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수 IOC 위원 "코로나19로 위험하다면 도쿄올림픽 취소해야"
42년째 재직 중인 파운드 IOC 위원, 올림픽 연기·개최지 변경엔 '글쎄'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기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7월에 열리는 2020 도쿄올림픽을 취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내부에서 터져 나왔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들으면 깜짝 놀랄만한 '취소 발언'의 주인공은 현역 IOC 위원 가운데 가장 오랜 기간 재직 중인 딕 파운드(78·캐나다)다.
파운드 위원은 26일(한국시간) AP통신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코로나19 때문에 도쿄올림픽을 치르기에 너무 위험하다면, 도쿄조직위와 IOC는 올림픽을 연기하거나 개최지를 바꾸는 것보다 대회를 취소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파운드 위원이 IOC의 목소리 전체를 대변하진 않는다. 그러나 1978년 IOC 위원이 된 이래 집행위원, 부위원장 등 여러 요직을 두루 거친 거물급 파운드 위원의 발언이라 무게감이 남다르다.
파운드 위원은 도쿄올림픽 개막 두 달 전인 5월 말까진 대회 강행 또는 취소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그 무렵에 사람들은 도쿄올림픽 참가를 자신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상황이 통제되고 있는지, 아닌지를 따져 물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올림픽이 다가올수록 경비와 음식, 올림픽 선수촌, 호텔 등의 안전 수위를 높이고, 언론 종사자들은 취재 준비를 하는 등 많은 일이 일어난다"며 "IOC가 도쿄올림픽을 예정대로 치를 수 없다고 판단한다면, 취소를 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운드 위원은 올림픽의 규모에 비춰볼 때 대회 연기 가능성은 작게 봤다.
그는 "많은 나라와 각각 다른 계절, TV 중계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너무 많다"며 "단순히 '올림픽을 10월에 열겠다'고 말할 순 없다"고 잘라 말했다.
4년마다 열리는 올림픽이 TV 중계, 광고, 올림픽 시즌에 맞춰 조정된 종목별 대회 일정 등이 하나로 묶인 '패키지'라고 볼 때 개최 시기를 쉽게 바꿀 수 없다는 뜻이다.
당장 미국 방송사는 미국프로풋볼(NFL)과 미국프로농구(NBA) 시즌 개막, 미국프로야구(MLB) 포스트시즌 등이 겹치는 10월에 올림픽을 중계하는 것에 난색을 표한다.
파운드 위원은 또 "짧은 시일 내에 시설 준비를 완비할 도시가 전 세계에서도 거의 없다"며 개최지 변경도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영국 런던 시장 선거에 나선 숀 베일리 보수당 후보가 2012년 런던올림픽 개최 경험을 살려 런던에서 올해 올림픽을 옮겨 치를 수 있다고 제안하자 고이케 유리코 일본 도쿄도 지사는 "코로나19를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파운드 위원은 아울러 도쿄올림픽을 1년 늦추는 것에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도쿄조직위가 써야 할 예산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고 이미 정해진 여러 종목의 연간 일정과 올림픽 일정을 재조정해야 하는 등 걸림돌이 많아서다.
다만, 파운드 위원은 올림픽을 준비하는 선수들에겐 계속 훈련에 집중해달라고 당부했다.
IOC는 세계보건기구(WHO)와 긴밀히 협조해 올림픽 진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1896년 근대 올림픽이 태동한 이래 1·2차 세계대전 때를 제외하곤 하계올림픽은 4년마다 어김없이 열렸다.
하계올림픽이 취소된 해는 전쟁 중이던 1916년, 1940년, 1944년이다.
모기를 매개로 감염돼 태아의 소두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지카 바이러스가 브라질에 창궐했을 때에도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은 예정대로 치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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