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류하는 롯데-이대호 FA 계약, 또 잡음 반복되나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흐름이다.
롯데 자이언츠와 이대호 간의 FA 계약이 해를 넘기는 모양새다. 올 시즌을 마친 뒤 4년 총액 150억원 계약을 마친 이대호가 FA 자격을 신청할 때부터 대부분 장기전을 예상했다. 상징성 면에선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존재감을 가진 이대호지만, 최근 두 시즌 간의 에이징 커브 흐름 등을 고려하면 계약 기간과 규모 모두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 이런 가운데 이대호가 선수협 회장 재임 시절 판공비 논란까지 겪으며 운신의 폭이 좁아졌다. 고심을 거듭하는 롯데와 어수선한 이대호 모두 협상에 속도를 내기는 힘든 상황이다.
내년으로 넘어가는 협상이 속도를 낼지도 미지수다. 롯데는 여전히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계약 기간과 금액 뿐만 아니라 협상 방식 조차 갈피를 못 잡는 눈치. 지난해 내외부 FA 협상 때 활용했던 일명 '48시간 협상'이 이번 협상에도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20년 가까이 롯데를 대표해 온 이대호에게 여느 선수와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게 합당하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협상이 시장 논리에 국한된다면 자칫 양측의 감정싸움으로 번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최근 수 년간 FA협상에서 반복된 잡음과 실수가 또 불거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롯데는 FA 계약을 위한 실탄은 충분하다고 강조해왔다. 탄탄한 모기업의 지원 속에 수 년 동안 FA시장 큰 손 노릇을 해왔다. 올해도 코로나19 여파로 일부 구단이 재정 타격을 입었지만, 롯데는 꾸준히 프런트 규모를 늘리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해왔다. 시즌 막판에 접어들면서 2군 선수 상당수를 정리하면서 전력 개편 작업도 벌여왔다. 내부 전력 중심의 '리모델링'을 강조 중인 롯데가 페이롤을 줄이는데 집중하는 상황에서 4년 동안 150억원을 받았던 이대호가 또다시 상당한 금액을 요구한다면 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일각에선 롯데가 이대호와의 계약에서 최근 은퇴한 김태균 박용택 등을 기준점으로 삼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모두 팀 프렌차이즈 스타로 오랜 기간 활약했지만, 에이징 커브 속에 부침을 겪었다. 김태균은 1년, 박용택은 2년 계약을 한 바 있다. 하지만 이대호의 의중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이대호는 이들 이상의 계약 규모를 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최근 선수협 논란을 거친 뒤 악화된 여론이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실질적인 영향을 끼칠지는 불투명하다.
지난해 스토브리그를 주도했던 롯데가 이대호와의 FA 계약을 어떻게 진행하고 마무리할지에 야구계의 시선이 쏠려 있다. 결과와 내용 모두 롯데와 이대호의 내년 행보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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