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함은 줄었지만 여전히 T1의 중심인 '페이커' 이상혁
"우리 팀에는 점수를 따낼 수 있는 녀석들이 있다. 난 팀의 주역이 아니라도 좋다"
농구 만화 '슬램덩크'에서 능남의 주장 변덕규의 명대사다. 변덕규는 팀을 위해 궂은일을 하고 몸을 내던지는 헌신적인 리더다. T1에서는 이런 역할을 '페이커' 이상혁이 해주고 있다.
T1은 21일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2021 스프링 2주 2일차 경기에서 현재 1위를 달리고 있는 젠지 e스포츠와 맞붙는다. T1은 지난 두 경기에서 마드 라이너에 '페이커' 이상혁과 '클로저' 이주현을 번갈아 출전시키면서 팀의 두가지 색깔을 보여줬다.
이상혁은 지난 15일 담원 기아전에 선발 출전하며 2021 시즌을 시작했다. 담원과의 3개의 세트 전부 아지르를 선택한 이상혁은 '쇼메이커' 허수를 상대로 2, 3세트 팀 내 딜량 1등을 달성했고 매 교전마다 궁극기로 상대 진형을 붕괴시키면서 '구마유시' 이민형의 펜타킬과 경기의 중심을 잡아주며 아군에 힘을 보탰다. 비록 패배했지만 담원을 상대로 보여준 이상혁과 T1의 경기력은 기대 이상이었다.
이상혁은 현재 9년차 베테랑 선수다. 데뷔 시절에는 화려함과 공격적인 플레이로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면 지금은 수 많은 대회를 치르고 우승으로 얻은 노련미와 경험을 바탕으로 팀의 중심을 잡는 플레이를 보여준다. 현재 이상혁은 전성기 시절 자주 기록했던 솔로킬을 무리해서 만드는 것보다 상대를 끌어들여 정글러와 함께 잡아내거나 라인을 상대 포탑으로 밀어 넣은 뒤 교전 합류 또는 다른 라인 개입으로 팀을 지원하는 스타일을 유지 중이다.
양대인 감독은 지난해 12월 T1 감독으로 부임한 뒤 가진 간담회에서 "이상혁은 지금까지 너무나 많은 부담을 가지고 경기를 해온 것 같다. 내부 스크림 중에 미드 라이너 영역을 넘어선 콜들을 많이 하는데 미드 라이너는 미드 라이너 역할만 해야 한다"며 "이상혁은 평소 행실이 좋고 게임 관련된 것이 아니어도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선수"라고 이상혁을 평가하기도 했다.
T1에는 이상혁 말고도 득점을 내줄 선수들이 많다. 2020 LCK 서머에서 데뷔한 '클로저' 이주현은 공격력과 뛰어난 피지컬을 앞세워 한화생명e스포츠와의 개막전에서 '쵸비' 정지훈을 상대로 솔로킬을 만든 바 있고 높은 이렐리아 이해도를 바탕으로 모든 교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구마유시' 이민형은 LCK 데뷔전인 한화생명전에서 비공식 펜타킬을 기록했고 담원 기아전에서는 쿼드라킬과 LCK 통산 51호 펜타킬을 만들어내는 등 좋은 활약을 펼쳤다.
T1은 오늘 단독 1위를 달리고 있는 젠지 e스포츠를 만난다. 이상혁과 이주현 중에서 어떤 선수가 '비디디' 곽보성을 상대로 선발 출전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모두 이상혁의 선발 출전을 기대하고 있다. 가령 이상혁이 나오지 않더라도 이주현의 경기력은 이미 입증됐다. 과연 젠지를 상대로 어떤 미드 라이너가 출전할지, 또는 T1이 젠지의 연승 행진을 막아낼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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