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한 태극마크' 고진영 우승부터 최다승국까지·..코리아가 다 했다!
고진영, 시즌 최종전 CME챔피언십 우승
4개 대회만 출전하고 상금왕 2연패
1주일에 17억 번 고진영 "상금으로 미국 집 살래요"
"제 우승으로 코로나 스트레스 날렸으면"
김세영은 공동 2위..생애 첫 '올해의 선수'
한국, 시즌 7승으로 6년 연속 LPGA 투어 최다승국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시즌 최종전 우승에 상금왕, 올해의 선수, 그리고 최다승 국가 기록까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020 시즌도 ‘K-골프’가 평정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예년보다 투어가 축소됐지만 코리아 여제들의 기세는 오히려 더 맹렬했다. 코로나19 재확산 위기에 시름에 잠긴 대한민국 국민에게 큰 위로와 희망이 됐음은 물론이다. 그 중심엔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과 2위 김세영(27)이 있었다.
여자골프 세계 1위 고진영이 LPGA 투어 시즌 최종전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2년 연속 상금왕에 올랐다. 고진영과 우승경쟁을 펼친 김세영은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생애 첫 ‘올해의 선수상’ 수상의 기쁨을 안았다.
고진영은 21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네이플스의 티뷰론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 마지막날 4라운드에서 버디 7개와 보기 1개로 6타를 줄이며 최종합계 18언더파 270타를 기록, 김세영과 해나 그린(호주)을 5타 차로 여유있게 따돌리고 통산 7승째를 달성했다.
우승 상금 110만 달러(약 12억원)를 획득한 고진영은 지난주 US여자오픈 공동 2위 상금 48만 7286달러를 더해 1주일 만에 총 158만 7286달러(약 17억 4000만원)를 벌어들였다. 시즌 상금 166만 7925달러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상금왕이 됐다. 또 통산 71번째로 상금 500만 달러를 넘어선 선수(560만 824달러)가 됐다.
11번 홀(파4)이 승부의 분수령이 됐다. 김세영의 약 6m 거리 파 퍼트가 왼쪽으로 빠지면서 타수를 잃은 반면, 고진영은 4m 파 퍼트를 넣으며 1타 차 단독 1위가 됐다. 이후 날카로운 아이언샷으로 추격을 허용하지 않은 고진영은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우승을 자축하는 버디를 넣고 5타 차 완승을 마무리했다.
고진영의 타이틀이 대단한 이유는 올시즌 LPGA 투어 18개 대회 가운데 겨우 4개 대회에만 출전해이뤄낸 성과라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내 대회에 주력하다 11월이 돼서야 처음으로 미국 무대에 나섰다. 펠리컨 챔피언십 공동 34위, VOA 클래식 5위로 샷 점검을 마친 고진영은 지난주 US여자오픈서 공동 2위에 올라 극적으로 이번 대회 출전권을 따냈다. 한 시즌 성적을 포인트로 환산한 CME 글로브 레이스 상위 70명만 나올 수 있는 대회인데, 고진영은 US오픈 4위이내 들지 못했다면 출전할 수 없었다. 그리고 내친 김에 우승과 상금왕, CME 글로브 레이스 챔피언까지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고진영은 우승 후 “이 대회에 나와 우승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제 우승으로 많은 분들이 코로나 스트레스를 날려버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2∼4라운드에 연달아 동반 플레이를 벌이며 경쟁한 김세영에 대해 “세영 언니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다. 언니도 잘했는데, 내가 오늘 조금 더 잘한 것 뿐이다”고 했다.
고진영은 “지금 내 스윙이 현재 완벽한 상태가 아니지만, 몸과 근육의 느낌대로 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며 “18번홀 그린에 왔을 때 캐디가 로레나 오초아의 말을 상기시켜줬다. 프로는 항상 마무리가 완벽해야 한다는 것인데, 내 마지막 퍼트에 동기부여가 됐다”라고 말했다.
우승 상금에 대해 고진영은 “사실 텍사스주에 집을 알아보고 있었는데 현재 미국 은행 통장 잔고가 얼마 없다. 집을 사는 데 보태면 될 것 같다”고 웃어 보였다. 고진영은 친한 언니인 허미정(31)이 사는 텍사스주 프리스코 지역을 알아 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에 이어 시즌 최종전 2연패를 노렸던 김세영은 우승은 놓쳤지만 올해의 선수 포인트 12점을 획득, 이전까지 1위였던 박인비를 6점 차로 제치고 생애 첫 올해의 선수 타이틀을 따냈다. 평균타수 부문도 노렸던 김세영은 그러나 규정 라운드 수를 채우지 못하는 바람에 베어 트로피를 대니엘 강(미국)에게 내줬다.
김세영은 “올해의 선수상이 무척 기쁘고 자랑스럽다. 너무나 원하던 것 중 하나였다”며 “(고)진영이를 따라잡으려 했으나 그러지 못해 조금은 아쉽다. 그래도 좋은 플레이를 하고 잘 싸운 것 같다. 진영이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올시즌 LPGA 투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대폭 축소돼 치러졌지만, 한국선수들의 활약은 올해도 눈부셨다.
당초 예정됐던 33개 대회 중 18개 대회가 열린 LPGA 투어에서 한국선수들은 모두 7승을 합작, 물리적 이동거리가 가장 적어 유리했던 미국(6승)을 제치고 최다승을 거뒀다. 고진영 박성현 김효주 유소연 등 LPGA 정상급 선수들이 코로나 확산 여파로 국내 투어에 주력했음에도 2015년 이후 6시즌 연속 투어 최다승국 자리를 놓치지 않았다.
한국은 코로나19 사태가 심해지기 전인 2월 호주에서 열린 빅 오픈에서 박희영이, 호주여자오픈에서는 박인비가 우승하며 좋은 출발을 했다. 이후 시즌이 중단됐다가 다시 재개됐지만 한국의 강자들이 많지 않았고 우승소식도 뜸했다. 9월 ANA 인스피레이션에서 이미림이 생애 첫 메이저대회 챔피언에 올랐고, 10월에는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에서 김세영이 생애 첫 메이저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김세영은 11월 펠리컨 챔피언십에서도 우승했다. 올해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는 행운의 출전기회를 잡은 국내 최고의 장타자 김아림이 ‘깜짝 우승’을 차지했다. 올시즌 열린 4개의 메이저 중 3개를 한국선수들이 휩쓴 것. 그리고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선 고진영이 정상에 오르며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anju101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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