)에 진입하는 등 몰리나의 나이를 잊은 활약은 팀에 위안거리였다. 

같은 날 스페인 언론 <모비스타>와의 인터뷰에 나선 몰리나의 얼굴에서는 맹활약에도 아쉬움이 묻어나왔다. 몰리나는 "우리는 승점 1점을 가져올 수 있을만한 경기였다. 질만한 경기가 어려웠다. 이른 시간 선제골을 내줬지만 동점을 만들었고 승리의 기회도 있었다. 하지만 이를 달성하지 못해 아쉽다"라고 전했다. 

라리가 데뷔 초창기에는 주름 하나 없었던 그였다. 주름 많은 모습으로 변한 그의 얼굴에서는 세월의 변화만큼이나 이날 경기에 대한 아쉬움이 강하게 묻어 나왔다.

몰리나는 1982년생의 베테랑 공격수다. 상대 수비수들과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하고, 공중볼을 따내고 연계플레이를 하는 타깃 스트라이커의 전형인 선수다. 그는 라리가의 대표적인 대기만성형 선수로 꼽힌다. 하부리그를 전전하다 만 25세가 돼서야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하지만 이후 승승장구하며 라리가 터줏대감으로 활약 중이다. 

몰리나는 레알 베티스(2010년~2016년) 시절의 모습으로 팬들의 뇌리에 남아있다. 당시 몰리나는 루벤 카스트로와 빅 앤 스몰 조합으로 라리가를 수놓았다. 여기에 미드필더 아실 에마나까지 세 선수는 베티스가 자랑하는 공격라인이었다.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 몰리나가 베티스에 입단한 년도(2010년)로부터는 11년, 퇴단한 년도(2016년)로부터도 5년의 세월이 훌쩍 흘렀다. 청년의 모습에서 자연스러운 주름이 어울리는 베테랑이 됐지만 그의 실력은 여전하다. 몰리나는 현재 소속팀인 그라나다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라나다는 직전 시즌 리그 7위를 기록했다. 원래는 유로파리그 진출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코파 델 레이 우승팀에게 가는 티켓을 아틀레틱 클루브-레알 소시에다드가 유관중 결승전을 원해 차상위 팀에 양도했다. 이에 그라나다가 유로파리그 예선에 참가할 수 있게 됐고 이를 뚫어 본선에서 활약 중이다. 

그라나다는 이 때문에 리그, 코파 델 레이, 유로파리그 경기를 모두 소화해오고 있고, 많은 경기 수로 인해 모든 포지션에 철저히 로테이션을 가동하고 있다. 공격진 역시 몰리나를 비롯 로베르토 솔다도(35), 루이스 수아레스(23) 등이 분담해 출전하고 있다. 그라나다 공격진은 누구 하나 빠질 것 없이 활약이 좋은데 몰리나 역시 예외가 아니다.

몰리나는 특유의 공중볼 능력, 마무리 능력으로 팀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더불어 38세의 나이에도 지난 그라나다전 활동량이 10.5km에 이를 정도로 체력이 좋다. 그러면서도 올 시즌 모든 대회 기준 10골 3어시스트로 13공격포인트를 해주고 있다. 찬사를 받을만한 기록이다. 몰리나를 비롯한 공격진이 잘 해주면서 그라나다도 순풍에 돛 단 듯 승승장구 중이다.

그라나다는 코파 델 레이는 비록 탈락했지만 리그 7위-유로파리그 32강 진출로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그 그라나다발 태풍의 한 가운데, 와인처럼 세월이 갈수록 매력을 풍기는 몰리나가 있다. 

대기만성이라는 말에 걸맞게 매 시즌 노력하고, 진화하고, 발전하며 역사를 만들어나갔던 그다. 그라나다와 함께 새 역사를 만드는 올 시즌 역시 예외는 아니다. 태풍의 한 가운데를 의미하는 태풍의 눈에 베테랑 그 자체인 몰리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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