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체스. 스포츠조선DB

예전엔 외국인 선수를 잡기 위해 구단의 고위 관계자가 미국의 시골에 있는 집까지 찾아가는 일도 있었다. 그만큼 잘하는 외국인 선수가 필요하기에 구단은 좋은 성적을 낸 선수와 재계약을 위해 무엇이든 했다.

외국인 선수들은 이에 한국을 보험 성격으로 생각을 하고 메이저리그나 일본 진출을 알아보다가 실패할 경우 다시 한국으로 오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그렇게 시간을 끌면서 몸값도 높였다.

이젠 다르다. 외국인 선수의 시간 끌기가 통하지 않는다. 구단측은 선수에 얽매이지 않고 더 좋은 선수가 있다고 판단되면 곧바로 새 계약을 했다.

SK 와이번스는 올해 17승을 거둔 외국인 에이스 앙헬 산체스와의 재계약 협상 중 닉 킹엄을 영입했다. 다년 계약까지 제시했지만 일본, 미국과도 협상을 진행했던 산체스 측이 답을 주지 않는 상황에서 예전부터 영입리스트 상위권에 올라있던 킹엄이 시장에 나오자 지체없이 잡은 것. 산체스는 이후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계약하며 일본 무대에 진출했다.

키움 히어로즈도 제리 샌즈와의 재계약을 하려했지만 결국 새 타자 테일러 모터를 영입했다. 샌즈가 올해 113타점으로 타점왕에 오르면서 몸값협상이 쉽지 않았다. 샌즈의 올시즌 몸값은 50만달러였고, 샌즈가 올해 거둔 성적을 보면 100만달러 이상을 요구할게 뻔했다. 결국 협상의 진척이 없었고 키움은 35만달러에 모터를 데려왔다. 샌즈는 결국 일본 한신 타이거즈와 계약을 했다.

삼성 라이온즈는 3년간 4번타자로 활약한 다린 러프와의 재계약 대신 새롭게 타일러 살라디노를 데려왔다. 러프는 지난해 타율 3할3푼, 33홈런, 125타점을 올렸고 올시즌엔 공인구 여파로 타율 2할9푼2리, 22홈런, 101타점을 기록했다. 성적이 하락하자 삼성은 러프에게 올시즌 170만달러 보다 낮은 액수를 제시했고, 러프는 끝내 거부했다. 3년간 타율 3할1푼3리, 86홈런, 350타점을 올리며 좋은 모습을 보인 러프였기에 조금 높인 몸값을 제시하며 재계약을 시도할 것으로 보였지만 삼성은 달랐다. 끌려다니지 않고 살라디노를 90만달러에 영입했다.

새로 영입하는 외국인 선수에게 100만달러의 상한선을 뒀지만 최근 한국에 오려는 외국인 선수가 많아 공급은 충분하다는게 구단측의 입장. 메릴 켈리나 에릭 테임즈, 조쉬 린드블럼 등 한국에서의 좋은 성적을 바탕으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선수들이 늘면서 한국에 대한 인식도 좋아졌다. 자신을 발전시켜 메이저리그로 갈 수 있는 발판이 되고 있다. 예전엔 더이상 메이저리그에 갈 수 없다고 판단한 30대 선수들이 한국에 오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엔 20대 중반의 선수들이 한국 무대를 밟는다.

잘했던 선수를 볼 수 없다는 점은 아쉽지만 구단이 더이상 외국인 선수에게 끌려다니지 않는 점은 고무적인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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