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권혁진 기자 = 훈련 중 갈등을 빚어 스포츠공정위원회에 회부된 여자탁구 에이스 전지희(포스코에너지)와 유남규 전 여자대표팀 감독이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오해를 풀었다.

유 감독은 12일 송파구 방이동 서울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3차 대한탁구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출석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전날 전지희가 사과를 하러와 감독으로서 이를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유 감독과 전지희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해 말이었다. 전지희는 당시 여자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던 유 감독의 지시 내용을 허락없이 녹취했고, 부당하다고 느낀 듯 파일을 대한탁구협회에 제출했다.

유 감독은 전지희가 자신의 스타일에 불만을 품고 이같은 일을 벌였다는 소식을 접한 뒤 사직서를 내고 대표팀을 떠났다. 전지희도 세계선수권 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면서 태극마크를 반납해야했다.

전지희는 소속팀 포스코에너지 김형석 감독과 함께 유 감독이 선수들을 지도하는 삼성생명 탁구단을 찾아 최근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전지희와 유 감독은 2시간 가량 대화를 통해 앙금들을 일정 부분 걷어냈다.

전지희는 "내가 오해한 부분들이 있는 것 같다. 어제 유 감독님께 사과드렸다"면서 "불만이 있었다기보다는 내가 좀 많이 불안하고 혼란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유 감독은 "전지희가 '감독님이 그만두는 것은 원하지 않았다'고 하더라. 사과는 받겠지만 세계대회와 올림픽을 잘해보려고 했는데 진짜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전지희도 그 부분에 대해 죄송하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유 감독은 또 "개인적으로 두 번 전지희와 면담을 했다. 두 번만 했기에 기억이 다 난다. 크게 뭐라고 했던 것이 없었는데 왜 그랬는지 궁금하다"면서 "정신을 차리고나니 대표팀 감독직을 빨리 사임한 것 같다"고 보탰다.

녹취 내용을 들었다던 대한탁구협회 관계자는 "생각에 따라 발언을 문제 삼을 수도 있겠지만 성추행이나 폭언은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유 감독도 현실에 안주하는 선수들의 정신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여러차례 이야기를 나눈 적은 있지만 이 과정에서 폭력적인 행위는 일체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남자대표팀을 오랜 기간하면서 여자대표팀이 성적을 못 내는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는 유 감독은 "선수들의 '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인식을 깨주겠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고 소개했다. "지도 방법이 감독들마다 조금씩 다르다. 나는 현장에서는 호랑이 선생님 스타일이지만 밖에서는 아버지처럼 진짜 편안하게 지낸다"면서 "자극도 주고 혼을 내고 격려도 하고 다독거렸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지희와 동행한 김 감독은 "(세계랭킹이 높은) 전지희가 무한경쟁을 반발해서 그랬다는 이야기들이 있는데 그것은 절대 아니다. 전지희는 세계선수권 선발전 탈락도 모두 받아들이고 있다. 오해를 반드시 바로잡고 싶다"고 말했다.

유 감독은 전지희는 스포츠공정위원회에 따로 출석해 그동안 벌어졌던 과정들을 상세히 소명했다.

스포츠공정위원회는 두 사람의 발언과 전지희가 제출한 녹취 파일 등을 종합해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