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 꿈꾸는 '몽골 배구소녀' 어르헝 "김연경 선수처럼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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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마크 꿈꾸는 '몽골 배구소녀' 어르헝 "김연경 선수처럼 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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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17세·신장 195cm..

[경향신문]

“2m까지 클 겁니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선수를 꿈꾸는 몽골소녀 어르헝이 토스 훈련을 하고 있다. 정진 목포여상 감독 제공
몽골에서부터 남다른 한국 사랑
2019년 한국에 왔을 때 키 191㎝
1년 만에 키도 기량도 ‘폭풍성장’
‘대표팀 주전센터 재목감’ 술렁
부모·정진 감독 특별귀화 기대

한국 여자배구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동메달, 2012 런던 올림픽 4위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의 호성적으로 국내리그 인기도 올랐다. 특히 올해는 ‘월드스타’ 김연경(33·흥국생명)의 리그 복귀와 이재영, 강소휘, 박정아 등 윙스파이커들의 활약으로 팬들의 주목도가 높아졌다.

하지만 국가대항전에 나서는 센터진의 세대교체는 더디다. 현대건설 양효진(32)이 대표팀 주전 센터를 지킨 뒤로 그를 이을 만한 선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해답은 의외의 곳에 있을 수 있다. 전남 목포여상에서는 미래의 태극마크를 꿈꾸는 신장 195㎝의 몽골 소녀가 성장하고 있다.

2004년생으로 올해 만 17세인 몽골의 배구소녀 체웨랍당 어르헝은 2019년 동갑내기 샤눌과 함께 한국으로 왔다. 어르헝은 목포여상 정진 감독의 지도로 1년여 만에 몰라보게 달라진 기량을 보이고 있다. 비록 지난해 코트를 강타한 코로나19로 인해 제대로 된 대회 경험은 없지만 중·고 배구 감독들 사이에서 이미 최고의 화두로 떠올라 있다.

191㎝로 입국 때부터 큰 신장을 자랑했던 어르헝은 계속 성장 중이다. 지금의 키로도 역대 한국 여자배구 최장신인 김연경(192㎝)을 넘어선다. 어르헝은 2m까지 크고 싶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무엇보다 어르헝이 관심을 받는 이유는 한국을 동경하고 한국인이 되고 싶어 하는 슈퍼 유망주이기 때문이다.

어르헝은 몽골에서 배구를 시작한 지 2년 만에 한국행을 택했다. 그는 “몽골에 있을 때부터 한국 드라마와 한국 음식이 좋았고, 배구를 시작하면서 한국에 가서 열심히 노력만 하면 훌륭한 선수로 자랄 수 있는 미래가 열린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국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압도적인 신장으로 팀에서는 이미 주전 센터로 자리 잡았다. 입국 초반에는 다소 느린 움직임이 단점이었지만, 1년 사이 몰라보게 속도도 붙었다. 지난해 10월 경남 고성군에서 열린 중고대회에 등장해 다른 팀 지도자들을 놀라게 했다. 어르헝과 그의 부모는 이제 확신을 갖고 한국 귀화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어르헝은 최근 전화 인터뷰에서 “한국인이 된다면, 배구선수로서 성공하는 데 더욱 많은 기회가 생길 것으로 생각했다”며 “세계적인 선수인 김연경 선수를 존경한다. 항상 용감하고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 선수가 되고 싶다. 특히 김연경 선수가 모든 공격에서 득점을 올리는 그 모습을 닮고 싶다”고 말했다.

어르헝의 일반 귀화는 5년 이상 한국에서 거주해야 가능하다. 하지만 그럴 경우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2년이 더 필요하다. 이에 어르헝의 가족과 정진 감독은 조심스럽게 특별귀화에 대한 기대도 하고 있다. 일단 중고배구연맹 측은 관련 움직임이 있으면 적극 돕겠다는 입장이다. 대한배구협회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하면서 “현재로서는 요건을 충족하지 않지만 향후 각종 국내·국제대회 출전상황을 지켜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어르헝을 가르치고 있는 정진 감독은 “처음 왔을 때는 점프 서브가 안 될 정도로 모르는 것이 많았다. 하지만 반사신경이 좋고 기술 습득 능력이 좋다”면서 “남다른 신장도 신장이지만 지도자의 조언을 받아들이고 노력하는 스타일도 훌륭한 선수로 클 자질로 판단된다”고 말했다.정 감독은 한국 배구의 밝은 미래를 꿈꾸며 사비로 두 몽골 선수의 용돈까지 챙겨주고 있다.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문제는 학교 재단 이사장의 도움으로 해결하고 있다. 드라마 <대장금>과 <태양의 후예>를 좋아하는 어르헝은 방탄소년단과 블랙핑크 앞에서 수줍은 여고생이 되지만, 한편으론 강단 있게 자신의 꿈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빛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어르헝은 “한국인이 될 수 있다면 첫 목표는 더 큰 노력으로 국가대표가 되는 것”이라며 “이후에는 아시아대회, 세계대회에도 대표로 출전하고 싶다”고 소망을 전했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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