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는 팬들이 변화하고 있음을 알고 있을까
약 10년 전에 재미있는 기사를 읽었었다. 주제가 '요일별 카드 사용량'이었다. 어느 요일이 가장 카드 사용량이 많은지 한 금융 회사에서 조사한 자료를 토대로 작성한 기사였다. 사람들의 예상과 빗나가는 결과가 나왔는데 신용판매 매출이 목요일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이유는 주 5일제로 생활패턴이 바뀌어 직장인들의 저녁 회식이 가장 많고 카드사들의 마케팅과 프로모션이 가장 활발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의외로 가장 카드 신용판매 매출 비중이 토요일, 일요일은 낮았다. 이유는 경기가 좋지 않아 단순 휴식 등 집에서 보내는 사람들이 늘어 주말 소비가 적다고 한다. 반면 월요일은 신용카드를 활용한 현금서비스 사용량이 가장 높았다. 이처럼 카드사들이 데이터를 분석하는 이유는 잘 알겠지만 고객의 불편함이나 행동 패턴을 파악해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응원 구단이 '못 한다는 이유'로 야구장을 외면했을까
아무튼 야구와 별로 상관이 없어 보이는 이야기를 한 이유는 과연 지난 시즌 KBO 리그의 관중 감소가 인기 구단 (롯데, KIA 등) 성적 부진, 경기력 저하를 주요 원인으로'만' 보아야 할까였다. 필자는 1년에 10~20번 정도는 야구장을 찾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야구팬이다. 그런데 2019시즌은 5번을 간신히 넘겼다. 한 여름에 덥고 습해도 야구장에서 야구를 보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는데 '과연 야구장은 돈을 주고 갈 만한 곳일까'라는 회의감이 커졌다. 예를 들어 필자가 살고 있는 서울 잠실구장을 이야기해 보겠다.
이제는 오래된 구장 취급받는 잠실 야구장이지만 필자가 느낀 잠실 구장은 단순히 오래되어서 불편하다가 아니다. 오히려 팬들이 느낀 진짜 불편함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불편한 점이었다. 물론 이 불편함을 KBO도 알면서도 고칠 수 없는 '어른들의 사정'이 있겠지만(어떤 점 때문인지 필자도 이미 짐작은 했다.) 필자가 예를 든 잠실구장의 극단적으로 외야석은 의자만 바뀐 느낌이다.
우선 외야에 있는 카메라 설치 구조물이다. '저게 왜 문제일까'라고 생각하겠지만 저 구조물로 인하여 발생하는 시야 사각지대는 수년째 '미해결'이다. 위치를 옮기거나 시야를 방해하지 않는 수준의 위치를 찾아 다시 설치해도 사라지는데 위치는 똑같다. 같은 돈을 주고 외야에 입장한 팬인데 어느 팬에게는 불편함을 감수하라는 것은 공평성에 문제가 있다. 실제 일부 타구는 구조물에 가려져서 순간적으로 안 보이는 일이 발생한다.
▲ 카메라가 위치한 잠실구장 외야 실제 몇 년째 저 자리에 있는에 일부 좌석은 저 구조물로 인해 사각지대가 발생한다. 직접 찍은 사진. |
ⓒ 장정환 |
또 하나 불편한 점은 외야에 있는 팬은 단순한 정보밖에 알 수 없다. 아래가 실제 잠실구장 외야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포수 바로 뒤에 있는 볼 카운트, 아웃카운트 그리고 좌우에 있는 스코어보드로 몇 대 몇 정도만 알 수 있다. 포털사이트에 접속하여 야구 중계를 보면 더 잘 알겠지만 직접 돈을 지불하고 들어 온 팬들은 '손님'이다. 지금까지 팬들이 클레임을 걸지 않았지만, 팬들이 주는 돈의 '소중함'을 안다면 개선점을 어떻게든 도출해 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비싼 돈을 주고 앉는 자리와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좌석은 차이가 있어야 하지만 현장에서 제공하는 정보마저 차별을 준다면 팬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 외야석에서 바라본 잠실야구장 실제 외야석에서 야구를 보고 있으면 세세한 정보를 알기 힘들다. 일어나서 대형 백스크린이 보이는 위치까지 갔다 오거나 스마트폰으로 접속해야 알 수 있다. 직접 찍은 사진. |
ⓒ 장정환 |
위의 잠실구장 사례는 일부 특정 구장을 다니는 팬의 이야기에 불과할 것이다. 그렇다면 확대 할 수 있는 예는 무엇이 있을까? 가장 쉬운 예로 티켓 문제다. 10개구단 팬들이 성토하는 티켓 구매 관련해 수년째 비슷한 불만이 나오나 별로 바뀐 것이 없다. 이미 암표로 몇 년째 응원석, 테이블 석과 같은 인기 좌석은 인터넷으로 구매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판매 경로를 다양화해서 한쪽으로 몰리는 것을 막도록 하든지 방법을 마련해야 하는데도 수년째 대응 방법은 똑같거나 비슷하다.
과연 지금 프로야구 팬들이 현장에서 자신이 원하는 자리를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을까? 온라인 판매가 KBO, 구단들에 편리한 방법이나 이 편리함 때문에 현장에서 쉽게 접근하고 즐길 수 없는 '미션 임파서블'이다. 분명히 적당한 티켓 구매 경쟁은 흥미를 부르지만 너무 어렵다는 인식이 심하면 팬들은 포기한다. 몇 년 전부터 매진 또는 매진에 가까운 수준으로 티켓은 팔렸는데 여기저기 빈자리가 많이 보이고 있고 팬들이 개탄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이유는 분명하지 않을까?
마케팅도 모두 협의하면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한 예로 (눈치는 보아야 하나) 금요일 연차 신청 직장인들이 늘었다면 직장인과 가족들을 상대로 날씨 좋은 5월 금요일 하루 5경기 모두 금요일 2시에 시작 할 수 있다. 실제 외국의 한 구단은 금요일 연차가 늘어나는 추세라는 점에 착안, 올 시즌 금요일 일부 경기를 오후 2시에 실시하기로 확정한 곳이 있다. 이제는 기존 팬 유지만이 아니라 숨어있는 팬들까지 어떻게든 유치하고 찾아내야 살아남는다. 앉아 있으면 저절로 티켓이 팔리는 시대가 아니다.
800만 관중보다 경기당 평균 관중이 열쇠
▲ 10년간 프로야구 관중추세 출처 KBO 홈페이지. 이제는 800만 관중 달성보다 경기당 평균 관중에 신경 써야 할 시점이다. |
ⓒ 장정환 |
지난해 정운찬 총재는 31일 신년사를 통해 "2020년에는 리그 경쟁력 강화, 야구 산업화를 통해 한국 프로야구 통합 마케팅의 기반을 다지고 성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아쉬운 부분은 마케팅의 대부분이 주로 온라인이나 기존의 콘텐츠 등을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가 대부분이다. 온라인이나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마케팅 역시 프로야구 현장이 살아나야 빛을 발한다. 극단적으로 현장에 야구 팬이 한 명도 없는데 야구 경기만 한다 생각해 보자. 그러면 아무리 좋은 영상 자료, 콘텐츠를 준비해도 빛을 잃는다.
분명 인기 구단의 부진도 프로야구 흥행 부진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응원하는 팀이 계속 지면 그것만큼 재미없는 일도 없다. 하지만 지금의 관중 감소가 프로야구 팬들이 지금까지 쌓이고 쌓인 불편함과 불만이 서서히 터지기 시작한 '첫해'로 인식한다면 가벼운 문제가 아니다. 벌써 10년 전 기사지만, 이 기사를 떠올리면서 정말 KBO는 팬들의 변화를 '실감'하고는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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