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의존 줄인' 라바리니 토털배구, 여자대표팀 체질 개선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우리나라 배구 대표팀의 사상 첫 외국인 사령탑인 스테파노 라바리니(41·이탈리아) 감독이 여자 대표팀을 3회 연속 올림픽 무대로 이끌었다.
라바리니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 대표팀은 12일 태국 나콘랏차시마 꼬랏찻차이홀에서 끝난 2020 도쿄올림픽 아시아 최종 예선 결승에서 난적 태국을 세트 스코어 3-0(25-22 25-20 25-20)으로 이겼다.
한국은 이번 대회 1위에만 주는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해 2012 런던, 2016 리우데자네이루에 이어 3회 연속 올림픽 무대를 밟는다.
지난해 1월 여자 배구를 살릴 구원 투수로 이방인 라바리니 감독을 선임한 대한배구협회의 선택은 적중했다.
성적 부진과 대표팀 운영 실패의 책임을 지고 전임 차해원 감독이 사퇴한 이래 뒤숭숭한 상황에서 지휘봉을 잡은 라바리니 감독은 이탈리아, 브라질 유수의 클럽팀에서 시도했던 '토털배구'를 여자 대표팀에 이식했다.
주포 김연경(터키 엑자시바시)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던 팀 컬러를 바꿔 선수 개개인의 색깔을 확실하게 뽑아내는 토털배구로 체질 개선에 나섰고, 도쿄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결정적인 국면에서 '스피드 배구'로 무장한 태국을 시원한 KO 펀치로 무너뜨렸다.
클럽팀에서 빛나는 성과를 냈던 라바리니 감독은 한 나라 대표팀 사령탑 자격으로는 처음으로 꿈의 무대인 올림픽에 출전한다.
태국의 안방에서 상대 팬들의 일방적인 응원 때문에 크게 고전하리라던 예상을 깬 완벽한 승리였다.
한국 여자 배구가 아시아의 '4번째 용(龍)'으로 성장한 태국에 셧 아웃 승리를 거둔 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이래 햇수로는 6년 만이다.
그 뒤로 세트 스코어 0-3으로 세 번이나 패하고 풀세트 접전에서 두 번 지는 등 태국과의 상대 전적에서 3승 7패로 크게 밀렸다가 이날 확실하게 빚을 갚았다.
한국은 태국의 베테랑 세터 눗사라 톰콤의 정확한 볼 배달을 막는 효과적인 서브, 다양한 공격 배분, 높이를 활용한 블로킹으로 태국에 한 세트도 내주지 않았다.
여전히 해결사는 세계적인 '배구 여제' 김연경이었다.
갑작스러운 복근 통증으로 이날 선발 출전마저 불투명했지만, 김연경은 투혼을 발휘해 3세트 내리 코트를 누비고 21점을 퍼부었다.
고비에서 득점을 올리는 에이스의 몫은 김연경에게 돌아갔지만, 삼각편대를 형성한 이재영(24·흥국생명)과 김희진(29·IBK기업은행)의 공격력도 매서웠다.
레프트 이재영이 18점으로 거들었고, 라이트 김희진도 9점을 기록해 화끈한 공격에 앞장섰다.
이재영과 김희진이 제 몫을 해내 김연경에게 걸린 과부하를 덜어준 사실이 이번 대회에서 여자 대표팀이 얻은 큰 소득이다. 둘은 이제 확실한 대표팀의 주 공격수로 자리매김했다.
김연경에게만 의존하지 않는 팀을 만들겠다던 라바리니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전 선수를 고루 기용하며 최적의 공격 조합을 찾는 데 열중했고, 결승에서 완승해 1차 목표를 달성했다.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함에 따라 라바리니 감독의 계약 기간도 올림픽 무대까지로 자동 연장됐다.
현재 도쿄올림픽 본선을 확정한 나라는 개최국 일본을 필두로 중국, 세르비아, 미국, 브라질, 이탈리아, 케냐, 러시아, 아르헨티나에 한국 등 10개국이다.
유럽과 북미대륙 최종 예선 우승팀을 합하면 출전 12개 나라가 모두 확정된다.
이번 도쿄올림픽은 사실상 김연경의 마지막 올림픽이라 선수들이 올림픽 메달을 향해 더욱 똘똘 뭉쳤다. 경기를 치를수록 조직력도 나아지고 있다.
1차 관문을 통과한 라바리니 감독이 본선에선 어떤 매직을 펼칠지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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