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로봇 같던 아빠처럼 '닥공' 테니스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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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로봇 같던 아빠처럼 '닥공' 테니스 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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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1] 아빠를 가장 많이 닮은 딸 이재아가 이동국에게

코로나 사태로 서로 거리를 둬야만 했지만, 그럴수록 사람의 온기가 살아갈 힘을 줬습니다. 올 한 해 스포츠도 리그 취소와 중단 등 우여곡절 속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했습니다. 2020년을 되돌아보며 마음 뭉클해지는 스포츠계 이야기들을 편지로 준비했습니다.

저는 아빠가 ‘로봇’이라고 생각했어요. 축구만을 위해 사는 로봇.

오전 8시에 일어나 오후 10시에 잠들 때까지 일정을 분 단위로 계산하면서 훈련, 식사, 수면, 심지어 사우나 시간까지 매일 똑같이 유지하시는 게 정말 신기했어요. 조금만 방심해도 살찐다면서 저녁 식사 끝난 오후 7시 이후엔 아무것도 안 드셨고, 과자나 라면엔 눈길도 안 주셨죠. 저도 테니스 선수가 되기로 결심하고 나선 군것질을 멀리해야 해서 슬픈데, 아빠는 이렇게 맛있는 걸 어떻게 평생 참고 안 드셨는지 놀라워요. 그것뿐인가요. 감기 안 걸리도록 외출했다 집에 오면 바로 옷 갈아입고, 혹시 미끄러져 다칠 수 있으니 슬리퍼는 안 신고, 항상 따뜻하게 입고…. 아빠는 해서는 안 될 게 너무 많은 사람이었는데 축구를 위해 다 견뎠어요.

재활도 참 힘들잖아요. 지난여름 저는 복근을 다쳤고, 아빠는 무릎이 아파서 같이 재활 운동을 했었죠. 아빠가 하루도 빠짐없이 묵묵히 땀 흘려서 저는 감히 엄살 부릴 엄두가 안 났어요. 겪어보니 재활이 정말 힘든 게 몸 아픈 것보다도 경쟁자들은 계속 발전하는데 나만 뒤처지는 것 같고, 전처럼 완벽하게 회복될까 의구심이 들고 그런 정신적 스트레스에 지치더라고요. 하지만 아빠는 무릎 십자인대를 다쳐서 월드컵 못 나갔던 일처럼 선수 생활 동안 안타깝고 억울한 부상이 많았는데 그걸 다 극복하고 마흔 넘도록 그라운드를 누볐잖아요. “너희 아빠는 정말 대단해”라고 주변에서 하는 말을 자장가처럼 듣고 자라서 당연하게 여겼는데, 이제는 제가 가슴으로 알아요. 아빠는 정말 대단한 축구 선수였고, 대단한 사람이라는 것을.

그런 아빠가 지난 10월 은퇴 선언을 했을 때 깜짝 놀랐어요. 매년 새 시즌 시작할 때마다 “아빠 올해까지 하고 은퇴할 거야”라고 자주 농담하셔서 이번에도 그런 줄 알았는데, 엄마가 이번엔 진짜 은퇴라고 전해주시니 안 믿기더라고요. 축구 선수가 아닌 아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되는 건지 혼란스럽기도 하고. 그러나 아빠와 못 해봤던 일들을 이제는 하겠구나 싶어서 기쁘기도 했어요. 당장 아빠랑 놀이공원 가서 실컷 놀고, 캠핑 가서 낚시하고 싶어요. 친구들이 아빠랑 했다고 자랑하던 일들을 우리도 해보고 싶어요.

저랑 재시, 설아, 수아, 시안이. 겹쌍둥이에 막내아들 있는 오남매 중에서 다들 “재아가 아빠를 외모부터 성격까지 제일 많이 닮았다”고 말해줘서 기뻐요. 중학교 1학년인데 벌써 키 170㎝까지 자란 체격과 운동신경도 그렇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는 아빠 특유의 근성이 저한테 있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여덟 살에 테니스를 처음 시작했을 때 아빠가 해주신 말씀을 잊지 못해요. ‘아빠는 죽어라 노력한 만큼만 결과가 나왔던 선수였어. 너도 나를 똑 닮았으니 최선 다해 노력해야 꿈을 이룰 거야. 네가 이기거나 지는 것은 전혀 신경 안 쓸 테니, 코트에선 연습한 것들만 원 없이 하고 와.’

지난달 전주에서 열렸던 아빠의 감동적인 은퇴식을 보고 나선 제 꿈이 더욱 또렷해졌어요. 아빠처럼 오래오래 뛰다가 팬들의 박수 받으며 떠나는 선수가 되는 꿈이에요. 그날 초록 물결의 팬들이 함께 우시고 정의선 회장님까지 비 맞아가면서 아빠에게 박수 쳐주시는 걸 보며 행복한 운동 선수의 삶이 무엇인지 새삼 느꼈어요. 남몰래 흘렸던 땀과 눈물을 팬들이 알아주신다는 생각에 벅찼고요. 저는 요즘 일요일만 빼고 매일 3시간씩 테니스 훈련을 하는데, 다리에 쥐 날 정도로 뛰어도 힘들지가 않아요. 아빠처럼 많이 우승하고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분명한 목표가 생겼거든요.

저도 아빠처럼 ‘닥공(닥치고 공격)’ 전법을 쓸 거예요. 아빠의 발리슛처럼 환상적인 발리샷을 주특기로 삼을거고, 힘 있고 과감한 강서브로 상대를 몰아붙일 거예요. 지난해 호주오픈 여자 단식 결승전에서 오사카 나오미 선수가 우승하는 장면을 관중석에서 지켜봤는데 소름 돋게 멋지더라고요. 줄곧 “아빠가 스타여서 넌 좋겠다”는 말을 들으며 자랐지만, 머지않아 아빠가 “이재아 선수 아버지라 기쁘시겠어요”라는 말을 듣도록 만들래요. 이제는 제가 집안에서 유일한 현역 선수잖아요. ‘이동국’이라는 이름을 더욱 자랑스럽게 빛내는 딸이 될게요. 내 영원한 롤 모델인 아빠, 존경하고 사랑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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