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로 보답하겠다”는 최준용의 생각, 잘못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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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3 14:45
[OSEN=군산, 서정환 기자] “농구로 보답을 하겠다”
동료선수의 나체사진을 올린 전대미문의 SNS 파문으로 5경기 징계를 받고 돌아온 최준용(26, SK)의 반성이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전주 KCC는 22일 군산월명체육관에서 개최된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3라운드’에서 서울 SK를 95-70으로 눌렀다. 4연승을 달린 KCC(15승 8패)는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 SK(11승 12패)는 최근 7경기서 6패를 당하며 8위까지 처졌다.
최준용은 지난 7일 SNS에 동료선수의 나체사진을 올려 물의를 빚었다. KBL 재정위원회에서 최준용에게 5경기 출전금지 징계를 내렸다. 징계를 마친 최준용은 KCC전에 복귀했다.
경기를 앞둔 최준용은 기자회견장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 농구팬들과 시청자들에게 죄송하게 생각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팀에 책임감을 많이 갖게 됐다. 반성을 많이 했다. 팀에 도움이 되고, 잘할 수 있도록 농구로 보답을 해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최준용은 복귀전에서 농구를 잘했다. 문경은 감독은 최준용에게 2라운드 MVP 송교창의 수비를 맡겼다. SK는 세 명의 가드를 동시에 쓰고, 최준용을 4번으로 올린 스몰라인업을 가동했다. 물이 오른 송교창은 쉽지 않은 상대였다. 송교창은 1쿼터부터 레이업슛과 3점슛으로 가볍게 5점을 뽑았다. 최준용은 1쿼터 중반 리버스 레이업슛을 성공시켜 복귀 후 첫 득점을 올렸다.
경기초반 최준용은 감각이 올라오지 않았다. 그는 2쿼터 정창영을 상대로 포스트업을 시도해 슛까지 쐈지만 불발됐다. 후반전에 부진을 만회한 최준용은 18점, 11리바운드로 활약했으나 팀을 승리로 이끌지는 못했다.
그렇다면 최준용이 복귀전에서 농구를 잘했으니 농구팬들이 그의 사과를 받아들였을까. 아니다. 최준용이 “농구로 보답을 하겠다”고 답한 기사에 팬들은 여전히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진정성을 느끼기 어렵기 때문이다.
애초에 최준용은 농구코트 외적으로 문제를 일으켰다. 동료선수의 나체사진을 SNS에 올린 것은 심각한 사이버 범죄에 해당된다. 피해선수가 법적인 처벌을 원치 않아 사태가 마무리됐을 뿐 최준용에게 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최준용이 농구코트에서 아무리 많은 득점을 올린다 한들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팬들은 그의 반성을 수용할 리가 없다.
프로선수가 운동경기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나아가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프로선수는 롤모델이 돼야 한다. 그렇기에 프로선수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을 때 일반인에 비해 더 엄한 도덕적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다.
NBA에서 리바운드왕 7회와 우승 5회를 이룬 데니스 로드맨은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을 갖췄다. 하지만 로드맨은 갖가지 기행과 난잡한 사생활로 유명했다. 데이빗 스턴 전 NBA 총재는 사회적 롤모델이 아니라는 이유로 90년대 중반 그를 올스타 후보에서 제외했다. 사생활에 문제가 많은 선수는 농구를 아무리 잘해도 올스타 후보가 될 수 없다는 이유였다.
프로야구에서 음주운전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스타선수들이 복귀하며 “야구로 보답하겠다”고 대답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사건이 많이 있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강정호는 눈물로 호소했지만 냉랭한 여론에 부딪쳐 국내복귀가 이뤄지지 않았다. 그만큼 시대가 변했다. 운동선수는 운동만 잘하면 뭐든지 용서된다고 생각하면 아주 큰 착각이다.
최준용이 징계를 받고 돌아왔지만 여전히 그를 보는 팬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최준용이 진정으로 반성한다면 “농구로 보답하겠다”고 말할 것이 아니라 앞으로 오랜시간 경기장 안팎에서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우선이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군산=김성락 기자 ksl0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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