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가 코비를 떠나 보내는 법…‘아무도 움직이지 않은 24초’

미국프로농구(NBA) 샌안토니오 스퍼스와 토론토 랩터스가 맞붙은 27일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AT&T센터. 토론토 가드인 프레드 반블릿은 팀 동료가 애써 내준 공을 잡고도 24초가 흘러버릴때까지 천천히 공만 튀겼다. 그의 행동은 현역 시절 등번호 24번을 달고 코트를 누비던 코비 브라이언트에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였다. USA TODAY Sports
미국프로농구(NBA) 샌안토니오 스퍼스와 토론토 랩터스가 맞붙은 27일 미국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AT&T센터. 토론토 가드인 프레드 반블릿은 팀 동료가 애써 내준 공을 잡고도 천천히 공만 튀겼다. 24초가 흘러버려 공격 실패를 알리는 부저가 울리자 관중석에선 질책이 아닌 기립 박수가 쏟아졌다. 그의 이상 행동은 현역 시절 등번호 24번을 달고 코트를 누비던 코비 브라이언트에게 보내는 마지막 인사였다.

NBA의 전설적인 스타 브라이언트가 너무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브라이언트는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라바사스에서 타고 있던 전용 헬리콥터가 추락하면서 42살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둘째 딸인 지아나의 농구 경기를 보기 위해 이동하던 길이었다. 헬리콥터에는 브라이언트와 지아나 그리고 지아나의 농구팀 동료와 부모 등도 탑승해 있었다. 로스앤젤레스(LA)시 당국은 “이날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조종사를 포함해 9명 전원이 숨졌다”고 전했다.

미국프로농구 대스타의 사고 소식에 NBA는 큰 충격에 빠졌다. 코트에는 추모 물결이 이어지고 있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은 성명서를 통해 “비극적인 소식에 충격을 받았다”며 “친동생 같던 그를 사랑했고, 자주 이야기를 나눴다. 그와의 대화가 그리울 것”이라고 추모했다. 매직 존슨도 “LA 레이커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가 떠났다”고 슬퍼했다. 과거 브라이언트와 함께 LA 레이커스의 우승을 세 차례 합작했던 샤킬 오닐도 “나의 조카인 지지(지아나)와 브라이언트를 잃은 고통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애통해 했다.

애덤 실버 NBA 커미셔너는 “NBA 가족들은 브라이언트와 그의 딸 지아나의 사망 소식에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며 “20시즌 동안 그가 보여준 헌신과 재능을 기억한다. 그는 농구 역사에서 위대한 선수 중 한 명이었다”고 추모했다.

브라이언트의 활약상을 보고 자란 현역 선수들도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브라이언트와 친분이 깊은 브루클린 넷츠의 카이리 어빙은 ‘개인 사정’을 이유로 뉴욕 닉스전을 아예 불참했다. 불과 하루 전 브라이언트의 통산 득점 기록을 넘어섰던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는 필라델피아 원정을 마치고 돌아온 뒤 공항에서 눈물을 훔쳤다. 뉴올리온스 펠리컨스 선수들은 전원이 브라이언트의 농구화를 맞춰 신으면서 조의를 표했고, 휴스턴 로키츠의 PJ 터커는 신발에 추모 메시지를 적기도 했다. 브라이언트가 20년 동안 뛰었던 LA 레이커스의 홈 경기장인 스테이플스 센터에선 이날 경기가 열리지 않았다. 그러나 주변 팬들이 이곳으로 몰려들어 눈물로 그를 추억했다.

브라이언트를 향한 추모에는 종목 구분도 없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국프로골프(PGA) 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 최종 라운드를 마친 뒤 “가장 충격적이고 비극적인 날이다. 18번홀 그린에 갔을 때 ‘맘바(브라이언트의 별명)를 위해 해달라’고 외치는 이유를 몰랐다가 이제 알았다”며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육상 스타인 우사인 볼트도 “아직도 믿을 수가 없다”고 브라이언트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렸고, 브라질 축구스타 네이마르(파리 생제르맹)는 프랑스 리그앙 21라운드 릴과의 경기에서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뒤 양손으로 각각 손가락 2개와 4개(브라이언트 등번호)를 들어보이며 두 손 모아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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