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보다 나아진다고요? 올해가 더 어려울 겁니다”

한 수도권 구단 마케팅 담당자는 2021년 프로야구 산업 전망에 대해 묻자 “올해가 최악일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2020년 KBO리그가 재정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올해는 백신 개발 등으로 “작년보다는 나을 수도 있다”는 낙관론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내부 사정을 뜯어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는 설명이다.

구단들의 매출은 크게 입장 수익과 광고 수익으로 나눌 수 있다. 여기에 중계권료, 상품 판매 수익, 경기장 부대 수익을 더하는 구조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상당수 경기에 관중을 받지 못하거나 관중 입장이 제한된 탓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입장 수익이 사실상 다 날아갔다. 입장 수익이 많았던 구단은 100억 원에 가까운 돈이 그냥 사라진 셈이다.

올해도 정상적으로 관중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백신 접종이 2월부터 시작된다고는 하나 집단 면역을 갖출 정도로 많은 이들이 접종할 때까지는 시간이 꽤 걸린다. 정부도 3분기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 또한 목표로 현실화된 것은 아니다. 확진자가 계속 나오면 프로야구도 무관중 경기 시기가 길어질 수 있다. 게다가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것을 꺼리는 팬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입장 수익이 예전 수준에 가려면 2023년은 되어야 한다는 게 야구계 전망이다.

설상가상으로 광고 수익은 올해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스포티비뉴스’ 취재 결과 2020년 10개 구단의 광고 수익은 전년 대비 10~40% 정도가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대다수 구단들은 10~20% 정도 수준의 감소였다. 생각보다 줄지 않았던 것은 2019년 연말과 2020년 초, 즉 코로나가 오기 전 미리 했던 계약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광고 수익이 10% 정도 줄었다고 말한 한 구단 관계자는 “그나마 이전에 계약했던 것들이 있었기 때문에 선방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올해는 광고 따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후문이다. 이 관계자는 “상당수 기업들이 불확실한 코로나 경기에 2021년 경영 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하거나, 광고비를 상당히 축소해버렸다”고 난감해하면서 “심지어 모기업과 거래도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할 팀들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우려했다. 입장 수익이 늘어나지 않고, 광고 수익까지 줄어들면 구단들은 지난해 이상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돈이 나올 구멍도 마땅치 않다. 입장 수익 등 기타 수익의 감소로 각 구단들은 예년에 비해 100억 원 정도의 추가 적자를 감수해야 했다. 평소 200억 원 정도 적자가 나 모기업이 광고 형식으로 메워졌다고 치면, 올해는 300억 원 이상을 모기업이 지원해야 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모기업도 난색을 표할 수밖에 없다. 결국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 앞으로 가는 것을 고민하는 구단들도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도움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체육계를 지원하는 예산도 있지만, 프로야구단은 ‘대기업 집단’에 포함되기 때문에 수혜 대상이 아니다. 그렇다고 지자체에서 임대료나 대관료를 대폭 깎아주려는 움직임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한 구단 단장은 “IMF 때도 힘들기는 했지만 그때는 길거리에 사람이라도 돌아다녔다. 코로나는 더 최악”이라고 잘라 말했다. 2021년에는 프로야구 역사상 최악의 재정 위기가 찾아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