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드-조코비치·흙-나달·잔디-페더러' 삼국지 두어 해 지속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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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조코비치·흙-나달·잔디-페더러' 삼국지 두어 해 지속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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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테니스 그랜드슬램 대회인 오스트레일리아 오픈(AO)이 2일 남자부 결승 경기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조코비치가 팀에게 3대2로 역전승을 거두며 대미를 장식한 것이다. 이번 AO 대회는 올 한해 세계 남자 테니스 판도를 가늠해볼 수 있는 시금석으로써 전혀 손색이 없었다. 결승전과 함께 새로운 판도가 형성된 AO 대회를 짚어본다.
 
빅3의 선두 조코비치와 대등한 경기력 보인 팀의 급부상
 
조코비치는 결승에서 승리함으로써, 3일 발표되는 세계 랭킹에서 나달을 밀어내고 1위로 복귀하게 됐다. 만 32~38세 연령의 빅3 가운데 가장 젊은 조코비치는 빅3의 체면을 살림과 동시에 빅3의 선두주자로서 한동안 자리를 굳힐 확률이 높아졌다.
  

 조코비치. 당분간 1위 자리를 지키겠지만 하드 코트에서는 차세대 주자들에게,시달리고 흙 코트에서는 나달과 팀을 뛰어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이번 AO에서 더 큰 성취를 이룬 선수는 팀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니다. 팀은 이날 결승전이 벌어지기 전까지 2017년 이후 5번 조코비치와 겨뤄 4번을 이겼는데, 4번의 승리 가운데 3번은 흙 코트에서 챙긴 것이다. 프렌치 오픈으로 대표되는 흙 코트에서 랠리 능력만큼은 근소하나마 팀이 조코비치에 앞서 있었다.
 
팀은 나달을 잇는 '흙신'으로써 명성을 쌓아왔는데, 이번에는 하드 코트에서도 조코비치에게 밀리지 않는 경기력을 보여줬다. 이날 결승전은 전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관련 기사 : 난형난제 대결 조코비치와 팀... 행운이 승부 가를까 http://omn.kr/1mft7)
 
총 득점 숫자에서 팀은 147개로 조코비치의 157개에 단 10개 밀렸다. 공격력의 척도인 위너 숫자에서는 55대 46으로 조코비치를 눌렀다. 범실 숫자는 57개씩으로 똑같았다.
 
기술 역량을 가늠할 때 우선되는 요소는 랠리인데, 그라운드 스트로크, 발리, 어프로치, 패싱, 로브, 오버헤드, 드랍 등 7개 척도에서도 두 선수는 용호상박의 기량을 보여줬다. 포핸드쪽은 팀이, 백핸드쪽은 조코비치가 아주 근소하게 우세한 정도였다.
 
둘의 기량이 대등했지만, 조코비치가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던 결정적 요인은 무엇일까? 딱 하나만 꼽으라면 '플랜B' 실행능력에서 조코비치가 앞섰기 때문이다. 이는 조코비치가 경험이 풍부하고 선수 생활 경력이 훨씬 많으며, 올어라운드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
 
조코비치는 셋트 스코어 1대2로 밀린 가운데 맞은 4세트에서 더 이상 피지컬 게임으로 팀을 상대하지 않았다. 템포 게임을 시작한 것이다. 파워와 스피드에서 팀에게 미묘하게나마 밀리기 시작하자, 경기 리듬을 교란시키기 시작한 것이다.
  

 나달. 12차례 프렌치 오픈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린 나달은 앞으로도 한두 해 프렌치 오픈 우승 영순위 후보이다. 유일한 장애물은 팀이 될 가능성이 높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예컨대 강하게만 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때때로 공의 속도를 줄이고, 스핀량을 조절함과 동시에 크로스 샷 중심의 예각 싸움을 줄였다. 코트 양끝이 아닌 가운데 쪽으로 보다 다양한 템포의 공을 보냄으로써 파워와 스피드를 주무기로 하는 팀에게서 에러를 유발해 냈다.
 
결국 4세트를 조코비치가 가져온 뒤 5세트에서도 이런 흐름이 계속되고, 팀은 조코비치의 플랜B에 맞설 수 있는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전체적으로는 팀이 공격을 주도했고, 밀어붙였지만, 패배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팀은 이번 대회를 통해 '주 종목'인 흙 코트를 벗어나, 하드 코트의 1인자인 조코비치에게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기량이 성장했음을 입증했다.
 
조코비치가 우승 소감을 얘기하면서, "도미닉 당신은 한번, 아니 한번이 아니라 그 이상 틀림 없이 그랜드슬램을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것은 단순한 입발림이 아니라고 봐야 한다. 이 얘기는 사실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년 전인 2010년 AO에서 페더러가 머레이를 꺾고 우승하면서 한 말이기도 하다.
 
페더러 얘기가 덕담에 그치지 않고 앞날을 정확히 예언했다는 것은 이후 머레이의 그랜드슬램 우승기록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실제로 머레이는 그로부터 2년 뒤인 2012년 유에스 오픈을 시작으로 2013년과 2016년 윔블던에서 두 번의 추가 그랜드슬램 우승을 일궈내는 등 빅3 틈바구니에서 3회 그랜드슬램 우승기록을 세웠다.
 
20대 차세대 주자들 절반의 성공에도 불구 롱런은 미지수

올해는 빅3의 아성에 20대 영건들이 균열을 내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해왔다. 이번 AO 역시 이런 예상이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4강 진출자 면면을 보면, 빅3에서 조코비치와 페더러가 영건 중에서는 팀과 츠베레프가 이름을 올림으로써 구도를 양분했다. 그러나 세계 랭킹 톱10에 드는 5명의 영건 중에서 메드베데프, 치치파스, 베레티니 등 3명이 8강에는 얼굴도 내밀지 못함으로써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다.
  

 페더러. 체력이 눈에 보일 정도로 떨어지고 있는 페더러는 내년까지는 오로지 윔블던에서만 작은 찬스를 맞을 수 있을 것이다. 내년 이후에는 은퇴를 고려해야하는 상황이 올 가능성이 크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올해 첫 그랜드슬램 대회에서 메드베데프, 치치파스, 베레티니 등이 이름 값을 못한 것은 대략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째는 스케줄링과 컨디션 조절 미숙이다. 즉 지난해 말 한달 남짓한 휴식과 훈련 기간, 그리고 바로 이어진 이번 AO 대회에 맞춰 경기감각과 몸상태 등을 최상으로 끌어올리지 못한 것이다.
 
둘째, 상대적으로 단조로운 경기 스타일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4강까지 오른 츠베레프를 포함해 메드베데프, 치치파스, 베레티니 등의 플레잉 스타일은 서브와 플랫 스트로크 위주이다. 모두 190cm를 훌쩍 넘는 장신들이다보니 빠르고 다양한 몸놀림을 보이는데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선수 자신은 물론 코칭 스태프도 이런 약점을 잘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메드베데프나 치치파스 같은 선수의 경우 기술의 다변화와 경기 리듬 조절 능력 배양을 적극 추구하는 편이고, 일정 부분 소득도 올렸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올어라운드 플레이 능력은 결승에 오른 팀과 나머지 4명의 영건들이 구분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다양한 기술과 체력을 겸비하지 못한다면,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영건들의 돌풍은 서너 해를 넘기지 못하고 정상권 탈락자가 하나둘 씩 생겨날 수 있다.
 
빅3의 전성기 2~3년 넘기기 쉽지 않다
 
올해 AO는 빅3의 전성기가 막을 내릴 시점에 대해서도 은밀하게 힌트를 줬다. 나이대로라면 만 38세인 페더러, 33세인 나달, 32세인 조코비치의 순서대로 은퇴가 이뤄질 것이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이들 세 선수의 내리막길이 확연해지는 시기는 큰 차이가 없을 수도 있다. 먼저 페더러의 경우 시즌을 더욱 잘게 나눠, 자신이 강점을 보일 수 있는 큰 대회에만 집중함으로써 선수 생활의 생명을 연장하려 할 것이다.
 

 팀. 윔블던을 제외한 나머지 3개 그랜드슬램에서 조코비치, 나달, 페더러 등의 우승 길목을 막고 나설 확률이 가장 높은 선수이다. 팀의 합류로 향후 한동안 최강자 구도는 빅3에서 4강으로 재편될 것이다.
ⓒ 위키미디어 커먼스


 
이번 AO 준결승에서 조코비치에게 속절없이 무릎을 꿇어야 했던 페더러는 체력과 나이의 한계를 그 어느 때보다도 여실히 드러냈다. 그는 앞서 8강전 등에서도 100위권 선수에게 고전한 바 있다.
 
그러나 '부자 망해도 3년은 간다'는 말이 있듯, 세계 테니스계 최고의 테크니션이기도 한 그가 하루 아침에 몰락의 길을 걷지는 않을 것 같다. 8차례 우승으로 그의 텃밭이나 다름없는 윔블던에서는 올해, 그리고 내년까지는 미세하나마 찬스가 있을 수 있다.
 
그는 이를 위해 6월에 시작하는 윔블던에 앞서 열리는 유로 클레이 시즌을 올해도 건너 뛸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만 40세가 되는 2022년께에는 아마 은퇴를 본격 고민해야 할 것이다.
 
테니스를 체력전으로 바꾼 주인공인 나달도 배터리가 아주 많이 남아 있다고 할 수 없다. 단적인 예로 이번 8강전에서 5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팀에게 패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체력에서 밀렸기 때문이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나달은 하지만 전무후무할 가능성이 높은 프렌치 오픈 12번 우승의 원조 '흙신'이다. 올해는 물론 내년 정도까지도 프렌치 오픈에서는 우승 영순위 후보이다. 유일한 걸림돌은 차세대 흙신인 팀의 급부상이다. 대진운이 따르지 않거나, 작은 부상이라도 있다면, 팀에게 덜미를 잡힐지도 모른다.
 
나달 또한 2022년 즉 페더러의 은퇴 고민이 깊어지는 시점쯤이면 현격하게 경기력이 하강 곡선을 탈 수 있다. 2022년은 나달이 만 35세인 시점이고, 우리 나이로는 37세가 되는 해이다. 그 나이까지 정상 부근에 머무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물론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빅3 중에서는 나이로 보나 기량으로보나 조코비치가 가장 오래 정상권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체력 한 가지 요소만 본다면 조코비치 역시 최정상에서는 막 내려오기 시작했다고 봐야 한다. 지난해 윔블던 결승에서 페더러를 만나, 져도 할 말이 없던 경기를 뒤집은 것은 체력이 아니라 경기 리듬 조절의 덕을 봤기 때문이었다.
 
올해 AO에서 조코비치가 팀을 꺾은 것은 지난해 윔블던에서 조코비치가 페더러를 꺾은 것의 데자뷔였다고 할만큼 흡사했다. 두 경기 모두에서 조코비치가 상대를 압도하지 못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체력이 예전만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할 수도 있다.
 
빅3 중에서 '젊은' 조코비치가 향후 2~3년 동안 정상을 지키기가 얼핏 생각하는 것만큼은 쉽지 않은 이유는 대충 세 갈래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흙 코트를 양분할 가능성이 큰 나달과 팀의 존재이다.
 
또 하나는 윔블던으로 대표되는 잔디 코트에서 페더러가 여전히 간단치 않은 적수이며, 차세대 주자들이 모두 잔디 코트에서 상대적으로 강하다는 점이다. 마지막으로 흙 코트와 잔디 코트를 제외하면 하드 코트가 남는데, 메드베데프, 츠베레프, 치치파스, 베레티니 등 영건들이 가장 강한 위력을 발휘할 코트가 하드인 탓에 이들로부터 집중 벌떼 공격을 당할 수 있다.
 
페더러와 나달이 각각 잔디와 흙을 지키고, 하드에서 장신의 젊은 선수들이 기를 쓰고 달라붙는다면, 조코비치로서는 3각 협공을 받는 형국이 되는 셈이다. 조코비치 또한 2022년 이후는 지금까지와 같은 위상을 누리기가 쉽지 않을 확률이 높다고 점칠 수 있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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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행복의문 2020.02.03 16:58  
아하...조코비치도 20222년 이후엔 왕의 자리에서 내려올지도 모르는군요...카지노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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