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반지 팔면 얼마나 받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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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반지 팔면 얼마나 받을까요?”

”우승 반지 팔면 얼마나 받을까요?“
 
며칠 전이다. 간만에 전직 프로야구 선수의 목소릴 들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그가 갑자기 ‘우승 반지를 팔면 얼마나 받겠느냐’고 물었다. “글쎄” 하자 그는 “일전 메이저리그 우승 반지가 경매에서 1억 넘는 돈에 낙찰됐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며 “한국시리즈 우승 반지를 경매에 내놓으면 얼마나 받을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일전’의 ‘메이저리그 우승 반지 경매’는 전 신시내티 레즈 포수 조니 벤치 이야기다. 2020년 벤치는 자녀 학자금 마련을 위해 현역 시절 우승 반지, 유니폼, 배트 등을 경매에 내놨다. 
 
경매에 내놓은 벤치의 소장품은 완판됐다. 낙찰액도 200만 달러(약 22억 원)나 됐다. 벤치가 내놓은 소장품들이 다시 벤치에게로 돌아왔다는 건 더 좋은 뉴스였다. 벤치의 소장품을 낙찰받은 이가 벤치의 오랜 친구인 덕분이었다. 친구 덕에 벤치는 그가 그토록 아끼던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도 돌려받을 수 있었다.
 
자, 그렇다면 지난해 벤치의 우승 반지 낙찰가는 얼마였을까? 벤치가 경매에 내놨던 1976년 월드시리즈 우승 반지의 낙찰가는 14만6천875달러(약 1억6천229만 원)였다. 
 
벤치가 자녀 학자금 마련을 위해 일생의 소장품인 우승 반지를 경매에 내놨다면, 해태 타이거즈 ‘레전드 외야수’ 이순철은 나라를 살리려고(?) 우승 반지를 내놓은 경우다. 그게 무슨 말일까.
 
1985년 해태 타이거즈에 입단한 이순철은 1998년 삼성 라이온즈로 이적하기 전까지 해태 유니폼을 입고 무려 8번이나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봤다.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빠졌어도 우승반지는 받았으니 총 8개의 반지를 확보한 셈. 하지만, 지금 이순철이 보관 중인 우승반지는 하나도 없다. 
 
“어딨긴 어딨어. 다 팔았지. 1998년 IMF 극복하자‘고 금 모으기 운동할 때 우승반지 다 갖다줬어요. 나라가 망하니 마니 하던 땐데, 나라 망하면 그깟 우승반지가 무슨 소용 있겠나 싶었지. 후회? 후회는 무슨. 그렇게라도 우리 국민이 힘을 모았으니까 IMF 다 이겨낸 거 아니겠어요.” 이순철의 얘기다.
 
전직 프로야구 선수는 지금 자영업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다. 우승 반지가 얼마인 게 왜 궁금한 건지 굳이 묻지 않은 이유다. 
 
살다보면 자녀의 학자금을 위해, 망해가는 나라를 살리기 위해, 쓰러지는 가게를 세우기 위해 우승 반지가 필요할 때도 있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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