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에서 삼성이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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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에서 삼성이 사라지고 있다?




지난달 대한체육회 회원종목단체장 선거를 통해 62개 정회원단체장이 대부분 결정됐다. 삼성이 맡는 종목은 육상연맹이 유일했다. 임대기 신임회장(제일기획 고문)은 제일기획 대표, 삼성 라이온스 구단주를 지냈다. 과거 삼성이 레슬링, 육상, 빙상 등 올림픽 주요종목 회장사를 맡은 건 옛날 얘기일 뿐이다. 현재 삼성이 운영하는 아마추어팀은 삼성생명 레슬링·배드민턴·탁구, 삼성전자 육상, 삼성에스원 태권도 정도다. 전국대회를 10연패한 삼성중공업 럭비팀, 이형택·이효정·조윤정·정현 등을 배출한 삼성증권 테니스팀은 2015년 해체됐다.

현재 삼성 로고를 부착한 프로팀은 5개다. 삼성 라이온즈(야구), 수원 삼성(축구), 서울 삼성·용인 삼성생명(이상 농구), 대전 삼성화재(배구)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모두 성적이 중하위권에 머문 지 오래다. 라이온즈는 2014년 우승이 마지막이다. 수원도 2014·2015년 준우승이 최근 최고 성적이다. 서울 삼성의 가장 최근 우승은 2006년이다. 삼성생명도 2016~2017시즌 준우승이 최근 최고 순위다. 삼성화재는 2014년을 끝으로 우승하지 못했다.

삼성은 2014년부터 스포츠단에 조금씩 손을 뗐다. 2014년 수원 삼성, 서울 삼성, 용인 삼성생명이 제일기획 산하로 편입됐다. 2015년 삼성화재, 2016년 라이온즈도 그랬다. 삼성그룹은 제일기획이 스포츠단을 통합 관리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예산은 조금씩 줄었고 스포츠에서 삼성 존재감도 점점 약해졌다.

그런데 글로벌 스포츠에 대한 삼성의 관심은 여전했다. 삼성은 올림픽, 아시안게임, 유니버시아드, 세계육상선수권, 세계수영선수권, 스페인 프로축구, 미국프로농구(NBA), 미국프로야구(MLB) 등 수많은 대회를 후원했고 일부는 지금도 하고 있다. 김연아, 데이비드 베컴, 리오넬 메시, 르브론 제임스, 우사인 볼트, 마리아 샤라포바도 삼성 후원을 받은 글로벌 스타들이다. 미국, 영국, 이탈리아, 스웨덴, 벨기에, 호주, 남아공 국가대표팀도 삼성 돈을 받았다. 레알 마드리드, 유벤투스, 첼시 등 유럽 축구팀도 삼성 로고를 단 적이 있다.

삼성은 글로벌 기업이다. 세계 시장을 겨냥한 글로벌 마케팅은 불가피한 선택이다. 현대·기아, LG, SK, 한화도 해외 스포츠를 지렛대로 세계 시장을 공략한다. 이들은 국내스포츠, 국내스타보다는 해외 유명 구단, 글로벌 스타, 메이저 대회에 로고를 박기를 원했다. 동시에 국내프로스포츠와의 거리는 조금씩 벌렸다. 과거보다 더 적극적으로 국내프로구단에 투자하는 곳은 현대 정도다.

스포츠 성장과 발전은 든든한 자금이 있어야 가능하다. 우리나라 야구가 올림픽,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것도 국내 기업들이 30년 안팎 야구단 운영에 적극 참여한 덕분이다. 양궁, 축구, 핸드볼, 펜싱, 과거 레슬링도 대기업이 후원사와 회장사를 맡아온 게 국제무대에서 눈부신 활약상을 만든 연료가 됐다.

그런데 삼성을 시작으로 글로벌 기업들이 국내프로스포츠에서 발을 빼고 있다. 프로스포츠보다는 아마추어 종목에 신경쓰는 기업도 있다. 물론 그것도 해당 종목이 국제무대에서 거둘 효과를 기다리며 이뤄진 선투자다. 글로벌 기업이 국제 스포츠를 이용해 마케팅하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일도 아니다. 그런데 이들은 자신들이 한국에서 태어났고 한국사람 덕분에 성장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한국 사람들이 삼성 TV와 갤럭시 휴대전화를, 현대와 기아차를, LG 냉장고와 TV를 구입하면서 낸 돈, 그 돈이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총알이 됐다.

스포츠계 ‘큰손이었던’ 삼성은 지금 국내 스포츠계에서 어디쯤 머물고 있을까. 삼성 이름과 로고는 보이지만, 과거처럼 일선에서 스포츠를 이끄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유니폼에 새겨진 삼성 로고가 이전보다 작게 느껴지는 건 기자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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