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치부심중인 이승우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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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치부심중인 이승우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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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우 “넉달 만의 출전, 엄마 생각에 울컥”

기사입력 2020.01.09. 오전 12:05 최종수정 2020.01.09. 오전 06:43 기사원문
벨기에서 귀국 몸 만들기 '올인'
감독·구단주 갈등 중간서 맘고생
가족 들먹인 원색적 욕설에 힘들어
새 사령탑과 원점부터 다시 뛸 것
주재현 트레이너(뒤)와 함께 근력 운동하는 이승우. 4개월의 공백을 씻어내기 위해 연말연시 국내에 머물며 운동에 매달렸다. 우상조 기자

“터치라인에 서서 (교체 투입을) 기다리는데, 엄마 생각이 나서 울컥했어요. 낯선 벨기에까지 와서 홈, 원정 안 가리고 따라다니며 뒷바라지해주셨는데. 그라운드 밟으며 다짐했죠. 다시는 이런 일로 가족들 힘들게 하지 않겠다고.”

4개월을 기다려 지난 연말(12월27일) 성사된 벨기에 1부리그 데뷔전. 이승우(22·신트트라위던)는 그 순간 어머니 최순영(53)씨 얼굴을 가장 먼저 떠올렸다. 후반 27분 투입돼 출전 시간은 20분 남짓이었지만, 기회를 얻은 사실만으로 감사했다. 행여 아들이 부담을 가질까 봐 아무런 내색 없이 아들을 챙긴 어머니. 데뷔전을 치르는 내내 이승우 가슴 속에는 고마움과 미안함이 교차했다.

5일 서울 송파구의 한 트레이닝 센터에서 이승우를 만났다. 허송세월한 4개월에 대해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베로나에서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지만, 시즌마다 한두 차례 감독이 바뀌고, 그때마다 새 전술에 맞춰 주전 경쟁을 반복하는 상황이 답답했다”고 이적 배경을 설명했다.

이승우는 국내에 머무는 동안 가속 능력과 근육 피로 회복 능력을 키우는데 전념했다. 우상조 기자

지난해 여름 이적 협상 당시 러브콜을 보낸 구단 중 신트트라위던이 가장 적극적이었다. 이승우는 “구단주가 직접 연락해 ‘원하는 만큼 뛰게 해주겠다. 당장 올겨울 재이적해도 좋으니 마음껏 실력을 발휘하고 (더 높은 몸값에) 빅클럽으로 가라’고 했다. 구단주의 말이라 100% 믿었다”고 전했다.

대우도 파격적이었다. 팀 내 최고 연봉(80만 유로·11억원)과 두 번째로 높은 이적료(120만 유로·16억원), 그리고 에이스의 상징 등 번호 10번. 그렇기에 장기 결장은 의외였다. 감독은 “적응이 더 필요하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이유는 여전히 미스터리다. “선수 선발과 활용 방법을 놓고 구단주와 감독이 날 선 대립각을 세웠다”는 벨기에 현지 보도를 통해 추측할 뿐이다. 갈등은 지난해 11월 마르크 브라이스(58)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으며 일단락됐다. 임시로 사령탑을 맡은 브라이스 감독 오른팔 니키 하이연(51) 감독대행도 이달 초 물러나 코치로 보직을 바꿨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도대체 감독이 말한 적응이 뭐였을까. 이승우는 “감독님께 여러 차례 물어봤지만 똑 부러지는 답을 듣지 못했다. 질문할 때마다 이야기를 다른 주제로 빙빙 돌렸다. 대화를 이어갈 수 없었다. 면담 자체를 회피하는 느낌”이라고 회상했다. 한 걸음 더 들어가 물어봤다. 기다리던 4개월간 ‘준비된 선수’였다고 장담할 수 있는지를. 그는 “스페인과 이탈리아를 거치는 동안 매 순간 치열한 생존 경쟁이었다. 어떻게 준비해야 기회를 잡을 수 있는지 잘 안다. 뛰지 못한 기간이 예상보다 길었지만, 한순간도 긴장을 풀지 않고 준비했다. 나 자신에게 떳떳하다”고 강조했다.

벨기에 신트트라위던 공격수 이승우가 지난 5일 서울 송파구의 한 피트니스 센터에서 체력훈련을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애타는 이승우를 더욱 힘들게 한 건 일부의 악성 댓글이었다. 대표적인 게 ‘돼지불백’ 논란이다. ‘축구로 성공하지 못한 이승우가 식당에서 돼지불백 나르는 종업원으로 일한다’는 내용의 가상 시나리오다. '경기에 뛰지 못하니 할 말이 없다'고 생각한 이승우가 침묵하자 악플러들의 조롱이 도를 넘었다. 보다 못한 이승우 팬들이 지난해 말 상습적으로 악플을 단 일부 네티즌에 대해 고발에 나서고, 선수 자신이 데뷔전을 치르면서 비로소 진정 되는 분위기다.

그는 “브라이스 감독 사퇴 소식과 함께 ‘그(감독)에게 행운이 따르길 빈다’고 적은 구단 소셜미디어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다. 대부분의 팀 동료들과 함께였다. 그러자 ‘감독 사퇴를 기뻐했다’는 기사가 나오고, 악플이 줄줄이 달렸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는 만큼 비판도 나올 수 있지만, 잘못된 내용으로 인신공격하거나 가족을 들먹이며 쏟아내는 원색적인 욕설은 솔직히 힘들다”고 털어놨다.

지칠 때마다 ‘쌍용’(이청용-기성용) 형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이승우는 “성용이 형, 청용이 형과 자주 통화하고 종종 밥도 먹으며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국민 영웅인 형들도 한때는 경기에 뛰지 못해 마음고생하거나 악플에 시달린 경험이 있었다. 축구선수의 삶을 먼저 경험한 형들의 충고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벨기에 신트트라위던 공격수 이승우가 지난 5일 서울 송파구의 한 피트니스 센터에서 체력훈련을 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이번 국내 휴식기에는 운동에 몰두했다. 순간 가속 능력과 근육 회복 능력을 키우는 운동을 집중적인 트레이닝 받았다. 그를 전담한 주재현(29) 트레이너는 “축구대표팀 선수 여러 명과 트레이닝을 진행 중인데, 이승우는 가속력과 회복력 모두 황희찬(24·잘츠부르크)과 더불어 톱클래스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2020년 새해. 기회의 문도 활짝 열렸다. 4일 신트트라위던이 밀로스 코스티치(48·슬로베니아) 감독을 선임했다. 이승우도 원점에서 다시 출발하게 됐다. 그는 “겨울 이적 시장 기간 중 '당장 오라'며 부르는 팀도 있지만, 지금은 옮길 때가 아니라 도전할 때라고 생각했다. 당초 목표대로 최대한 경기를 많이 뛰면서 실전 감각을 끌어올리는 게 우선이다. 한동안 멀어졌던 태극마크도 다시 달고 싶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자신 있다”고 각오를 다졌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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