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계약도 거절…'오재원 애티튜드'
15일 잠실야구장 두산 시무식에서 김태형 감독은 "올해도 주장은 오재원"이라고 일찍이 못 박았다.
당시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이 마무리 안 된 상태였다. 세부 사항 조율만 남겨 둔 터라 잔류 쪽으로 무게 기울었어도 이른 감이 없지 않았다. 그때 김 감독은 "안 되면 말고"라며 껄껄 웃어 넘겼다. 그러고 나서 일주일 뒤 오재원은 3년 총액 19억 원으로 계약을 매듭지었다.
지난해는 오재원에게 유독 끔찍한 해였다. 98경기에서 타율 0.164, 3홈런 18타점 6도루 OPS 0.538로 화살세례에 시달려야 했다. 그런데도 김 감독이며 두산 선수단은 숫자로 표현 안 되는 주장의 가치를 높게 샀고, 통합 우승이라는 값진 보상도 얻었다.
오재원은 우리 나이로 36살이 됐다. 2번째 FA 계약을 하면서 사실상 선수 생활 마무리도 두산에서 하게 될 공산이 커졌다. 나이가 있는 선수라 계약 기간을 조금 더 늘리려는 게 보편적일 수 있으나, 오재원은 다르게 생각했다.
애초 구단에서 오재원에게 내민 조건은 4년 계약이었다. 그런데도 오재원은 4년 계약을 거절하고, 1년 줄여 3년 계약으로 역제안했다. 그는 "지난해 부진이 크게 다가왔다. 조금 더 노력하자는 취지였다. (4년을 제시한 데) 고맙다고 말씀드렸고, 아직 늦지 않았으니 최선을 다해 보겠다"며 힘 있게 말했다.
그러면서 "기간 조율 당시는 금액 이야기가 오가지 않았을 때다. (계약 금액 19억 원은) 구단, 동료들이 믿어 준 결과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경기장 안팎에서 팀 잘 이끌도록 하겠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오재원은 김 감독 부임 5년 중 주장으로서 4년을 지냈다. 그리고 정규시즌 2회, 한국시리즈 우승은 2회 했다. 역대 두산 주장 중 최다 우승 기록이다. 2015년, 2019년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든 오재원은 1982년 주장 김우열, 1995년 이명수, 2001년 안경현, 2016년 김재호(이하 1회)보다 앞선다.
"구단에서 나를 좋게 평가해 주셨다. 힘들어도 두산 문화에 맞게 솔선수범하겠다." 오재원은 또 "우리 팀 경쟁력은 끈끈한 팀워크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끈끈해지는 게 어려운 일이다. 지금 10년 가까이 함께하는 선수들이라 매년 더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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