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하는 천재' 이치로, 은퇴 후 최고의 '배팅볼 투수' 됐다

이치로 스즈키. /AFPBBNews

한국시간으로 14일 시애틀 티모바일파크에서 '이치로 위크엔드'가 시작됐다. 이치로 스즈키(46)가 14시즌 동안 몸 담았던 시애틀 매리너스가 성대한 작별인사 자리를 마련한 것이다.

이날 티모바일파크 외야 잔디에 모습을 드러낸 이치로는 묘기에 가까운 캐치볼을 보여주며 팬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외야로 날아오는 타구를 뒤 돌아서 잡거나 글러브를 등 뒤로 돌려 고개를 숙여 낚아채는 등 팬서비스를 펼쳤다.

이치로는 이런 가벼운 서비스 말고도 구단을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엄청난 노력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3000안타의 전설 이치로가 이제는 최고의 배팅볼 투수가 됐다는 소식이다.

매리너스 구단은 슈퍼스타 이치로가 은퇴한 뒤 '회장 특별 보좌관' 칭호를 부여했다. 실질적으로는 인스트럭터 역할을 맡아 훈련을 보조하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치로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았다. 실내 타격 훈련장에서 남몰래 하루에 200개 가까운 공을 던지며 배팅볼 연습을 했다고 한다. 현역 시절 완벽주의자이자 노력하는 천재로 알려졌던 철저한 자기관리가 은퇴 후에도 이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뉴욕타임즈'의 14일 보도에 따르면 매리너스와 이치로의 아름다운 동행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이치로는 2017시즌이 끝나고 FA가 됐지만 44세 외야수를 불러준 팀은 없었다. 2018시즌을 앞두고 매리너스 외야진이 부상으로 구멍이 나면서 이치로가 가까스로 취직했다. 은퇴가 가까워 온 이치로는 2018년 5월 매리너스로부터 방출이 됐지만 선수단과 함께 했다.

이치로 스즈키. /AFPBBNews

이치로는 규정 상 더그아웃에 들어올 수 없었다. 이치로는 이 때 대부분의 시간을 실내 타격 연습장에서 보냈다. '뉴욕타임즈'는 "이치로는 언젠가 팀의 배팅볼 투수가 갑작스런 사정이 생겨 대타가 필요할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만일의 가능성에 대비하는 일, 이는 이치로가 평생 해왔던 일이다"라 설명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유틸리티 플레이어가 이치로가 던지는 걸 보고 부탁을 했다. 또 한 번은 타자 3명이 훈련을 일찍 시작하게 됐는데 이치로가 배팅볼을 던지게 됐다. 이치로는 이날 총 150개가 넘는 공을 던져줬다고 한다.

뉴욕타임즈에 따르면 이치로는 또 부탁이 들어올 경우에 대비해 더욱 연습에 매진했다. 마운드 앞에 발판에서 던지는 훈련도 따로 추가했다. 뉴욕타임즈는 "이제 선수들은 3000안타를 친 전설이 던지는 공이 신기해서가 아니라 정말 잘 던져주기 때문에 이치로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리너스 외야수 미치 해니거(28)도 이치로의 배팅볼에 감탄했다. 해니거는 "배팅볼 투수는 일단 꾸준히 스트라이크를 던져야 하고 템포도 중요하다. 이치로의 배팅볼은 매우 곧게 날아오고 부드럽고 치기 쉽다. 사이드로 던지지도 않고 유연하며 매번 스트라이크 존으로 온다"고 말했다.

이치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올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오스틴 놀라(29)는 타격 훈련을 하다가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이치로가 변화구 연습을 했던 것이다. 하루는 놀라가 변화구 대처 연습을 하고 싶어 이치로에게 부탁했다. 놀라는 "투심, 커터, 포심에 커브, 슬라이더까지 던지더라. 모든 구종이 스트라이크 존으로 들어왔다"고 혀를 내둘렀다.

이치로와 한솥밥을 먹었던 마이크 레드몬드 콜로라도 로키스 벤치코치는 이 소식을 듣고 놀라지 않았다. 레드몬드 코치는 "이치로는 세계 최고의 배팅볼 투수가 될 때까지 만족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한다"면서 "아마 내년 올스타전 홈런 더비에서는 이치로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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