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없이 훈련하라니…IOC 올림픽 강행 방침에 각국 반발

그리스로 가는 올림픽 성화 봉송 항공기 18일 일본 도쿄 하네다국제공항에서 지상 근무 직원들이 2020 도쿄 올림픽 성화를 전달받기 위해 그리스로 출발하는 특별기 ‘가자 2020 도쿄’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도쿄 | AP연합뉴스


코로나19 여파로 각종 올림픽 예선전이 연기되는 와중에도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20 도쿄 올림픽 취소 여부에 대한 명쾌한 지침을 내놓지 않자 선수들 사이에서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가별 올림픽위원회도 반발하고 나섰다.

18일 AP통신에 따르면 도쿄 올림픽 출전권 1만1000여 장 가운데 4700여 장(42.7%)은 아직 주인을 찾지 못했다. 올림픽 출전 선수를 선발하는 종목별 예선전들이 코로나19 확산 때문에 모두 멈춰선 상태다. 감염 확산을 방지한다는 명분으로 정부 차원에서 훈련 시설을 폐쇄한 곳들도 적지 않다.

이런 와중에 IOC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주재로 종목별 국제경기연맹 대표자들과 화상 회의를 개최한 후 예정대로 오는 7월24일 도쿄 올림픽을 정상 개최하겠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IOC는 성명에서 “올림픽 출전 선수 선발을 위한 비상 대책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서도 “급진적인 결정을 내리기엔 아직 이르다”고 못 박았다. 코로나19 탓에 손발이 묶인 선수들을 위한 대안은 마련하지 않은 채 올림픽 강행 의사만 천명한 것이다.

선수들은 IOC 발표로 혼란만 가중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육상 7종경기 선수인 카타리나 존슨 톰슨(영국)은 “우리는 감염 위험을 낮추기 위한 지침을 따르고 있다”며 “IOC와 정부가 내놓은 메시지가 상충된다”고 말했다. 각국 보건당국이 모임을 금지하고 훈련 시설을 닫는 반면, IOC는 올림픽을 위해 훈련하라는 메시지를 내놨다는 얘기다.

미국 올림픽·패럴림픽 위원회 선수위원회의 한샤오 위원장도 “올림픽 개최가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선수들은 훈련량을 줄이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IOC는 언제 올림픽 취소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인지, 향후 계획에 대한 정보를 더 줘야 한다”고 말했다.

IOC 위원이자 캐나다 여자아이스하키 대표팀 소속인 헤일리 위켄하이저 역시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IOC를 비판했다. 그는 “평생을 운동에 바친 사람에게 훈련시설이 폐쇄되고 올림픽 예선전이 취소돼 내일 어디서 훈련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은 끔찍한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IOC가 올림픽을 강행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둔감하고 무책임한 일”이라면서 “우리는 석 달 후는 고사하고 당장 24시간 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가별 올림픽 위원회도 반기를 들었다. 스페인 올림픽위원회 알레한드로 블랑코 위원장은 “올림픽이 지금 상태로 치러진다면 매우 불공정한 경기가 될 것”이라며 “코로나19 때문에 많은 선수들이 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스 올림픽위원회 드니 마세글리아 위원장도 “코로나19가 5월 말까지 소강 국면에 접어들지 않으면 올림픽이 제대로 치러질지 알 수 없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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