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미쳤나 봐요" 박지현, 스타의 탄생 알린 결정적 한방
27일 오후 충남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열린 KB국민은행 2020-2021 여자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과 용인 삼성생명의 4강 플레이오프 1차전.
정규리그 챔피언 우리은행은 4위 삼성생명을 상대로 고전했다. 3쿼터까지 야투 성공률은 30.6%에 머물렀다. 4쿼터 중반까지 삼성생명이 근소한 우위를 이어갔다.
우리은행이 59대65로 뒤진 4쿼터 종료 3분8초 전 박지현의 골밑 득점을 시작으로 승부의 흐름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박지현은 30초 후 과감한 장거리 3점슛을 던졌고 공은 깨끗하게 림을 통과했다. 점수차는 순식간에 1점이 됐다.
정규리그에서 평균 15.4득점, 10.4리바운드, 2.9어시스트를 기록한 박지현은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진행된 시상식에서 리그 베스트5에 이름을 올렸지만 3점슛 성공률은 28.9%에 그쳤다.
안정된 슈터라고 보기는 어려웠지만 팀이 끌려가는 막판 승부처에서 박지현은 과감하게 3점슛을 던졌고 이 한방은 사실상 흐름을 뒤집는 결정타가 됐다.
긴박한 상황에서 3점슛을 선택한 자신감, 높아진 집중력 그리고 성공으로 이어진 결과까지 그 순간 박지현은 코트 내 최고의 슈퍼스타 같았다.
위성우 감독은 "박지현의 3점슛이 결정적이었다"면서도 "뜬금포였다. 쏠 줄 몰랐다. 미스매치 상황을 얘기해주려고 했는데 갑자기 던졌다. 그래서 사실 누가 쐈는지도 몰랐다. 물어보니까 (박)지현이가 쐈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적장 임근배 감독도 "그 3점슛이 컸다. 상대가 멀리서 쏠 수도 있으니까 길게 나가서 수비를 하라고 지시했는데 워낙 멀리서 던지기는 했다. 슛은 항상 들어갈지 안 들어갈지 모르는 것이지만 그래도 길게 나가라고 했는데 아쉽다"고 말했다.
정작 결정적인 3점슛 성공에 가장 놀란 건 박지현 본인이었다.
박지현은 "그 상황에서는 시간도 얼마 안 남았고"라며 잠시 말을 머뭇거리더니 "그냥, 저도 미쳤나 봐요"라고 말하면서 크게 웃었다. 취재진 사이에서도 큰 웃음이 터졌다.
이어 박지현은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슛이 안 들어갔으면 큰일날 뻔 했는데 운이 좋았다"며 웃었다.
박지현의 3점슛이 터진 이후 우리은행은 김한별에게 2점을 허용했지만 간판스타 박혜진이 69대69 동점을 만드는 3점슛을 터뜨려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그리고 박지현은 마지막 순간 또 한번 해결사로 나섰다. 종료 44.5초 전 골밑 레이업에 이은 추가 자유투까지 넣으면서 사실상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우리은행은 삼성생명을 74대69로 누르고 3전2선승제 시리즈의 첫 판을 승리로 장식했다. 역대 플레이오프에서 먼저 1승을 올린 팀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확률은 무려 86%(43회 중 37회)로 높다.
박지현은 위닝샷을 성공한 소감을 묻는 질문을 받자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선배 박혜진을 바라봤다.
박지현은 "우리는 그동안 중요한 순간에 (박)혜진 언니만 바라봤다. 너무 혜진 언니만 보고 하면 안된다고 감독님께서 말씀을 자주 하셨다"며 "그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너무 언니만 보고 있는 것 같아 죄송했고 마침 수비도 언니에게 집중돼 있었다. 언니 덕분에 기회가 와서 자신있게 플레이 했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실제로 박지현이 돌파를 하는 순간 삼성생명의 골밑 수비는 두텁지 않았다. 박지현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고 저돌적인 플레이로 결승점을 만들었다. 이번에는 자신이 시즌 내내 보여줬던 장점을 살려 승부를 결정한 것이다.
박지현은 18득점 9어시스트 5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18득점 중 11점을 4쿼터에 몰아넣었다.
박혜진 역시 25득점 9리바운드 3어시스트로 활약했다. 최은실은 13득점을 보탰다.
위성우 감독은 "배혜윤과 김한별 위주로 준비했는데 삼성생명에서는 두 선수가 번갈아 뛰면서 스몰라인업을 썼다. 내가 준비한 부분에서 미스가 있었다. 나 때문에 질 뻔 했던 경기를 선수들이 이겼다"고 말했다.
[아산=CBS노컷뉴스 박세운 기자] she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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