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복귀전, 행복해서 눈물 날 뻔…코트가 정말 그리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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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1 01:07
이재영 "복귀전, 행복해서 눈물 날 뻔…코트가 정말 그리웠어요"
"배구는 배구고, 연애는 연애…트리플크라운 기분 좋지만, 의미 안 둘게요"
(인천=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부담감 큰 경기를 웃으면서 치른 이재영(24·흥국생명)은 경기 뒤 쏟아지려는 눈물을 꾹 눌렀다.
코트에 복귀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뛰었다.
이재영은 "처음 부상을 당했을 때는 배구를 떠올리기도 싫었다. 그런데 곧 코트가 너무 그리웠다"며 "코트에 돌아온 게 좋아서, 경기 뒤 눈물을 흘릴 뻔했다"고 했다.
이재영은 20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19-2020 V리그 여자부 홈경기에서 서브 득점 3개, 블로킹 4개, 후위 공격 5개를 성공하며 26점을 올렸다.
흥국생명은 개인 첫 첫 트리플크라운(서브, 블로킹, 후위 공격 3개 이상 성공)을 달성한 이재영 덕에 인삼공사를 세트 스코어 3-1(19-25 25-18 31-29 26-24)로 눌렀다.
트리플크라운은 처음이지만, 26점은 이재영에게 '특별한 점수'는 아니다.
그러나 2월 20일은 평생 잊지 못할 하루로 남았다.
이재영은 "오늘, 정말 행복했다"고 씩 웃었다.
이재영은 지난해 12월 12일 한국도로공사전 이후 70일 만에 V리그 경기에 출전했다.
그는 올해 1월 태국에서 열린 2020년 도쿄올림픽 아시아 대륙예선에 출전해 올림픽 본선행 티켓을 따냈지만, 이후 무릎 부상으로 재활했다.
시즌 아웃까지 우려했지만, 이재영은 재활 속도를 높였고 코트 복귀를 준비를 마쳤다.
국가대표 경기를 포함하면 1월 12일 태국과의 경기 이후 39일 만의 실전 경기다.
이재영은 "사실 공을 가지고 3일 훈련한 뒤 경기를 치렀다. 오른쪽 무릎 부상을 당한 뒤 웨이트트레이닝도 왼쪽만 했다"며 "17일에 처음 공격 훈련을 할 때는 공을 제대로 때리지도 못했다. 그런데 18일에 더 좋아지고, 19일에 조금 더 좋아지더라. 오늘도 정말 재밌게 경기했다"고 말했다.
기록보다는 복귀전 승리가 이재영의 마음을 뿌듯하게 했다.
그는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한 건 경기 끝나고 나서야 알았다. 사실 내가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할 거란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며 "기록을 달성해 기분은 좋지만, 의미는 크지 않다. 팀이 중요한 경기에서 승리한 게 더 기쁘다"라고 강조했다.
재활에 몰두한 한 달 동안 이재영은 심한 마음고생을 했다.
그는 "(박미희) 감독님께서 잡아주시지 않았으면 이성을 놓았을 것"이라고 까르르 웃었다.
이재영은 "부상을 당한 뒤 한동안 배구 경기도 보지 않았다. 몸이 아프니까, 배구를 떠올리기도 싫었다"라고 털어놓은 뒤 "그런데 곧 코트가 그리웠다. 배구를 하고 싶었다. 팀이 어려운 상황(7연패)에 놓여서 미안함도 컸다. 언니들에게 '빨리 재활 마치고 돌아가겠다'고 했고, 이렇게 왔다"고 했다.
코트에는 이재영을 아끼는 사람이 많다. 애초 '시즌 아웃'까지 예상했던 이재영은 고마운 사람을 생각하며 재활 속도를 높였다. 복귀전에서도 동료들의 도움을 받았고, 힘을 냈다.
이재영은 "오늘 내가 리시브가 흔들렸을 때 (세터) 조송화 언니가 잘 받아줘서 내 실수가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송화 언니가 정말 고맙다. 김해란 선배도 많이 도와주셨다"며 "많은 분의 도움 속에 코트에 복귀했다. (동생) 다영이가 응원해준 것도 고맙다"고 했다.
통증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이재영은 20일 경기 뒤 아이싱을 한 다리를 절뚝이며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그는 "사실 완벽한 몸 상태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재영은 자신의 복귀는 철저히 자신의 의지라고 강조했다. 이재영은 "그냥 쉰다고 해서 낫는 부상이 아니다. 관리를 잘하면서 뛰는 게 나을 수도 있다"며 "(박미희) 감독님이 나를 당겨 쓴다는 비판도 들린다. 사실이 아니다. 감독님은 못 뛰게 했는데 내가 뛴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자신의 부상 복귀전을 마친 뒤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꺼내던 이재영도 '자신을 위한 한 마디'를 빼놓지 않았다.
최근 야구 선수 서진용(SK 와이번스)과의 만남을 공개한 이재영은 "연애는 연애고, 배구는 배구다"라고 말했다. 누군가를 당당하게 만날 수 있는 자신의 권리만큼은 확실하게 지키고 싶다는 의미다. 또한, 지금처럼 배구도 착실하게 하겠다는 약속이기도 하다.
jiks79@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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