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지난해 7월 자택에서 목숨을 끊어 큰 충격을 줬던 배구 선수 고유민의 유족은 줄곧 ‘구단 책임’으로 코칭스태프와 구단에 책임을 물었다.

하지만 배구계는 그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그냥 흘러보냈다. 그리고 반년이 지나 배구계는 학폭 논란으로 쑥대밭이 됐다. 억울하게 죽었다는 선수의 죽음 원인을 제대로 밝히고 떳떳한 모습을 보였던 지금처럼 학폭 논란이 터졌을 때 누구도 배구계를 옹호해주지 않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다.

현대건설 선수였던 고유민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생전에 그녀는 무리한 포지션 변경에 의한 고통과 이에 따른 비난을 힘들어했음을 밝혔다. 그녀가 세상을 떠난 이후 유족들은 악플이 원인이 아닌 구단에서 고유민을 대하는 태도가 죽음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배구계는 침묵했다. 소속 선수가 자살했음에도 코칭스태프에 변화는커녕 현대건설과 KOVO는 요지부동이었다. 최근 한 언론에서는 경찰이 불기소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을 검찰이 사건을 원점에서 재수사하기로 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당시 유족들은 고유민에 대해 코칭스태프 등이 태움(못살게 괴롭힘)을 심하게 했음을 주장했다. 하지만 배구계에서는 이를 묵과했다. 이때 배구계에 뿌리깊은 괴롭힘 문화에 대해 개선을 위해 나섰다면 이재영-이다영 자매로 시작된 학폭논란부터 박철우-이상열 감독의 폭행 논란까지 나왔을 때 ‘그럴줄 알았다’는 시선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 언론보도대로 검찰이 다시 고유민 사건을 재수사한다면 또 다른 파장이 될 수 있다. 이미 배구계에 고유민 사건으로 전조는 충분했다. 하지만 이를 외면하고 무시한 대가가 이재영-이다영 자매 사건으로 시작돼 쑥대밭이 된 배구계에 부메랑으로 돌아온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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