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글에선가 읽었다. 서울역을 쥐어짜면 눈물이 흐른다고.

100년 넘는 세월 동안 만남과 헤어짐이 거듭된 공간. 그래서 서울역을 눈물 머금은 곳이라 적었다.

태릉선수촌을 쥐어짜면 땀방울이 뚝뚝 떨어질 게다. 태극 마크를 손에 쥔 선수들 땀이 얼룩진 공간.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서도 버스로 20분은 더 들어가야 하는 선수촌에 들어서면 비릿한 땀내가 풍긴다.

27일 서울 공릉동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제74회 전국 남녀 종합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가 열렸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장거리 간판 김보름(26, 강원도청)이 대회 3관왕에 올랐다.

김보름은 여자 1500m에서 박지우(한국체대) 이솔(평촌고)을 제치고 1위로 결승선을 끊었다. 기록은 2분3초57.

이어 열린 여자 5000m에서도 7분48초75로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첫날에는 여자 3000m에서 시상대 맨 위에 올랐다. 4분22초52. 2위 박지우를 약 4초 차이로 따돌렸다.

이번 대회에서 치러진 4개 종목 가운데 500m를 제외한 3개 종목을 싹쓸이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 올라운드 및 스프린트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 출전이 확정적이다.

김보름은 '여제' 이상화(30)가 은퇴한 뒤 실질적인 한국 여자 빙속 간판이다. 2013년 트렌티노 동계 유니버시아드 1500m 금메달을 시작으로 2017년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 5000m 금메달, 같은 해 강릉 세계선수권대회 매스스타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평창 동계 올림픽에선 주 종목인 매스스타트 은메달을 차지했다. 세계적인 장거리 강자로서 실력을 입증했다.

준수한 외모까지 지녀 스타성도 갖췄다는 평. 태릉국제스케이트장 입구에서 "나 김보름 볼래" 외치는 꼬마 팬이 여럿이었다. 김보름이 이상화 뒤를 이을 재목으로 꼽히는 이유다.

"(이)상화 언니가 아쉽게 은퇴하셨다. 후배 가운데 누구라도 뒤를 이을 선수가 필요하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나 역시 (동료와) 열심히 노력해서 (이)상화 언니 빈자리를 메울 수 있도록 온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장거리 부동의 1위다. 분야를 묻지 않고 정상에 오른 이는 뭔가가 다르다.

김보름에게도 특이점이 있을지 궁금했다. 어렸을 때부터 발목 힘이 월등히 좋았다거나 독기가 남달랐다, 정체기에 빠져도 금방 툭툭 털어 냈다 류의 말을 기대했다.

하나 돌아온 답은 평범했다. 그런데도 힘이 실렸다.

김보름은 '노력'을 강조했다.

"아직 정상에 다다랐는지는 모르겠다. 내 생각에 그래도 내가 (빙속 종목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건 결국 노력이다. 그것밖에 없다. 노력한 사람 중에서 '더' 노력한 선수가 결국 금메달을 거머쥐게 된다고 믿는다."

"모두가 노력은 한다. 노력하지 않는 선수는 없다. (그 단계에서 반보 나아가) 남들 쉴 때 하나라도 더 (연마)하는 그런 행동이 쌓여야 좋은 결과를 낳지 않을까. 그렇게 믿고 있다."

숨을 내쉬면 입김이 피는 한겨울 빙상장에서, 땀내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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