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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라는 축구 안 하고 굴러온 복마저 차버리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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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데려와 '기' 살리려던 K리그 망신살..위약금 문제로 10년 만의 귀환 불발

(시사저널=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10년 만의 귀환은 선수와 팬만의 바람이었을까. 리그 개막을 20일가량 앞두고 세간의 관심사로 떠올랐던 기성용의 K리그 복귀가 결국 물거품이 됐다. 기성용의 매니지먼트사인 C2글로벌은 2월11일 보도자료를 통해 "10일자로 FC서울과 전북 현대 구단에 협상 종료를 고지했다"며 "매우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기성용이 올 시즌 K리그로 돌아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K리그로 돌아오는 것이 무산된 기성용은 해외 구단들과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2월1일자로 전 소속팀인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계약을 정리한 기성용은 중동과 중국 측의 러브콜을 뒤로하고 국내로 돌아오겠다는 뜻을 밝혔다. 2018년 여름 뉴캐슬로 이적한 기성용은 올 시즌 스티브 브루스 감독 부임 후 2경기 출전에 그치며 기회를 거의 얻지 못했다. 올 6월까지 계약이었지만 상호 합의하에 계약을 해지하고 이적료 없이 소속팀을 찾을 수 있는 자유계약(FA) 신분이 됐다. 중동과 중국으로 향하면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었지만, 기성용은 조금이라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때 K리그로 돌아오고 싶다는 약속을 지키길 원했다.

10년간의 유럽 생활 동안 기성용은 정상급 미드필더로 인정받았다. 스코틀랜드의 명문 클럽 셀틱,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스완지시티, 선덜랜드(임대), 뉴캐슬을 거쳤다. 손흥민 이전에 국가대표팀 주장으로 4년간 맹활약하며 박지성의 뒤를 잇는 한국 축구의 간판 역할도 했다. 그런 기성용의 국내 복귀는 지난 시즌 1, 2부 리그 합계 234만 관중을 모으며 흥행 열기에 다시 불을 붙인 K리그에 더없는 호재였다.

기성용 ⓒPA 연합

"기성용, 연봉까지 자진 삭감했는데"…우선협상이 발목

이적료라는 족쇄를 풀고 나온 기성용은 가장 먼저 친정팀 서울과 접촉했다. 뉴캐슬과 계약 해지를 진행하는 동시에 K리그 복귀를 추진한 것이다. 하지만 1월초부터 시작된 협상에서 서울은 턱없이 낮은 연봉 조건을 제시하며 미온적 태도를 반복했다. 뉴캐슬에서 30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은 기성용은 K리그가 그런 몸값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10억원 수준까지 삭감할 의사를 보였음에도 서울과의 인식 차이는 그 폭이 컸다. 1월 중순 양측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협상을 중단했다.

큰 실망감에도 K리그 복귀를 포기하지 않은 기성용은 전북과 접촉했다. 국내 구단 중 가장 풍부한 자금력을 지닌 전북은 기성용의 가치를 인정, 20억원 수준의 K리그 최고 연봉을 책정했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필요했던 전북으로서는 기성용이라는 슈퍼스타를 품어 일석이조 효과를 노렸다.

그러나 또 다른 족쇄가 숨어 있었다. 2009년 말 셀틱으로 이적하며 유럽으로 진출할 당시 서울과 맺은 우선협상 조항이었다. 우선협상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로 국내 복귀 시 서울 입단을 강제화한 계약서상의 조항을 뒤늦게 인지했다. 기성용 측이 유럽 진출 당시 이적료 중 일부를 받는 대신 들어간 이 조항을 위반할 경우 약 26억원에 달하는 위약금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전북 측도 이 위약금까지 감당하는 데에는 난색을 표시했다.

위약금은 서울의 정당한 권리지만, 기성용이 K리그로 돌아온다는 전제하에서만 작용할 수 있다. 이번 상황을 지켜본 많은 축구 관계자들은 "서울은 우선협상 과정에서 기성용을 품겠다는 의지나 노력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위약금에 대한 협상을 하는 것도 합리적인 방식이었다. 서울은 수입을 얻고, K리그는 흥행 찬스를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은 기성용을 자신들이 아닌 K리그 내 다른 팀으로 보내지 않겠다는 원칙에만 집착해 판 자체를 엎어버렸다.

전북은 기성용 영입에 희망을 갖고 마지막까지 위약금을 풀기 위한 의지를 보였지만 서울의 입장은 강경했다. 결국 전북도 무리한 금액을 내는 것이 향후 K리그 전체에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판단에 기성용 영입을 포기했다. C2글로벌은 "선의로 타진했던 복귀가 K리그 전체에 혼란을 줄 수 있는 사태로 번졌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라며 선수 역시 최종적으로 포기한 배경을 밝혔다.

기성용은 이번 K리그 복귀가 무산된 데 대해 상당한 실망감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이면 향후에도 복귀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한다. 프랜차이즈 스타를 잡는 데 인색한 태도를 보인 구단이 우선협상과 위약금 조항을 악용해 돌아오는 문 자체를 막아버렸기 때문이다. 서울 측은 기성용과 협상 초반에 오해를 쌓았다며 다시 복귀를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지만, 기성용은 자신의 SNS를 통해 반박했다.

이청용 ⓒ연합뉴스

해외 스타 영입 경쟁하는 슈퍼리그·J리그와 대조

이번 사태가 남긴 상처는 상당하다. K리그 발전과 흥행에 기여하고 싶다는 선의를 갖고 상당한 연봉 삭감을 감수한 슈퍼스타를 품지 못하고 오히려 상처를 줬다는 점에서 팬들도 기성용 본인 이상의 충격을 받았다. 특히 서울 구단에 대한 비판 분위기가 상당하다. 서울 팬들은 시즌권 환불 등 강경한 자세로 구단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권리를 남용해 리그 전체가 누릴 수 있는 호재를 막은 극단적 이기주의라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최근 K리그는 일본 J리그와 중국 슈퍼리그의 씀씀이와 스타 영입을 부러운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다. J리그는 최근 안드레 이니에스타, 페르난도 토레스, 다비드 비야 등 세계적인 선수를 데려와 흥행 몰이에 성공했다. 2019년 리그 최초로 경기당 평균 관중 2만 명을 돌파했다. 슈퍼리그도 엄청난 자금력을 앞세워 유럽의 유명 선수를 앞다퉈 영입 중이다.

그런 상황에서 K리그가 데려올 수 있는 현실적인 슈퍼스타는 유럽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들이다. 돈이라는 기준이 아니라, 조국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하겠다는 명분에 의한 복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범근·박지성이라는 한국 축구 역대 최고 스타들이 정작 K리그에서 단 1경기도 뛰지 못하고 은퇴했다는 사실은 그런 기대에 대한 지극히 현실적인 답변이기도 하다.

기성용의 복귀는 지난 역사와 현실을 바꿀 새 기준이 될 수 있었다. 그와 함께 '쌍용'으로 불렸던 이청용 역시 현재 K리그 복귀를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울산이 이청용 영입에 가장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유럽 진출 전 서울에서 뛰었던 이청용은 기성용과 같은 위약금 규정까지는 없지만 역시 우선협상 조항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청용도 복귀를 위해선 현 소속팀인 보훔과의 계약 문제는 물론이고 서울과의 우선협상이라는 1차 장벽을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 축구 역사상 최고의 스타라는 평가를 받는 손흥민이나 유럽에서 활약 중인 황의조, 권창훈, 이재성 등이 향후 K리그로 복귀할 때도 비슷한 생채기를 내지 말라는 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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